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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굿네이버 May 07. 2024

조현병 환자를 만나보신 적이 있나요?

"우리 모두는 정상과 비정상의 경계에 서 있는 경계인들이다"

조현병으로 고통을 받고 있는 분들을 만나보신 적이 있나요? 이 글을 읽는 독자 분들 대부분은 만나본 적이 없다고 하실 겁니다. 실제로 그분들을 만날 기회가 없었을 수도 있습니다. 하지만 조현병을 가졌는데도 눈치를 채지 못한 것일 수도 있습니다.

출처: 구글 이미지

작년에 방영되었던 네플릭스 드라마 '정신 병동에도 아침이 와요(Daily Dose of Sunshine)'가 한 때 화제가 되었던 적이 있습니다. 개인적으로 영어 제목이 정말 마음에 듭니다. 이 부분은 다른 글에서 다루도록 하죠. 저도 이 드라마를  상당히 흥미롭게 매 회 시청했던 것 같습니다. 함께 같이 드라마를 본 아내가 한 마디 합니다. "거의 정신 질환에 대한 강의를 듣는 것 같아!". 당시 아내는 범죄를 저지른 정신질환을 가진 환자들이 있는 정신 병동에서 실습을 하고 있었기 때문에 이 드라마가 더 사실적으로 다가왔다고 하더군요.   


드라마 전체를 관통하는 한 메시지가 있죠.

"우리 모두는 정상과 비정상의 경계에 서 있는 경계인들이다"

이 드라마는 정신 질환을 가지고 있는 사람들에 대한 편견을 다루고 있습니다. 그들은 자신들에게 어느 날 찾아온 정신질환과 더불어 사회적인 편견으로 더 큰 상처와 고통을 겪어야 합니다. 하지만 사람들이 잘 모르는 것은 우리 모두가 '정상과 비정상의 경계(Spectrum)' 선 상에 있다는 것입니다. 이것은 이 드라마에서 만들어 낸 개념이 아닙니다. DSM5라고 정신과 의사들이 환자의 상태를 보고 진단을 할 때 사용하는 사전과 같은 것이 있습니다. 그전까지만 해도 정신 질환을 하나의 고정된 '병'으로 간주했습니다. 하지만 DSM5로 새롭게 업데이트되면서, '경계성'이라는 개념이 추가되었습니다.


하지만 여전히 조현병은 우리에게 낯설기도 한 병이지만, 두려움의 존재가 되기도 합니다. 왜냐하면 조현병 환자에 대한 부정적인 시각과 사회적 편견이 있기 때문입니다. 대표적인 예가, 온 나라를 경악에 빠트렸던 살인 사건의 범인에 자주 조현병 환자가 등장하기 때문입니다. 실제로 한 뉴스 매체에 다음과 같은 타이틀과 함께 뉴스 기사가 올라왔습니다.

이 제목을 보면 어떤 생각이 드십니까? 아마도 조현병 환자에 대한 두려움이 드실 겁니다. "무려 60%가 조현병 환자라니! 그들은 잠재적인 살인마들이야!" 하는 생각마저 듭니다. 하지만 정작 뉴스에서 잘 다루지 않는 내용이 있습니다. 그것은 정신질환을 가지고 있는 환자들이 저지르는 범죄보다 일반인이 저지르는 범죄율이 훨씬 높다는 겁니다. 다음 기사를 한번 보세요.

이 자료에 의하면 일반인이 정신질환자보다 범죄를 저지르는 비율이 두 배나 더 많습니다. 실제로 끔찍한 살인을 저지른 범죄자들 중에 정신질환을 가지지 않은 사람들이 더 많습니다. 그들이 종종 형량을 낮추기 위해 하는 말이 있지요. '심신 미약'. 그들은 오히려 정신 질환을 자신의 형량을 낮추는데 이용하는 악질들입니다


자 그렇다면 오히려 이렇게 말해야 하지 않을까요? "정신 질환자들보다 무려 두 배나 더 범죄를 저지르다니! 그들은 잠재적인 살인마들이야!" 하며 매일 마주치는 사람들을 보며 두려워 떨고, 피해야 하지 않을까요? 하지만 우리는 그러지 않습니다. 아이러니합니다.


