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감자 Jul 16. 2023

4G, LTE가 난무하는데 내가 3G면 어쩌죠

세상은 빠른데 나만 느린 감자

한때 TV에서는 통신사 광고가 판을 쳤다. 누가 누가 더 빠른지 시합이라도 하는 것처럼 갖가지 이름을 붙여가며 광고를 하기 바빴다. 그 이름들에는 꼭 숫자가 들어갔는데, 2G, 3G, 4G, 그리고 5G와 LTE로 넘어가면서 이제는 3G 데이터로는 한국인들의 마음을 달래기 버거울 정도가 되었다. 우리는 그만큼 빠른 세상에 익숙해졌다. 그리고 나는 익숙함과 적응은 다르다고 생각한다.


 빨라진 데이터 속도만큼이나 요즘은 동영상 플랫폼과 SNS 어플들이 판을 치고 새로운 것들이 우후죽순으로 나오고 있다. 휴대폰 사용량을 보면 대체로 그런 어플들이 한 자리를 크게 차지하고 있을 것이다. 그중에서도 내가 가장 많이 사용하는 것은 '인스타X램' 이다. 그 어떤 SNS보다도 내 또래가 많이 사용하고 있고, 내 주변 친구들의 소식을 일일이 묻지 않아도 금방 근황을 알 수 있다. 같은 반은 되었지만 한 번도 말 섞어보지 않은 친구와 세상에서 가장 친한 척 언제든 연락할 수 있는, 연락하지 않더라도 생존신고 정도는 할 수 있는 '좋아요'라는 수단이 적절하게 있다. 해시태그는 또 어떤가. 해시태그로 아예 모르는 생판 남의 소식까지 알 수 있다. 짧은 동영상들을 게시하는 영상들도 알고리즘을 타고 넘어온다. 나는 오늘 모르는 사람의 로맨틱한 '내 남편과 결혼을 결심하게 된 이유'에 대해 시청하고 왔다. 또래의 소식만 올라오는 것도 아니다. 영상 이후에는 시니어 모델 분의 연기 영상까지 알고리즘을 타고 내 눈앞에 펼쳐지기도 했다. 그만큼 우리는 그 어느 때보다도 넘치는 정보의 바다에서 살아가고 있다.

 그리고 이 바다는 때로 독이 되어 돌아와 나를 익사시키려 드는 것만 같다.




생판 모르는 내 또래들은 잘난 점이 많다.

하루가 멀다 하고 포기한 운동을, 식단까지 해가며 한 달 만에 몇십키로를 빼서 예쁜 몸매를 자랑하는 사람.

내가 두 달 동안 붙들고도 원하는 성적을 받지 못했던 자격증 시험을, 2주 만에 완벽하게 해낸 사람.

강의 시간에 집중을 하면서도 이해하지 못했던 나를 두고, 누군가는 벌써 인턴에 대외활동에, 화려한 수상경력까지 갖추기도 한다.

 나는 이 정보의 바다에서 끝없이 가라앉았다. 도저히 내가 이들 틈에 설 자리가 없다고 생각이 들어서. '이런 것'이 청춘인 듯한 빛나는 이들 사이에서 '나의 것'들은 볼품없고 한없이 작게 느껴졌다. 어느 누가 '알바를 꾸역꾸역 해가며 모은 돈이 N원이라 뿌듯해요.'라는 말에 관심을 가질까? 이미 내 또래의 누군가는 주식으로 성공적인 투자를 마쳤다며 자랑하고 있는데.

 지나치고도 거북했다. 때로는 부끄러운 나의 열등감이 나를 성장시킨다 믿고 더 열심히 살고자 노력했지만 점차 독이 되었다. 승모근이 잔뜩 솟은 거울 속의 내 모습은 왜 그들과 같지 않은지 의문이 들었고, 운동 하나 없이 보조제만으로 다이어트를 성공했다는 말도 안 되는 말에 혹하기도 했다. 세상이 나만 두고 성장하고 달려가는 기분. 심지어 그 목적지가 마치 '산 정상'과 같은 것이라 나의 목적지는, 내가 가는 길은, 내가 달려가고 있는 길은 볼품없어 보여 숨고 싶었다.


 앞으로 이에 대해 쓸 말이 비슷하고도 많겠지만, 이 글을 읽는 당신은 알았으면 좋겠다.

세상이 빠르고 좋아졌다고 해서 누군가는 우리에게 복에 겨운 줄 모른다고 할 테지만 우리는 우리대로의 구명조끼를 찾아 입어야 한다. 남들의 소식을 그만 보고 나를 보아야 할 때가 되었다. 우리는 우리만을 볼 때가 되었다. 그렇게 말하고 싶다. 빠른 세상 속에서 나 하나 소식이 느리다고 뒤쳐지는 게 아니니까. 우리는 우리대로 삶을 사는 거다. 람보르기니가 있든 말든, 우리는 그냥 모닝으로 달리는 거다.

작가의 이전글 '지금'을 살기 힘겨운 이들에게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