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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일요] 유엑서로 일하고 싶어요 #005

by UX민수 ㅡ 변민수


UX(User Experience)는 이름만 보면 단순히 ‘사용자의 경험’을 다루는 일처럼 보이지만, 실제로는 수많은 전공과 전문 분야가 결합되어야만 제대로 된 결과물을 만들어낼 수 있는 매우 복잡한 작업이다. 그렇기에 UX는 전형적인 다학제적 분야(multi-disciplinary, inter-disciplinary)다. 이 개념을 한 번 살펴보자.




협진과 다학제의 개념적 유사성


먼저 다학제라는 개념을 이해하기 위해 병원에서의 ‘협진’(協診)을 예로 들어보면 좋다. 예를 들어 한 환자가 위장 질환이 있지만, 동시에 당뇨와 심혈관 문제가 동반되어 있다면 소화기내과, 내분비내과, 심장내과 등 여러 전문의가 함께 모여 진료계획을 세워야 한다.


각 과는 자신이 맡은 분야의 전문성을 발휘하되, 하나의 환자에 대한 총체적 접근이라는 목표 아래 유기적으로 협력해야 한다. 이 구조가 바로 다학제적 접근의 본질입니다. 각 전문가는 자신의 도메인을 넘어 상대의 영역도 이해하고 존중해야 비로소 협업이 가능하다.


UX도 이와 동일하다. 겉보기에는 제품이나 서비스를 좀 더 ‘사용자 친화적으로 만드는 일’처럼 보이지만, 그 안을 뜯어보면 심리학, 시각디자인, 산업공학, 인류학, 데이터분석, 컴퓨터공학, 경영학, 마케팅 등 수많은 분야가 서로 얽혀 있다. 그리고 이들 사이의 협업이 제대로 이뤄질 때 비로소 하나의 온전한 사용자 경험이 완성된다.



UX에 필요한 전공의 스펙트럼


실제로 경험해 본 거대 조직의 UX 팀에선 심리학, 산업디자인, 시각디자인, 공학, 인문학, 통계학, 심지어 문예창작과 출신까지도 함께 일하고 있었다. 그럴 수밖에 없는 구조다. UX는 사용자의 니즈를 탐색하고, 이를 인터페이스로 설계하며, 실제 프로토타입으로 구현하고, 다시 검증하는 일련의 과정 전체를 포괄한다. 때문에 각 단계마다 필요한 전문성도 다를 수밖에 없다.


예를 들어, 사용자의 무의식적 행동을 이해하기 위해선 인지심리학이 중요하고, 인터페이스 구성은 시각디자인 혹은 인터랙션디자인의 영역이며, 시스템의 구현 가능성을 고려하면 컴퓨터공학과의 연계가 필수적이다. 서비스 구조나 수익모델을 고려하면 경영학이나 경제학의 시각도 필요하기도 하다.


이처럼 UX는 말 그대로 ‘모든 것을 아우를 수밖에 없는’ 분야다. 사용자를 단순한 클릭 단위로 분석하는 것이 아니라, 그들이 살아가는 맥락 전체를 이해하고 제품에 녹여내야 하기 때문이다. 결과적으로 UX의 본질은 ‘사람을 위한 설계’이고, 사람이라는 존재는 본질적으로 복잡한 맥락과 배경을 가진 존재이기에 그에 대한 이해도 다양한 시각이 필요하다.



실무에서의 다학제 구조


실무에서는 이 다학제적 구조가 더 명확하게 드러난다. 사용자 리서치를 전담하는 사람, 페르소나를 정리하고 시나리오를 도출하는 사람, 정보구조를 설계하는 사람, 와이어프레임을 그리는 사람, 프로토타입을 만드는 사람, 그리고 유저 인터뷰나 AB 테스트를 분석해 개선안을 제시하는 사람까지 각자의 역할이 분명하게 나뉘어 있지만 이들은 하나의 사용자 경험을 만들기 위한 목표 아래 유기적으로 일한다.


그러다 보니 자연스럽게 서로의 영역을 조금씩 이해하고 배워야 하는 상황이 발생한다. 그래서 ‘UX를 하겠다’고 마음먹은 순간부터 이미 여러 분야의 이론과 실무를 접하게 되는 구조가 될 수밖에 없다. 물론 작은 조직에서는 요원한 일이기도 하다. 그렇지만 이러한 개념을 알고 임하는 것과 아닌 것은 차이가 있다. 앞으로의 나의 커리어 전문성을 어떻게 구상해야 좋을지의 힌트가 숨어 있기 때문이다.



이론과 실무의 괴리, 그리고 융합의 중요성


하지만 UX가 다학제인 만큼 그 준비 과정에서 혼란을 느끼는 이들이 많다. 어떤 전공을 해야 할지, 어떤 툴을 써야 할지, 어떤 역량을 갖춰야 할지 정답이 없기 때문이다. 그래서 일부는 이론에만 치우치고, 반대로 실무 중심 툴만 익히는 경우도 있는데, 저는 ‘양쪽을 아우르는 감각’을 갖는 것이 중요하다.


즉, 인문사회 기반의 통찰과 공학기반의 구현 사이를 유연하게 오가는 시선이 UX에서 가장 중요한 역량 중 하나라고 본다. 그래서 UX라는 분야가 실용성이 강조되는 동시에 학문적으로도 매우 복합적인 형태를 띠게 되는 것이다.




다학제의 한계와 기회


물론 다학제는 장점만 있는 것은 아니다. 전공이 다양하고 역할이 흩어져 있다 보니, 명확한 경계 없이 모

걸 다 잘해야 할 것 같은 부담이 생기기도 하고, 본인의 전문성을 정의하기 어려운 상황이 오기도 하기 때문이다. 그래서 UX를 처음 접하는 이들 중에는 ‘나는 도대체 어떤 방향으로 커리어를 쌓아야 하나’라는 고민에 빠지기 매우 쉽다.


하지만 이 또한 기회라고 생각합니다. 자신의 강점을 기반으로 UX라는 넓은 그라운드에서 다양한 방식으로 참여하고 기여할 수 있기 때문이다. 시각화에 강한 사람은 UI 설계나 인터랙션 중심의 UX를, 심리에 관심이 많은 사람은 사용자 리서치나 감성 UX 분야를, 공학에 기반을 둔 사람은 서비스 구조나 백엔드 흐름까지 고려한 UX 전략 수립에 기여할 수 있다. 이처럼 각자의 강점이 UX 안에서 빛을 발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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