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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일요] 유엑서로 일하고 싶어요 #011

by UX민수 ㅡ 변민수


LG그룹처럼 대기업 그룹 안에는 여러 계열사가 존재하며, 외부에서는 하나의 LG로 보지만 실제로는 다른 회사라는 점에서 각 계열사의 UX 조직도 어떻게 구성되어 있는지 궁금해지는 질문도 받곤 한다. 정확히 말하면, 질문을 하는 사람은 한편 앞서 있다. 대개 이런 지식조차도 없다. 나 역시도 대기업 입사 전까지 잘 모르기도 했으니. 책에서는 이해를 돕기 위해 대학에 비유를 했다.




계열사별 독립 조직 운영


나는 LG전자 내 한 UX 조직에 소속돼 있다. 같은 LG그룹 계열사라고 해도 UX팀은 각각의 계열사 안에서 일정 완전히 독립적으로 운영되고 있다. 즉, LG전자의 UX팀과 LG디스플레이 혹은 LG유플러스의 UX팀은 별개의 팀이며, 각 회사의 비즈니스 특성과 조직 구조에 따라 다른 역할과 기능을 수행한다.


좀 더 정확히 이야기를 하면 이들은 LG라는 이름을 마치 패밀리네임처럼 공유할 뿐, 엄밀히 전혀 다른 회사다. 전혀 다른 회사의 UX팀이 다르게 일하는 것은 어쩌면 너무나 당연한 일 아닐까. 흔히 외부에서는 LG라는 브랜드로 동일하게 인식되지만, 이건 브랜드다. 인사체계, 경영방식, 조직문화 등이 다르고 UX 조직 역시 예외는 아니다. 강조했듯 다른 회사다. 분열을 논하고 싶은 게 요지가 아니라, 지원자 입장에서 이렇게 냉정한 구분이 필요함을 전하고 싶은 것이다.



공통점보다는 차별점 존재


계열사 간에 간혹 협업이 발생할 수는 있지만, 시스템적으로 UX 조직 간의 연결성은 미미하다. 예를 들어, LG전자 내에서도 가전, 공조, 자동차 전장 등 사업부가 나뉘어 있고 각 사업부 UX팀은 상당히 독립적인 체계로 운영된다. 물론 LG전자 UX조직 간에는 일정한 기준이나 가이드, 커뮤니케이션 라인이 존재한다. 하지만 LG화학이나 LG유플러스와는 거의 교류가 없다고 보셔도 무방하다.


하고 싶은 말은, LG유플러스 면접에서 LG전자 얘길 실컷 해봤자 헛수고란 것이다.


이는 대기업 내 UX조직의 특성과도 관련이 있다. 대기업 UX조직은 특정 도메인이나 제품군에 최적화된 형태로 발전하기 때문에 다른 계열사와의 시너지보다는 자체 비즈니스 중심의 과제 수행에 집중하게 된다. 결과적으로 UX 조직은 기업이 속한 산업군의 특성에 맞춰 별도로 발전한다. 이를 지원자 관점에서 해석해 주자면, 왜 지원 시 사업부를 선택하도록 하는지에 힌트가 된다. 선택을 할 수 없는 자와 있는 자의 경쟁력 차이는 실로 엄청 크다.



실무 환경의 현실


외부에서 보기에는 LG라는 브랜드 안에서 UX가 유기적으로 협력할 것처럼 보일 수 있지만, 현실은 각각의 UX팀이 자체 KPI에 따라 움직이며 인사제도, 리소스 배정, 연봉체계, 채용 프로세스도 전혀 다르다.


예를 들어, LG전자의 VS본부 내 자동차 디스플레이와 관련된 UX 담당 조직은, 필요한 인력도 자동차 산업의 이해도가 높은 UXer 혹은 연구자일 수밖에 없다. 반면 LG유플러스 UX팀은 통신서비스에 맞는 리서처와 그와 관련된 UXer를 필요로 할 것입니다. 이렇게 요구하는 역량부터 문화까지 다르기 때문에 채용이나 협업도 상당히 제한적일 수밖에 없다.


UXer가 여러 계열사를 옮겨 다니며 일하는 경우도 사실 드물다. 왜냐하면 이것은 회사 대 회사 간의 인사이동으로 사실상 퇴사와 이직의 과정이기 때문이다. 실질적으로 LG전자에서 일하다가 LG화학 UX팀으로 가기 위해서는 재취업과 유사한 절차를 거쳐야 한다. 이만큼 다른 것이다.



UX 포트폴리오와 조직 매칭


이와 같은 구조라면 UX 포트폴리오를 준비할 때도 무엇이 중요하게 작용할지 예측이 될 것이다. 흔히 “LG”를 목표로 UX 포트폴리오를 준비한다고 하지만, 실상은 어느 계열사, 어느 사업부를 목표로 하느냐에 따라 강조할 내용이 달라지기에 란 “LG”란 바람직한 목표상이 될 수 없다.


예를 들어, 하드웨어 중심의 인터랙션에 익숙한 UXer라면 LG전자나 LG디스플레이가 더 적합할 수 있고, 서비스 기반의 커뮤니케이션 UX 경험이 있다면 LG유플러스가 맞을 수 있다. 이렇듯 준비해야 할 역점과 어필해야 할 역량조차도 달라진다.


심지어는 LG전자 안에서도 사업부에 따라 보고자 하는 방점이 다를 수 있기에 절대적으로 조직을 쪼개고 쪼개서 보는 기술이 필요하다. 어떤 곳은 리서치를 기반으로 방향을 수립하는 조직이고, 어떤 곳은 인터페이스 설계 중심의 조직이다. 때문에 지원하려는 계열사에 맞게 UX 포트폴리오 구성과 어필 포인트도 전략적으로 고려되어야 한다. 문제는 많이들 이 같은 사실조차도 잘 모른다는 것이다.




LG라는 이름 아래 존재하는 각 계열사의 UX 조직은 독립된 시스템과 문화, 구조를 갖고 있으며, 그룹 전체에서 UX가 통합적으로 운영되지는 않는다. 즉 LG UXer란 허황된 목표다.


때문에 LG그룹 UX에 대한 이해보다는 각 계열사의 도메인과 역할에 대해 구체적으로 파악한 뒤, 그에 맞는 준비를 하는 것이 매우 중요하다. 따라서 대기업을 원하실 때는 예를 들어 'LG' 전체가 아닌 LG 내 '어느 계열사'인지 혹은 부서인지를 명확히 인지 정의하고 접근해야 보다 실질적인 준비가 될 수 있다는 것을 유념했으면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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