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즈덤하우스 위클리 픽션, 위픽 #5

김유원 작가님의 ≪와이카노≫ - 모체와 유체의 Zeroing

by 젊은최양

임솔아 작가님의 ≪엄마 몰래 피우는 담배≫를 한강 선생님의 ≪채식주의자≫, 안담 작가님의 ≪소녀는 따로 자란다≫, 전혜진 작가님의 ≪고르디우스의 매듭을 자르면≫과 연결하며 딸과 모(母)와의 관계, 그리고 모의 태(胎)를 공유한 사이에 대해 고민했다. 그와 동시에 고독과 돌봄에 대한 사회적 문제를 엿보았다.


요새 감상에 대해 자주 의견을 나누는 언니들이 있다. 삶의 중간중간에, 그간 읽거나 본 것을 나눠보면 우리가 자꾸만 모체 안으로 돌아가고 있음을 알게 된다. 이는 단순히 요즘의 것들을 보고만 느낀 것이 아니다. 나는, 그리고 리는 서양의 고전 문학에서부터 동양의 최신 애니메이션까지 가리지 않고 누리는 편인데, 그 모든 것에서 알게 된 사실이다.


특히나 한국의 정취를 물씬 느낄 수 있는 국내 현대문학에서는 그 향이 더욱 짙다. 임솔아 작가님의 ≪엄마 몰래 피우는 담배≫에서도 그랬지만, 김유원 작가님의 ≪와이카노≫에서도 그랬다.


하지만 몇 가지가 특유한 지점이 있었다.

대부분의 작품에서는 유체(遺體)를 기준으로 어미를 바라본다.

모체 밖에서 수 년 동안 성숙하며 자신만의 것들을 고착하는 중인 자식이 전통적인 구식의 어른을 이해해가는 방식이라고 볼 수 있다.

하지만 ≪와이카노≫에서는 어미가 늙어가는 중에 미쳐 놓친 부분들을 어떤 자극을 계기로 반추해나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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또한, 사회적 문제를 시사하기도 한다.

≪엄마 몰래 피우는 담배≫가 고독과 돌봄에 대한 사회적 문제를 살피고 있다면,

≪와이카노≫는 '대가에 대한 상대성'과 '현대 사회에서의 가치관과 성향'을 넌지시 말한다.

독자(노동자라면 제21대 대통령 선거를 경험했다면) 개인에 더 현실적으로 맞닿아 있는 포인트가 몇 담겨 있지만 오히려 부담이 되지 않았다.


대구 한 시장의 칼국숫집 사장님이자 해리의 엄마인 선희를 통해 '대가에 대한 상대성'이 보인다.

젊은 새댁일 때부터, 큰 아들을 장가보내는 순간까지, 둘째 딸이 대학을 졸업해 사회의 일원이 될 때까지, 그리고 남편을 여의고 기운이 다 빠질 때까지, 매일 열 시간 넘게 서 있는데도 따로 운동을 해야 하는 지금 이 순간까지 선희는 27년 동안을 주말도 없이 새벽 5시 30분부터 재료가 소진될 때까지 '찬성칼국수' 가게에서 큰 아들의 이름인 '찬성'으로 불린다.

대기업의 임원도, 국가 공공 기관 또는 공기업의 안정된 일원도, 자기만의 기업의 최고 결정권자도 아니지만 성실성은 선희를 배신하지 않았고 두 자녀가 자리를 잡고도 본인을 되돌아볼 수 있는 정도까지 채워주었다.


새시 교체뿐만 아니라 바닥, 천장, 조명, 싱크대까지 싹 다 뜯어고쳤다. 재개발 구역으로 지정될 가능성이 높다는 소문이 돌고 있었기 때문에 집을 팔 생각은 하지 않았다.

위즈덤하우스의《와이카노》 p.13


욕실은 선희가 돈 들인 보람을 가장 많이 느끼는 곳이었다. (중략) 덕분에 선희는 일을 마치고 매일 반신욕 하는 호사를 누릴 수 있게 되었다. (중략) 그리고 안방으로 들어가 내복을 꺼내 입고 수면 양말을 신은 뒤 침대에 앉아 마사지를 시작했다. 버튼만 누르면 몸을 덜덜 떨어대는 마사지기로 하루 종일 국수를 만드나라 굳은 어깨와 팔뚝과 종아리를 풀어주고 주먹으로 팡팡 겨드랑이를 치고 문질러주었다. 다음엔 바닥에 요가 매트를 깔고 TV 건강 프로그램에서 배운 대로 엉덩이를 들고 짐승처럼 기었다가 누워서 팔다리를 들고 부르르 떨었다가 무릎을 세운 후 엉덩이를 힘차게 들어 올렸다.

같은 책, p.16



개인의 노력은 상관으로부터 또는 고객으로부터의 인정이 있을 때 실제적인 보상으로 변모한다.

선희의 노력은 맛 좋은 국물과 면을 빚었고 단골과 멀리서 온 손님들의 인정으로 실제적인 보상, 즉 쉽지는 않지만 꽤 괜찮은 매출을 낳았다.

선희는 평생 남으로부터 받은 인정에 감사하며 삶을 영위하고 있었지만 정작 옆에 있는 경숙의 노력을 인정하지 않고자 한다.

근로자에 관한 최소한의 보호인 근로계약서 작성 및 교부, 최저임금 준수, 퇴직급여 지급 중 마지막 것에 반항하고 거부한다.


퇴직금을 달라니, 말이 되는 소리를 해야 상대를 하지.

같은 책, p.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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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지막으로,

시대성 및 문화성, 즉 현대 사회에서 개인의 가치관과 성향을 자연스레 녹여냈음을 찾을 수 있었다.


술 냄새와 화장품 냄새를 풍기며 오는 여자들 사이엔 남자였다가 여자가 된 손님도 있었다. 곱게 화장한 얼굴과 달리 걸걸한 목소리 때문에 처음엔 거부감이 들었는데 1년, 2년 보다 보니 그냥 똑같은 사람이었다.

같은 책, p.94


책 내용을 이야기하기 어려우면 곧 있을 대통령 선거 이야기를 해도 좋겠다고 생각했다. 지금까지 선희는 딸이 제발 찍지 말라고 하는 후보들에게 표를 줬다.

같은 책, p.94



스스로를 다독이는 대사에서, 몰랐던 딸의 서사를 알게 되고 눈물짓는 딸의 목소리에 어쩔 줄을 몰라하는 반응에서 어른의 반추를 미어지며 지켜보았다.


뭐 이런 거 가지고 그라노. 선희야, 괜찮다, 선희야, 괜찮다.

같은 책, p.60


니 와이카노? 니 진짜 와이카노?

같은 책, p.1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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