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혼잣말의 UX

by UX민수 ㅡ 변민수

혼잣말의 조건


혼잣말은 혼자서 하는 말이다.


집에서 혼자 방 안에서 마치 누가 옆에 있는 것처럼 말을 한다면 혼잣말일 것이다. 또 길거리에서 사람들 무리에 섞여 있지만, 어차피 다른 사람에게 들리지 않을 만큼 작게 읊조리는 말도 혼잣말일 것이다.


결국 청자가 없고, 없어야 하는 것이 혼잣말이다. 말이라는 매체에 정보를 담긴 했지만, 사실상 혼자 생각하는 것과 다를 바가 없다. 즉, 그 속성은 커뮤니케이션이 아닌 것이다.



청자 없는 말, 그 애매한 경계


그런데 꼭 혼잣말을 들으라고 하는 이들과 상황이 있다.


일발의 감탄사 같으면서도 그것보다는 호흡이 길고, 하소연 같기도 한—그래서 마치 들으라고 흘리는 것 같은 애매함을 선사하는 말들.


그것은 혼잣말일까? 하는 사람은 혼잣말이라고 말하겠지만, 누군가 들었다면 그걸 정말 혼잣말이라고 할 수 있을까?



혼잣말과 연습은 다르다


혼잣말이라는 것은 필연적으로 커뮤니케이션이 아니다.


예를 들어 아나운서가 대본을 읽는 연습을 한다고 하자. 이것은 혼잣말이 아니라 연습이고, 결국은 진짜 커뮤니케이션을 위해서 존재한다. 그저 연습의 한 유형일 뿐, 혼잣말을 닮았을 뿐인 혼잣말이 아닌 것이다.


혼잣말은 원천적으로 이런 것과 결이 다르다. 숫자를 까먹지 않기 위해 소리 내어 카운팅 하는 것처럼, 청자가 아니라 나 자신과의 대화이기 때문이다. 그래서 청자에게는 거의 무의미한 정보가 담길 확률이 높다. 아니 그래야 한다.



의미 없는 말, 그러나 드러나는 무언가


이 말을 더 깊이 들여다보면, 혼잣말은 청자가 고려되지 않았기에 무의미할 수도 있지만, 동시에 그의 말 못 할 생각이 은연중에 담길 수도 있다는 점을 시사한다.


그래서 조사를 할 때는 이런 혼잣말 같은 것들을 잘 캐치하는 것이 중요하다. 실제로 ‘밖으로 말하게 하는’ 조사 기법도 있다. Think Aloud. 그러나 이 역시도 기법이지 혼잣말이 아니다.



그런데 공공장소에서의 혼잣말은…


문제는 여기서부터다.


혼잣말이어야 할 말이 공공장소에서는 묘해진다. 들릴 듯 말 듯, 그러나 애매하게 계산된 호흡으로 다다다.


그렇게 흘러나오는 순간, 그 말은 혼잣말이 아니다. 그건 스스로는 부정하면서도 누군가에게 닿기를 바라는 말이다. 책임은 지지 않으면서도 누군가의 귀는 잡아당기는 말.


“그냥 혼잣말이에요.” 늘 이렇게 말할 수 있으니까. 정의되기로는 혼잣말. 하지만 혼잣말이 아니다!



책임 없이 발화하는 습관


공공의 자리에서 흘리는 혼잣말은 사실 혼잣말의 탈을 쓴 발화다. 의도된 소음이고, 가볍게 던진 일종의 퍼포먼스이며, 정작 받아줄 대상은 없는 채 공기만 흔들다 사라지는 말이다. 심하면 폭력으로도 볼 수 있을.


자신은 혼잣말이라 주장하지만, 그 말이 닿기를 바라는 곳은 언제나 타인이다. 아니라고 부정해도 과학적으로 그렇다. 그럼에도 이 혼잣말이 아닌 것을 혼잣말이라고 포장한다. 자기 말에 책임지기 싫고, 그래도 누군가 들었으면 하니까. 이 어정쩡한 욕망은 가장 쉬운 방식으로 표출된다. 입 밖으로.


그런 혼잣말을 들을 때면 참 어이가 없고 때론 화도 난다. 그리고 이건 나의 문제가 아닌 우리의 문제더라. 정말 혼자에게 하는 말이라면, 굳이 이렇게 사람 많은 곳에서 들릴 듯 말 듯 말할 이유가 없을 텐데.


그들의 혼잣말은 사실 혼잣말이 아니라, 그저 아무에게나 닿았으면 하는 소리일 뿐이다. 차라리 곱기라도 하면 좋으련만. 그렇게 생각하면, 차라리 속으로만 말하는 편이 더 정직하지 않을까 싶다. 거짓말보다 못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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