병원 응급실에 일하면서 종종 조현병 환자들을 만나게 됩니다. 그런데 저 역시도 그들을 만날 때마다 편견을 갖고 만난다는 사실을 최근에 알았습니다. 그들이 가지고 있는 대표적인 증상이 환청이나 환각을 보는 것입니다. 어떤 경우에는 실제로 "사람을 죽여라"는 환청이 들리기도 한다고 합니다. 그리고 종종 망상에 빠져서 있지도 않은 사실을 말하거나 믿습니다. 예를 들어, 누군가가 자신을 죽이려 한다고 주위 사람들에게 말을 합니다. 또한 무언가에 집중하는 데에도 문제가 있어서 명확하게 말하거나 질문하는 말을 이해하지 못하고 다른 소리를 합니다. 의미 없는 단어나 구절을 사용하기도 합니다.


https://www.healthline.com/health/schizophrenia/how-to-help-someone-with-schizophrenia#read-up


이런 증상에 대해 알고 있는 저는 당연히 이들을 만나서 대화할 때마다 "음... 지금 이 사람이 사실을 말하고 있는 거 맞아?" 하는 생각을 했습니다.. 그런데 하루는 어떤 여성 환자가 응급실에 왔습니다. 이유는 가정 폭력이었습니다. 남편에게 맞아서 갈비뼈가 부러져 응급실을 찾았습니다. 환자를 만나기 전에 환자 기록을 살펴봤습니다. 어떤 경우에는 정신 질환 기록까지도 살펴보기도 하지만, 가정 폭력으로 왔기 때문에 의료 기록과 가정 폭력 기록을 살펴보고 환자를 만났습니다.


전날에 있었던 폭력 사건에 대해 진지하게 대화를 나눴습니다. 있는 그대로 받아 적고, 경찰에 보고를 했습니다. 조사가 다 끝난 후에 마지막으로 환자의 안전을 확보하는 계획을 짜기 위해 환자와 이런저런 대화를 주고받았습니다. 그런데 그때 환자가 한 마디를 합니다. "제가 조현병이 있어서 약을 처방받아야 합니다".


순간 당황했습니다.  조현병 환자라는 사실을 알게 되어서 당황한 것도 아닙니다. 그 환자가 지어낸 이야기를 했기 때문도 아닙니다. 그 환자가 말한 모든 내용은 다 사실이었습니다. 그럼 무엇 때문에 당황했을까요? 제가 전혀 눈치를 채지 못했기 때문입니다. 편견입니다. 만약 미리 이 환자가 조현병을 가지고 있었다는 것을 알았다면 제 반응이 어땠을까요? 아마 '의심의 눈초리'로 바라봤을지도 모릅니다.


조현병을 앓고 있다고 해서 매일 같이, 매 순간  비정상적인 행동만 하는 것은 아닙니다. 조현병을 앓고 있다고 해서 자동적으로 폭력적으로 변하거나 위험한 행동을 하는 것이 아닙니다. 그럼에도 우리는 조현병 환자에 대한 편견을 버리지 못합니다.


사실 제가 이 글을 쓰기로 결심한 이유가 있습니다. 요즘 저는 네이버 지식인에서 무료로 고민 상담을 해 주고 있습니다. 그런데 한 분이 이런 고민을 올렸습니다. 질문은 "조현병 어머니를 어버이날에 챙겨 드려야 할까요?"였습니다. 어찌 보면 답은 쉬워 보입니다. 하지만 당사자 가족에게는 너무나 큰 고민거리고 힘든 일입니다.



