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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정은숙 Sep 22. 2022

"잘 부탁드립니다"

간식에 담긴 마음

오전 10시경부터 오후까지 책상 한편에는 간식거리가 쌓이기 시작한다. 모둠떡부터 시작해 샌드위치, 앙버터가 들어있는 호두과자, 쿠키, 마카롱, 고구마빵까지 종류 또한 다양하다. 문구도 다양하지만 자리이동을 축하한다거나 새로 온 직원을 잘 부탁한다는 내용이 주를 이룬다. 젊은 직원들이 보내는 경우 캐리커쳐와 애교 넘치는 문구가 들어가 있어 재치와 발랄함이 절로 느껴진다.


언젠가부터 인사발령이 나면 화분 대신 간식을 보내는 문화가 생겼다. 화분이 이쁘고 화려하지만 관리하기가 어려워 고사시키는 경우가 많다 보니 동료들과 함께 나눠 먹을 수 있는 먹거리가 그 자리를 차지하기 시작한 것이다. 처음에는 떡집에서 박스로 보내는 단순한 종류였지만 어느 날부터 떡 종류도 다양해지고 빵을 선호하는 젊은 직원들의 기호를 반영한 야채 샌드위치가 그 자리를 차지했고 지금은 더욱 다채로워 진 것이다.


간식이나 화분을 챙긴다는 것은 그 사람과의 친분이 두텁다는 것을 의미한다. 최소한 같은 부서에서 근무했거나 가끔 밥을 먹을 정도의 관계를 유지하고 있다는 것이다. 그에게 배달되는 간식이나 화분에 달린 리본을 보면 평소 그의 사교성이나 대인관계도 또한 자연스럽게 알 수 있다.


선물을 받고 나면 이내 고맙다는 전화를 하거나 메시지를 보낸다. 그리고 맺음말은 항상 '곧 만나서 밥 먹자' 또는 '얼굴 보자'라는 말이다. 밥을 먹자거나 얼굴을 보자는 말은 그와 만나고 싶다는 말이다. 또한 그에게 관심이 있고 그와 대화를 나누고 싶다는 뜻이다.


  어떤 시인은 인생에 대한 원망과 분노를 '인생은 나에게 술 한잔 사주지 않았다'는 시구로 표현한 적도 있지만 우리가 힘들고 어려운 인생이라는 파도를 잘 건너갈 수 있는 힘은 늘 말없이 서로 챙겨주고 보듬어주는 따듯한 사람들이 곁에 있기 때문이다. 오늘도 그와 그녀들의 다정한 마음들을 기억하며 힘차게 하루를 맞는다. 인생은 나에게 술은 사주지 않았을지는 모르지만 참 좋은 사람들을 만나게 해 준 것은 분명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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