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러버 김구름!
그런데 살다 보면 가끔은 어쩔 수 없이 공을 줄 때가 있다. 핸드폰이 어린아이에게 굉장히 나쁜 영향이 있다는 걸 모두가 알지만, 어쩔 수 없이 손에 쥐어주게 될 때가 있는 것처럼.
-청소를 해야 하는데 청소기 소리에 자꾸 짖을 때
-누나가 밥 먹거나 공부하는데 자꾸 입질하며 귀찮게 할 때
-엄마가 출근해야 하는데 놀자며 못하게 할 때
-형이 아무 생각 없이 던져줄 때
이럴 때 공을 입에 문 구름이는 아주 흥분을 한다. 공 소리만 들어도 주의가 집중되고 자꾸 가족들 옆에 가져다 놓고 던져달라고 난리다. 그러다가 꼭 스스로 꺼내기 힘든 티브이 선반 밑이나 냉장고와 벽 사이의 아주 작은 공간에 공을 입으로 툭 밀어 넣고는 꺼내 달라고 찡찡거린다. 그 모습이 안쓰러워 꺼내 주면 몇 번을 그 행동을 반복하니 결국 귀찮아서 공을 보이지 않는 곳으로 숨겨버리게 만드는 녀석이다.
공이라고 다 같은 공도 아니다. 다땡소에 가면 반려동물 코너에 소형견의 입에도 딱 맞을 듯한 작은 공을 판다. 2개가 한 묶음인데 하나는 야구공 모양, 하나는 축구공 모양이다. 이 둘 중 우리 구름이는 야구공 모양만 좋아한다. 가끔 야구공을 찾을 수 없을 때 대안책으로 축구공을 주면 거들떠도 보지 않는다. 그럴 때 보면 녀석이 줏대가 있다.
가끔 너무 가족들과 놀자고 괴롭히거나, 발사탕에 푹 빠져 헤어 나오지 못할 때에는, " 구름아~ 공 어딨어? "라는 한마디면 100% 구름이의 이목을 끌 수 있다. 그 말을 듣는 동시에 고개를 상하좌우로 이리저리 둘러보며 공을 찾는 구름이는 공을 좋아하다 못해 집착하는 수준이 아닐까 생각한다. 뭐든 적당한 게 좋은데...
그래도 어쩔 땐 나에게도 그런 놀이가 하나쯤은 있었으면 싶다. "넌 뭐 할 때 제일 신나고, 스트레스 풀려?"라고 누군가 내게 물어왔을 때, 뭐 하나 딱히 내가 제일 좋아하는 게 이거다라고 대답할 만한 것이 없는 나로서는 구름이의 아지트만큼이나 구름이가 공놀이가 부러운 순간이다. 아~ 숙제가 하나 또 생겼네.. 아지트와 함께 찾아보자... 나의 최애 놀이는 뭘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