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자인(D)이 문제를 해결하는 것이라는 정의대신 좀 더 쉽게 와닿을 수 있는 스트레스라는 단어를 통해 설명해보고자 했던 문장이다. 이는 UX의 본질적 문제의식과도 연결된 주제로, 시스템 중심적 설계가 아닌 사용자 중심적 사고를 어떻게 견지해야 하는지를 되짚는 물음일 수 있겠다.
복잡성 자체는 대부분 시스템이 성장하면서 자연스럽게 생기는 부산물이다. 기능이 늘어나고, 이해관계자가 다양해지며, 업무나 서비스의 흐름이 복잡해지면 그 구조 역시 복잡해지는 것은 어쩔 수 없는 일이기도 하다.
하지만 문제는 이 복잡성이 설계자나 운영자의 관점에서는 자연스럽게 수용되지만, 사용자 입장에서는 전혀 다르게 체감된다는 점이다. 사용자는 시스템 내부의 논리나 제약을 알 수 없기 때문에, 표면적으로 드러난 인터페이스가 복잡하면 그것이 곧 '불친절함'이나 '스트레스'로 전이되기 마련이기 때문이다. 그리고 그 스트레스는 종종 서비스에 대한 신뢰나 충성도로 연결되기까지 한다.
실무에서 항상 의식하는 부분은 "사용자는 시스템을 알 필요가 없다"는 전제다. 다시 말해, 시스템의 복잡성을 사용자에게 전가하는 순간, UX 설계자로서의 책임을 다하지 못하고 있다고 판단 가능하다. 그래서 실무에서도 '시스템의 언어'가 아닌 '사용자의 언어'로 인터페이스를 설계하려 노력한다.
예를 들어, 내부 프로세스상 중요한 항목이라도 사용자에게는 큰 의미가 없다면 과감히 보이지 않도록 숨김 처리하거나, 필요한 경우 사용자 관점에서 재정의하는 작업을 반드시 한다. 이 과정이 쉽지는 않지만, 결국은 사용자 중심 설계의 출발점이자 기본 원칙이자 우리가 존재하는 이유다.
복잡성이 시스템 내부에 존재하는 것 자체는 실은 불가피하지만, 이를 사용자 경험에서 '드러나지 않도록 하는 것'이 UXer의 역량이라고 할 수 있다. 물론 어렵다. 실무에서는 이를 위해 기능의 구조화를 반복하거나, 사용자 흐름을 기준으로 정보 구조를 재배치하기도 하지만 역부족인 경우도 분명 있다.
또, 모든 기능을 다 드러내기보다는 상황 맥락에 따라 기능을 '우선순위화'하거나 '지연 노출'하는 방식을 적극 활용한다. 예를 들어, 초기에는 단순한 기능만 보이게 하고, 사용자의 숙련도가 높아지면 점진적으로 더 많은 기능을 제공하는 방식이다. 이를 통해 복잡성을 '숨기되 유연하게 대응할 수 있는 구조'로 만드는 것이 목표다.
현실적으로는, 복잡성이 단지 기능의 문제만이 아니라 조직의 구조나 관성과도 연결되어 있기 때문에 실무에서 이를 개선하는 데에는 상당한 시간과 조율이 필요하다. 이 때문에 경력자를 우대한다고 봐도 과언이 아닌 대목이다.
기능을 빼야 한다고 UX팀에서 주장해도, 관련 부서에서는 중요 업무라고 생각해서 반대하기도 하고, 이미 구축된 시스템 구조상 수정이 어려운 경우도 많다.
그래서 중요한 것은 단순히 UX 관점에서만 접근하는 것이 아니라, 제품 전략이나 비즈니스 구조까지 이해한 상태에서 문제를 제기하고 설득하는 일이다. 때로는 UX 관점에서 ‘복잡성을 줄이는 일’이 곧 서비스 경쟁력을 높이는 전략이 될 수 있다는 점을 명확히 전달해야 한다.
결국 사용자의 스트레스를 줄이기 위한 UX의 역할은 단순히 예쁜 디자인(d)이나 눈에 띄는 기능을 만드는 데 있지 않습니다. 사용자가 서비스를 이용하면서 무언가를 ‘이해하려고 애쓰지 않아도 되는 상태’를 만드는 것, 즉 직관적으로 사용할 수 있게 만드는 것이 UXer의 본질적 역할이다.
시스템이 아무리 복잡하더라도, 사용자가 그것을 인지하지 못한 채 자연스럽게 서비스를 이용할 수 있다면, 그게 바로 성공한 사용자 경험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