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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 마거릿 캘버트 ― 길 위의 언어

표지판에 감각을 새기다

by UX민수 ㅡ 변민수

* AI로 연출된 이미지입니다.


길이라는 책을 다시 쓰다


1960년대 초, 영국의 도로는 거대한 철판과 숫자의 무덤처럼 보였다. 표지판은 지역마다 서체가 달랐고, 화살표의 기울기조차 제각각이어서 길을 읽는 일이 하나의 시험처럼 느껴졌다. 차는 늘었지만 언어는 준비되지 않았고, 그 혼란은 매일의 일상이 되었다. 사람들은 속도를 높여 달렸지만, 표지판은 그 속도를 따라오지 못했다. 길 위에는 문장이 아니라 암호가 놓여 있었고, 그 암호는 누구에게도 친절하지 않았다.


그 혼란의 시대에, 한 젊은 디자이너(d)가 ‘길’이라는 매체를 처음부터 다시 읽어내기 시작한다. 마거릿 캘버트(Margaret Calvert, 1936– ). 스무 살을 간신히 넘긴 나이에 국가적 프로젝트를 맡았던 그녀는, 도로라는 거대한 공간을 단순한 이동 경로가 아니라 하나의 커뮤니케이션 시스템으로 바라보았다. 표지판은 그 시스템의 언어였고, 그녀는 그 언어를 다시 쓰려했다.



누구나 읽을 수 있는 ‘길의 문장’


캘버트는 표지판을 기계적 지시나 행정적 명령의 도구로 보지 않았다. 그녀에게 표지판은 ‘보이는 인터페이스’이자 ‘운전자의 감각과 맞닿는 안내자’였다. 그래서 그녀의 작업은 타이포그래피의 혁신이자 감각 설계의 실험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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