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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일요] 유엑서로 일하고 싶어요 #003

by UX민수 ㅡ 변민수


당연한 말인데 당연하지 않게 들릴 수도 있다. 아마도 서비스 영역의 이야기가 판을 치는 작금의 UX 업계라면 말이다. 하지만 UX는 본래 제조사에서 출발한 용어였음을 상기해볼 필요가 있다.




경험의 총체로서의 UX 개념


사용자 경험(User Experience, UX)은 단순히 제품을 사용하는 행위에 국한되지 않는다. 태생적으로 UX는 물리적 제품(tangible)에서부터 온라인상에서 제공되는 무형의 서비스(intangible)에 이르기까지, 사용자가 어떤 대상과 관계를 맺는 전 과정에서 느끼는 모든 ‘경험’의 총합이었다. 즉, 사용자가 제품이나 서비스를 접하는 모든 순간의 인상, 감정, 만족도가 UX의 본질이다. 이러한 경험에는 시각적, 감각적 자극뿐만 아니라 심리적·사회적 요인까지 다 포함된다. 한마디로 아닌 게 없는 매우 포괄적인 개념이다.



UX의 포괄성과 다학제적 성격


UX의 중요한 특징은 이렇듯 포괄성이고 이로 인한 다학제성이다. 이는 단순히 디자인(d)의 영역에 머무르지 않고, 심리학, 인지과학, 인간공학, 마케팅, 공학 등의 다양한 분야와 맞닿아 있다. 예를 들어 사용자가 스마트폰을 사용할 때 느끼는 경험에는 GUI 디자인의 완성도뿐 아니라, 인터랙션의 직관성, 서비스 구조의 효율성, 브랜드와의 정서적 연결감 등이 함께 작용하는 복합 경험이다.


따라서 UX를 잘 설계하기 위해선 기술적 완성도와 감성적 공감 사이의 균형이 상당히 필요하다. 단, 이 모든 것을 UX 담당자가 할 수 없다는 게 현실적 제약이다. 이상적으로 UX는 모든 임직원이 가져야 할 덕목이고, UX 담당자는 주로 UI에 국한된 문제해결에 총력을 기울이는 것으로 전개될 수밖에 없어 개념과 현실은 괴리가 존재할 수밖에 없다.



사용자 중심의 사고 전환


UX는 ‘사용자 중심’이라는 철학 위에 서 있다. 전통적인 제품 개발이 기업의 논리와 효율을 중심으로 이루어졌다면, UX는 사용자의 입장에서 문제를 정의하고 해결하는 접근을 택한다. 사실 옳은 것도 옳은 것이겠지만 이게 기업에 더 유리해서다. 엄밀히 말하면 ‘기업에 불리하지 않은’ 사용자 중심이라는 말을 생략한 셈이다.


이 과정에서 중요한 것은 사용자의 숨은 니즈를 발견하고, 이를 구체적인 인터페이스나 서비스 경험으로 전환하는 것이다. 실무에서도 ‘사용자는 무엇을 원할까?’보다 ‘사용자는 왜 그렇게 느낄까?’라는 질문을 참 자주 던지기가 어렵다. 이는 문제 해결의 초점을 제품의 기능에서 사람의 감정으로 옮기는 사고방식에 기인한다 할 수 있다. 그래서 ‘UX’라는 사용자 중심 구호가 필요한 것이다.



경험 설계의 실제와 한계


현업에서 UX는 이상적인 이론과 다르게 수많은 현실적 제약 속에서 구현된다. 대기업에서는 UX 리서치, UI 디자인, 프로토타이핑 등이 세분화되어 있으며, 각자의 전문영역에 따라 업무가 분리되어 진행된다. 반면 스타트업이나 에이전시 환경에서는 한 명의 UXer가 기획부터 인터랙션 설계, 시각 디자인까지 전 과정을 담당하기도 한다. 이러한 환경 차이를 이해하는 것이 UX 실무를 준비하는 데 매우 중요하다. UX는 ‘배워서 하는 일’이 아니라 ‘겪어봐야 아는 일’이기 때문입니다.



UX의 본질과 지속가능한 가치


결국 UX의 본질은 기술도 미학도 아닌 사람에 대한 이해다. 사용자가 제품을 통해 느끼는 감정, 신뢰, 만족은 단순히 ‘잘 된 결과물’을 넘어선 가치입니다. 그래서 UX를 단순한 디자인 트렌드가 아닌, 기업과 사용자 간의 관계를 건강하게 지속시키는 전략적 개념으로 봐야 옳다. 사용자 경험이란 결국 제품과 서비스, 그리고 사람을 이어주는 ‘보이지 않는 접점’이며, 그 접점이 얼마나 인간적이고 배려 깊은가에 따라 브랜드의 신뢰와 지속성이 결정되는 것이다.




요약하자면, UX는 물리적이든 디지털이든 사용자가 접하는 모든 접점에서 느끼는 경험의 총체다. 그러니 경험을 설계한다는 것은 어디에서 무슨 일이 벌어질 지 채 다 알기도 어렵단 뜻이 된다. 곧 사용자의 삶을 세밀하게 이해하고, 그 안에서 더 나은 방향을 제시하는 것이 필요한 일인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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