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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 수전 케어 ― 아이콘의 창조

사물에 표정을 입힌 사람

by UX민수 ㅡ 변민수

1980년대 초, 캘리포니아 쿠퍼티노의 작은 사무실. 그곳에는 커다란 청사진도, 화려한 그래픽 장비도 없었다. 대신 연필과 종이, 스티커 몇 장, 그리고 무엇보다도 ‘초보자를 두려워하지 않는 시선’이 있었다. 수전 케어(Susan Kare)는 그 단순한 도구들로, 당시 아직 낯설고 전문적이던 컴퓨터 화면 위에 전혀 다른 종류의 시각 언어를 쌓아 올리기 시작했다. 당시의 컴퓨터는 여전히 전문가의 영역에 가까웠고, 사용자는 불친절한 명령어 앞에서 위축되곤 했다. 케어는 그 위축의 순간을 정확히 읽어내고, 기술의 세계에 아주 작은 친절을 들여놓을 방법을 찾기 시작했다.




픽셀이라는 점을 언어로 바꾸다


초기 매킨토시는 기존의 텍스트 중심 컴퓨터와 달리 그래픽 사용자 인터페이스를 전면에 내세운 새로운 시도였지만, 그 화면을 사람들에게 어떻게 ‘읽히게’ 만들지는 아직 정리되지 않은 상태였다. 커서 하나 움직이는 일도 서툰 사용자에게는 아이콘, 메뉴, 창이라는 요소들조차 낯선 기호에 가까웠다. 사용자들은 여전히 컴퓨터의 언어를 잘 이해하지 못해 주저했고, 그 주저함은 기술과의 거리감을 더 넓혔다. 그러나 케어는 그 거리를 좁힐 방법을 단순하게 상상했다. “기계가 인간의 언어를 배운다면 어떨까?”라는 질문이었다.


그녀는 32×32 픽셀의 작은 격자 위에 해피 맥(Happy Mac), 휴지통, 시계, 손모양 커서, 가위와 붓 같은 아이콘을 그려 넣었다. 제한된 픽셀 수 안에서 표정 하나, 기울기 하나를 조절하는 일은 섬세한 조각에 가까웠다. 픽셀은 제약처럼 보였지만, 케어는 그 제약을 ‘표정이 있는 기호’로 바꾸었다. 그리고 이 작은 그림들이 사용자를 차갑고 추상적인 인터페이스 앞에서 구해주기 시작했다. 이미 존재하던 데스크톱 메타포와 아이콘 개념은 케어의 손을 거치며, 더 직관적이고 친근한 시각 언어로 재해석되었다.



말보다 빠른 설명, 그림으로 말하는 방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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UXer · 멘토 · 저자 · Design with capital D · 자기계발 · 갓생 · UX 크리에이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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