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음 주에 마무리 파티해요"
"각자 간식 한 가지씩 준비해 오면 좋을 것 같아요"
신이 난 표정으로 열개의 입이 합창하듯 말했고 그렇게 우리의 작은 쫑파티가 시작됐다.
여군인 그녀는 px에서 새우깡, 꿀꽈배기, 바나나킥 등 추억의 과자를, 누구는 하리보가 우뚝 서있는
앙징맞고 달달한 케이크, 방울토마토와 포도, 빵과 음료 등이 합평하는 글이 놓여있던 자리를 대신했다. 총 8회 차로 진행된 이번 과정은 1인당 8페이지 내외 소설이나 에세이를 작성해 합평 후 최종 원고를 한 권의 도서로 발간하는 과정이었다. 도로변에 붙어있는 현수막을 보고 설레는 마음으로 한자리에 모인 작가 지망생은 모두 10명. 나이는 20대부터 60대까지 다양했지만 이른바 인생의 사춘기를 겪고 있는 40대 중반이 대다수였고 심지어 사이좋은 부부까지 합류해 눈길을 끌었다.
물론 수업기간 내내 나란히 앉아서 수업을 듣던 그들이 부부라는 건 종강을 앞둔 마지막 수업에서 알게 되었지만. 삶의 여유와 돌파구를 찾던 아내에게 남편이 수강을 권유했고 함께 참여했다는 말을 듣고 모두 부러움을 감추지 못했다.
수업은 첫날 본인이 앞으로 쓰고 싶은 글의 개요 작성을 시작으로 매주 합평과 퇴고하는 방식으로 이어졌다. 처음에는 망설이던 나를 포함한 그들은 어느 순간 한마음이 되어 서로의 작품에 대해 의견을 말하기 시작했고 그렇게 8주가 후다닥 흘렀다. 7주 차를 마친 후 우리에게는 작가와 책 소개 과제가 주어졌다. 수강생 중 한 명이 자원해 책의 프롤로그 작성을 맡았고 좀 더 수정을 원할 경우 한번 더 퇴고하는 과정을 거쳐 최종원고를 제출하면 10인이 함께 엮어낸 특별한 책 한 권이 세상에 빛을 보게 된다.
이 수업에서 특이한 점은 간단하게 이름이나 참여 동기만 공유했을 뿐 개인적인 이야기를 거의 하지 않았다는 것이었다. 주 1회 수업이라 글쓰기 이론과 합평만 하기에도 숨찬 수업방식 때문이기도 했고 굳이 알려고 하지도 않았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마지막 수업인 8회 차에 모두 약속한 듯 입을 모아 말했다. 굳이 사적인 대화를 하지 않았음에도 글을 통해 그 사람의 삶과 인생관에 대해 자연스레 알게 되었고, 짧은 기간임에도 내적 친밀감과 동질감이 싹텄다는 것. 직장과 육아 스트레스 속에서 살기 위해 글을 쓰고 책을 읽었다는 그녀. 마음속에 상처로 남아있는 응어리들을 다 녹여내고 이제 환하게 웃고 싶어서 쓴다는 평화주의자. 저릿했던 연애 이야기를 글로 풀어내면서 마음이 더 단단해졌다는 20대 그녀 등 우리는 이미 글을 통해 서로 익숙해져 있었던 것이다.
마지막 소회를 나누는 시간, 나 또한 첫 수업 때 내가 가장 연장자여서, 다 초보인 듯 말했지만 서슴없이 글을 써 내려가는 수강생들을 보며 놀랬던 일. 쓰는 일에 좀처럼 미련을 버리지 못해 다시 배우는 일에 도전했고 덕분에 다시 쓰고 싶은 욕망이 생기는 특별한 계기가 되었노라고 말했다. 이렇듯 배움은 우리에게 참 많은 것을 가르쳐주고 알게 해 준다. 단순히 눈에 보이는 성과나 지식을 얻는 일뿐 아니라 그 시간을 통해 정말 내가 원하는 것이 무엇인지 명확하게 알게 해주는 것이다. 그리고 그 과정 속에서 나와 비슷한 사람들의 생각과 삶을 들여다보면서 한 단계 성장하기도 한다. 몇 번을 더 읽고 퇴고한 후 떨리는 맘으로 최종원고를 제출했다. 물론 활자화된 책이 나오면 여전히 부끄럽겠지만 배움의 과정을 통해 글쓰기의 매력을 다시 알게 해 준 8주간의 시간은 다정한 순간으로 기억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