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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일요] 유엑서로 일하고 싶어요 #004

by UX민수 ㅡ 변민수





감정과 경험의 경계


사용자 경험(UX)을 논할 때, 우리는 종종 ‘기능적인 만족’이나 ‘이용 편의성’에 초점을 맞춘다. 하지만 실제로 사용자 경험은 그보다 훨씬 더 넓고 깊은 개념이다. 사용자가 특정 제품이나 서비스를 사용하는 과정에서 느끼는 감정, 생각, 판단 등 모든 주관적 경험이 곧 UX의 일부가 될 수 있기 때문이다.


따라서 어떤 제품을 사용하면서 생긴 짜증, 실망, 감동, 기대감 등 조차도 모두 UX의 범주 안에 포함된다. 이런 점에서 사용자 경험은 단순히 ‘좋은(?) 디자인(d/D)’이나 ‘편리한 인터페이스’의 결과가 아니라, 사용자의 심리적 반응 전반을 포괄하는 총체적 경험이라 볼 수 있겠다.



감정의 미세한 차이와 UX


UX 전문가로서 현업에서 느낀 것은, 때로는 사용자의 아주 미묘한 감정 변화가 서비스의 인식 전체를 바꾸기도 한다는 사실이다. 예를 들어, 버튼 하나의 위치나 애니메이션의 속도 같은 얼핏 소소하고 작은 부분이 사용자의 반응에 제법 영향 미치는 경우를 목도한다.


특히나 사용자는 합리적 판단만으로만 제품을 평가하지 않는다. 충동적 감정, 사소한 불편함, 기대와 다른 반응 등 모든 감정적 요소가 경험의 일부로 각인된다. 때문에 UX 설계자는 이런 비이성적이고 감정적인 반응조차 ‘데이터’로 이해하고 분석할 수 있어야 한다. 그래서 똑똑한 UXer가 곧 유능한 UXer로 대응되지 않는다.



경험의 총합으로서의 UX


한편 UX를 단순히 ‘사용 중의 경험’으로만 한정하는 것은 좁은 해석이다. 실제로 사용자 경험은 제품을 인지하는 순간부터 사용 후의 기억까지 전 과정을 포함한다. 예를 들어 광고를 보고 느낀 첫인상, 구매 과정에서의 기대감, 사용 후 만족감 혹은 불만족까지 모두 이어진 하나의 ‘경험 곡선’으로 바라봐야 한다. 오죽했으면 용어를 창안한 돈 노먼도 모든 것(It's everything!)이라고 했을까?


따라서 UX를 평가할 때는 인터페이스의 완성도뿐 아니라 사용자의 인지적·정서적 흐름 전체 등 폭넓게 고려를 해야 한다. 문제는 이게 현실적으로 쉽지 않다는데 있다. 그래서 현실의 UXer의 실제 역할은 개념 대비 협소해지는 경향이 있다.



UX 설계자의 역할과 태도


UX 설계자는 사용자의 감정에 공감할 줄 아는 태도가 필수적이다. 사용자가 “너무 예민해서 그런 거 아닐까?”라고 느끼는 순간조차 UX의 일부일 수 있다. 즉, 사용자의 불만을 ‘문제’로만 보지 않고 ‘경험의 표현’으로 읽어내는 감수성이 필요하다.


제품을 만드는 사람 입장에서는 대수롭지 않은 사소한 불편이라도, 사용자에겐 브랜드 전체의 신뢰를 흔드는 계기가 될 수 있다. 이런 맥락에서 UX는 ‘기술적 설계’보다 ‘심리적 공감’에 더 가까운 영역이기도 하다. 위에서 이야기했듯 이성적 합리의 영역은 어디까지나 일부분이기 때문이다.




결국 사용자 경험은 ‘기능적인 사용성’ 뿐만 아닌 ‘감정적인 울림’까지 널리 아우른다. 사용자가 느낀 모든 감정적 반응, 심리적 해석, 주관적 판단이 UX의 본질을 이루고 있단 것이다.


이러한 감정적 층위를 인식하고 설계의 과정과 과정마다 잘 반영할 수 있을 때, 비로소 진정한 사용자 중심 디자인(d/D)이 이룩될 수 있다. 다시 한 번 강조하지만 현실의 UX의 역할은 어쩔 수 없이 일부분에 국한될지언정, 원론적으로 UX란 사용자의 생각과 행동은 물론 감정이 지나가는 모든 길목에 존재하는 경험의 총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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