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랙션은 '보이는 것'이 전부가 아니다?
인터랙션(interaction)이라고 하면 사람들은 흔히 버튼 클릭, 터치, 애니메이션과 같은 ‘보이고 움직이는 것’을 떠올리지만, 그것이 과연 인터랙션의 본질인가에 대해 생각해볼 필요가 있다. 다시 말해, 시각적 조작 요소나 역동적인 장치 없이도 UX에서 인터랙션이 성립될 수 있는가에 관한 화두다.
인터랙션의 핵심은 단순히 ‘움직임’이 아니라 ‘상호작용’에 있다. 즉, 사용자와 제품 또는 시스템 사이에 어떤 형태로든 정보가 오가고, 그 결과에 따라 반응이 일어나며, 사용자가 그것을 인식하고 해석하는 일련의 관계가 바로 인터랙션이란 것이다.
버튼 클릭이나 애니메이션은 그 상호작용을 더 직관적이고 긍정적인 방향으로 유도하기 위한 표현 방식이지, 인터랙션 그 자체의 본질은 아니다. 본질은 사용자와 시스템이 서로 ‘주고받는 관계’ 그 자체에 있다. 눈에 보이지 않아도, 소리나 진동, 텍스트, 심지어는 시간의 흐름과 같은 요소를 통해서도 인터랙션은 성립 가능하다.
예를 들어 사용자가 스마트폰에서 알람을 설정하고 화면을 꺼도, 시간이 지나면 알람이 울립니다. 이때 사용자는 다시 알람을 끄거나 연기할 수 있다. 이처럼 당장의 조작 없이도 시스템이 사용자의 의도를 기억하고 후속 반응을 제공하는 구조 또한 명백한 인터랙션이다. 이 과정에서 애니메이션이 꼭 있어야만 상호작용이 일어나는 것은 아니다.
마이크로인터랙션 설계 시 사용하는 애니메이션도, 본질적으로는 사용자의 인지를 돕고 긍정적인 피드백을 제공하려는 목적의 시각적 수단이다. 즉, 인터랙션을 ‘어떻게 더 잘 느끼게 할 것인가’를 위한 디자인(d) 전략이지, 상호작용 그 자체의 정의를 구성하는 요소는 아니다.
실제로 UX에서는 시각뿐 아니라 청각, 촉각 등 다양한 감각을 통해 인터랙션이 구성된다. 예를 들어, 자동차 내장 UX에서는 버튼의 눌림감(haptic feedback), 모터의 진동, 전조등의 점멸, 안내음성 등이 모두 사용자와 기기 사이의 인터랙션 역할을 한다. 심지어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음’ 또한 사용자에게 일종의 피드백이 될 수 있다. 기대했던 반응이 아예 없을 경우, 사용자 경험은 부정적으로 해석될 수 있기 때문이다.
이처럼, 사용자가 특정한 조작을 하지 않더라도 시스템의 반응과 해석이 존재한다면, 그 관계 속에는 상호작용이 내포되어 있다고 봐야 한다.
UX 실무에서는 이러한 상호작용의 흐름을 설계하고, 그것이 사용자에게 긍정적 경험으로 연결되도록 돕는 것이 중요하다. 하나 전부가 될 순 없다. 인터랙션 자체는 시스템의 기능적 설계와 맞닿아 있고, 시각적 표현은 이를 '드러내는 방식' 중 하나다.
따라서 UXer는 단순히 ‘보이는 화면’에 집중하기보다는, 그 뒤에 있는 인터랙션 구조를 먼저 설계한 뒤, 그 경험을 보다 나은 방식으로 ‘드러내는’ 것이 핵심 업무라 할 수 있다. 즉, 눈에 보이는 인터랙션은 본질의 ‘결과물’이지 ‘정의’가 아니다. 애니메이션이나 동작, 화려한 터치효과는 사용자 경험을 더 풍요롭게 만들기 위한 수단이지, 그것이 없다고 해서 인터랙션이 안 일어나는 것이 아니기 때문이다.
UX를 이해하는 데 있어 인터랙션을 ‘보이는 것’이나 ‘움직이는 것’으로만 한정하면, 본질을 놓칠 수 있다. 진짜 중요한 것은 사용자와 시스템 간의 의미 있는 교류가 설계되어 있는가, 그리고 그것이 사용자에게 인지되고 반응을 이끌어내는가다.
시각적인 장치들은 그 교류를 더 쉽고 명확하게 전달하기 위한 표현 전략일 뿐이다. 인터랙션의 본질은 ‘두 대상 사이의 상호작용’, 즉 관계의 흐름 그 자체다. UX 설계자로서 중요한 건 그 흐름을 얼마나 효과적이고 자연스럽게 구성하느냐이지, 그것을 얼마나 예쁘게 꾸미느냐는 두 번째 과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