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물에 표정을 입힌 사람
1980년대 초, 캘리포니아 쿠퍼티노의 작은 사무실. 그곳에는 커다란 청사진도, 화려한 그래픽 장비도 없었다. 대신 연필과 종이, 스티커 몇 장, 그리고 무엇보다도 ‘초보자를 두려워하지 않는 시선’이 있었다. 수전 케어(Susan Kare)는 그 단순한 도구들로, 당시 아직 낯설고 전문적이던 컴퓨터 화면 위에 전혀 다른 종류의 시각 언어를 쌓아 올리기 시작했다. 당시의 컴퓨터는 여전히 전문가의 영역에 가까웠고, 사용자는 불친절한 명령어 앞에서 위축되곤 했다. 케어는 그 위축의 순간을 정확히 읽어내고, 기술의 세계에 아주 작은 친절을 들여놓을 방법을 찾기 시작했다.
초기 매킨토시는 기존의 텍스트 중심 컴퓨터와 달리 그래픽 사용자 인터페이스를 전면에 내세운 새로운 시도였지만, 그 화면을 사람들에게 어떻게 ‘읽히게’ 만들지는 아직 정리되지 않은 상태였다. 커서 하나 움직이는 일도 서툰 사용자에게는 아이콘, 메뉴, 창이라는 요소들조차 낯선 기호에 가까웠다. 사용자들은 여전히 컴퓨터의 언어를 잘 이해하지 못해 주저했고, 그 주저함은 기술과의 거리감을 더 넓혔다. 그러나 케어는 그 거리를 좁힐 방법을 단순하게 상상했다. “기계가 인간의 언어를 배운다면 어떨까?”라는 질문이었다.
그녀는 32×32 픽셀의 작은 격자 위에 해피 맥(Happy Mac), 휴지통, 시계, 손모양 커서, 가위와 붓 같은 아이콘을 그려 넣었다. 제한된 픽셀 수 안에서 표정 하나, 기울기 하나를 조절하는 일은 섬세한 조각에 가까웠다. 픽셀은 제약처럼 보였지만, 케어는 그 제약을 ‘표정이 있는 기호’로 바꾸었다. 그리고 이 작은 그림들이 사용자를 차갑고 추상적인 인터페이스 앞에서 구해주기 시작했다. 이미 존재하던 데스크톱 메타포와 아이콘 개념은 케어의 손을 거치며, 더 직관적이고 친근한 시각 언어로 재해석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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