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은 한국과 가까워 자주 자유롭게 오가며 지낼 수 있을 줄 알았다. 말 그대로 일본으로 이사 온다는 생각으로 왔다. 물론 지금도 여기 이사 왔다고 생각은 하고 있다.
근데 지내보니 그건 아니었다. 삶은 어느 한 곳에 자리 잡을 수밖에 없고, 벌써 이곳의 삶이 넓게 점점 넓게 펼쳐지고 있다. 쉽게 자리를 비울 수 없을 만큼.
이곳은 현재의 거주지로 내게는 꽤 괜찮은 곳이지만, 한국과의 공간적 제약으로 아쉬운 순간이 온다. 이를테면 잠시 아름다운 서점의 점원이 될 수 있는 일을 놓친 일 같은. 서점을 하고 싶어 하는 친구가 보내온 서점 사진에 깜짝 놀랐다. 거기서 며칠간 일할 사람을 찾는다는 거였다. 서점을 당장 차릴 수 있는 것도 아니고 앞으로도 직접 차릴 수 있을지 어쩔지도 모르는데 저렇게 아름다운 서점을 잠깐 맡는다고? 며칠 동안 거기 꽂혀서 그 사진을 봤지만.... 장시간 이곳을 비울 여건이 안되어.. 접었다. (물론 주인이 날 채용할지도 모르면서;.) 그 와중에 계획은 구체적으로 세워 같이 갈 친구도 물색해 놨었다. 진짜로 궁금하다. 아름다운 서점의 운영자가 되어 그곳에 상주하는 마음이. 현실보다는 환상 쪽 측면이 궁금한 것 같다. 거기 앉아서 하루종일 책을 보는 나를 그려보는 거다. (책 발주 넣고, 청소하고, 돈계산하고 등등은 떠올리지 않고.)
다른 하나는 결혼식 축사에 관한 건이다. 그동안 받았던 제안 중 가장 영광스러운 제안이 들어왔다. 무려 결혼식 축사 제안이. 내가 축사를? 30년 가까이 된 나의 무척 소중한 친구이고, 과분하게도 어쩌다 소개팅을 주선해 성사시켰지만 그래도 축사라니. 이보다 영광스러운 일이 있을까... 일단 모든 가능성을 열어 놓고, 어찌 됐던 축사를 써 내려갈 예정이다. 이미 머릿속에서는 결혼식의 현장으로 날아가 축사를 읽는 장면이 몇 번 재생되었다. 어떻게 될지 모르지만, 그럼에도 일단 축사를 써 보는 자체로 굉장히 기쁠 것 같다. (일단 내 결혼생활부터 좀 돌아봐야겠지만.ㅋ) 최근 머릿속을 맴돌던 설렘을 준 일을 기록해 보았다.
※설렘: 마음이 가라앉지 아니하고 들떠서 두근거림. 또는 그런 느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