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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다운 평범함

by Ding 맬번니언

한국의 가족들은 늘 나에게 말했다.
“그냥 평범하게 살아라.”
그들은 나에게 여자와 결혼하고, 안정된 직장에 다니며, 평범한 가정을 꾸리라고 말했다. 그들에게 평범함은 곧 ‘보통 사람들의 삶’의 다른 이름이었다. 하지만 나는 그들과는 조금 다른 방향으로 살아왔다.

그들이 말하는 ‘평범한 삶’과는 거리가 멀지만, 나는 지금 나다운 방식으로 나의 평범한 삶을 살고 있다. 호주에서 스티븐과 함께 살며, 행복이를 키우고, 매일 일하고, 웃고, 때로는 지치고 그 모든 하루가 나에게는 너무도 자연스럽고, 그래서 평범하다. 다만 그 평범함의 모양이 다를 뿐이다.


얼마 전, 나는 또 다른 형태의 평범함과 마주했다. 행복이가 유일하게 잘하는 테니스에서 예상치 못한 일을 겪었기 때문이다. 아이는 무슨 대회에 나가거나 학교 대표로 선발된 것도 아니었다. 그저 내년 여름, 6학년 스포츠 클럽에서 테니스를 계속할 수 있을지 결정되는 아주 사소한 순간이었다. 하지만 그조차 쉽지 않았다.


행복이는 ADHD를 가지고 있다. 그 사실을 아는 나는 이해하려 노력했지만, 한편으로는 실망감이 밀려왔다.
‘그래도 테니스만큼은 잘할 거라 믿었는데…’
그때 깨달았다. 나는 행복이에게 ‘결과를 통해 인정받는 평범함’을 바라고 있었다는 것을.


그 순간, 한국의 가족들이 나에게 기대했던 평범함이 떠올랐다. 결국 그들도 나에게 어떤 틀 안의 평범함을 기대했었다. 그게 내가 행복이에게 바랐던 모습과 다르지 않다는 사실이 가슴을 울렸다.


나는 행복이를 통해 깨달았다. 아이에게 진정 필요한 건 기대가 아니라 이해라는 것을. 그리고 어쩌면 나의 가족들도, 나에게서 그런 ‘이해의 평범함’을 기대하고 있었는지 모른다.


이제 나는 안다. 평범함은 누군가가 정해주는 모양이 아니라, 각자가 만들어가는 삶의 리듬이다.
누군가에게는 아내와 아이가 있는 가정이 평범함일 수 있고, 나에게는 스티븐과 행복이와 함께 살아가는 지금의 삶의 가장 평범하면서도 가장 특별한 일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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