사실 정신 질환을 다룬 드라마들은 우리에게 정신 질환자들에 대한 편견을 깨도록 돕습니다. 많은 뉴스 기사와 블로그들도 정신 질환에 대한 증상, 치료는 설명하지만 정작 정신 질환 환자의 가족에 대한 이야기는 별로 하지 않습니다.


조현병은 환자에게만 영향을 미치지 않습니다. 당사자뿐만 아니라 가족과 가까운 지인들에게도 영향을 줍니다. 한 연구 결과에 따르면, 조현병 환자를 둔 가족 안에서 지나친 감정 소모, 비판적인 말들, 적개심, 극심한 스트레스 등이 나타난다고 합니다. 네이버에 고민을 나누신 분은 자신의 가정이 풍비박산이 났다고 합니다. 조현병은 특히나 과대망상을 보이기 때문에 주변 사람들에게 상당한 스트레스를 주고, 불신과 분열을 가져옵니다.


또한 조현병 환자를 둔 가족은 정작 자신들의 정신 질환 문제, 우울증 등이나 선체적인 질병을 발견하지 못하거나 관리하지 못한다고 합니다. 정작 자신이 문제가 생겼는데 주변에 도움을 청하지 못합니다. 대부분의 이유는 혹시나 사람들이 자신들에 대해 편견의 눈으로 바라볼까 하는 두려움이거나 아니면 실제로 사람들이 조현병 환자 가족이라는 이유 때문에 도움을 거절하기 때문입니다.

https://library.neura.edu.au/schizophrenia/families/impact-on-family/index.html


그렇다면 조현병 환자를 둔 가족이나 지인들은 어떻게 하면 조현병 환자를 도울 수 있을까요?


아마도 조현병 환자가 환청이나 환각을 보일 경우 혹은 과대망상으로 있지도 않은 사실들을 말할 경우, 종종 어떻게 반응해야 할지 모르실 겁니다. 도대체 무슨 말로 대꾸를 해야 할지 모르는 것은 아주 흔한 반응입니다. 하지만 여전히 조현병 환자가 겪는 혼란이나 공포나 실망감 등에 대해서 공감해 줄 수 있습니다. 아마도 조현병을 앓고 있는 어머니, 아버지, 딸, 아들 (그 누구라도)이 실제로 겪고 있는 일이 어떤 일인지 정확히 이해하지 못하더라도 여전히 그들이 겪는 일을 인정(validate) 해 줄 수 있습니다.


가령 이런 것입니다.

"네 아빠가 날 죽이려고 음식에 약을 탔어!"

그러면 "무슨 말 같지도 않은 소리를 해? 무슨 아빠가 죽이려고 약을 타요, 참나"라고 하지 말고,

"어머니, 아버지가 엄마를 죽이려고 하는 것 같아? 그래서 지금 많이 무서우세요?"라고

그들이 겪는 공포를 인정해 주는 것입니다.


조현병 환자들이 말하는 것을 거짓말이나 지어낸 이야기로 치부하지 마세요. 실제로 그들에게는 그들이 보고, 듣고, 믿는 것은 완전히 현실이라는 것을 기억해야 합니다. 우리도 마찬가지입니다. 내가 말한 이야기를 다른 사람이 무시해 버리고 말도 안 되는 이야기로 치부해 버리면 어떤 기분이 들까요? 마찬가지로 조현병 환자들도 자신이 말하는 것을 들어주고 지지해 주길 원합니다.


만약 조현병 환자를 만나게 되신다면 이렇게 말해 보세요.

"집에서 낯선 사람을 보면 정말 무섭겠군요. 좀 더 안심할 수 있도록 제가 도와드릴 수 있는 일이 있을까요?"   "누군가 당신을 지켜보고 있다고 느낄 때 외출하고 싶지 않은 마음은 이해합니다. 제가 함께 있으면  시간이 빨리 가는데 도움이 될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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