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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일요] 유엑서로 일하고 싶어요 #002

UXer도 내리기 어려운 UX 정의하기

by UX민수 ㅡ 변민수


UX가 무엇이냐는 질문은 현업자에게도 쉽지 않은 질문이다. 열 명이 답하면 열 가지 다른 대답이 나올 수 있다는 말처럼, 추상적이고 포괄적인 개념이기 때문이다.




다양한 정의와 실체의 차이


UX는 ‘사용자 경험(User Experience)’의 줄임말로, 사전적으로는 사용자가 어떤 제품이나 서비스를 사용하는 전반적인 경험을 뜻한다. 하지만 실무에서 UX를 정의할 때는 이렇게 단순히 풀어내기가 어렵다. 예를 들어, 일부 조직에서는 UX를 곧 ‘UI 디자인’으로 이해하고 있는 반면, 다른 조직에서는 UX를 리서치 기반의 전략 설계, 혹은 사용자 중심의 프로세스 개선으로 이해하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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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제로는 같은 ‘UX 디자이너’라는 명함을 달고 있어도, 하는 일은 천차만별이다. 즉, 개념상 모든 것을 뜻하지만 실제 업무는 그중 어떤 영역으로 국한 지어지기 마련이다. 이 차이가 모든 혼란을 야기한다. 나는 UX는 일종의 패밀리 네임 같은 ‘접두사’로 이해하는 게 낫다. 무엇을 하느냐는 그 뒤에 따라올 속성에 의해 구체화되곤 한다. UX 리서처, UX 라이터, UX 엔지니어 등처럼, 무엇과 결합하느냐에 따라 그 정체성과 역할이 달라진다.



조직 구조에 따라 다른 UX 해석


현업에서 UX는 조직 구조나 도메인, 팀 내 역할에 따라 전혀 다른 모습으로 구현된다. 예를 들어 대기업의 경우 UX 조직이 분업화되어 있어 리서치, GUI 디자인, 프로토타이핑, 기획, 전략 등이 세분화된 채 각각의 실무자가 맡고 있는 경우가 많습니다. 심지어 이들은 UX라는 타이틀을 달지 않는 경우도 있다. 반대로 스타트업이나 소규모 조직에서는 한 명이 모든 것을 담당해야 하는 올라운더 UXer가 되기도 합니다. 스스로도 내가 무엇을 하는 사람인가 헷갈릴 정돈데 남에게 이걸 설명하는 것은 더욱 난이도가 높은 일이다.


실제로 대기업 UX 조직에 속해 있지만, 프로젝트나 시기, 담당 부서에 따라 UXer의 역할이 유동적으로 바뀌는 경험을 자주 경험하고 있다. 그래서 UX, UXer의 일이란 고정된 정의 혹은 일반론보다는 ‘그때그때 가장 필요한 사용자의 문제를 해결하는 일’이라고 말하고 싶다. 물론 답을 듣고 싶은 사람을 위한 배려가 전혀 없는 설명이라는 게 문제일 뿐, 이것이 현실에 가깝다.



추상적인 개념보다 구체적인 실천


UX를 이해하기 위해 중요한 것은 개념보다도 실천이다. 책이나 강의에서 배우는 UX 방법론이 실제 실무에서는 거의 쓰이지 않거나, 형식적으로만 쓰이는 경우도 많다. 예를 들어 퍼소나, 저니맵, 시나리오 같은 요소들이 현업에서는 발표용 자료를 위해 소비되기도 한다.


반면 사용자 인터뷰 한두 건으로도 큰 인사이트를 얻어 제품 방향성이 바뀌는 경우도 많다. 그래서 UX란 ‘사용자 입장에서의 고민을 기반으로 실질적인 변화를 만드는 모든 일련의 과정’이라고 뭉뚱그릴 수밖에 없다. 정해진 방법론이나 프로세스 의존성이 없다는 것이다. 때로는 리서치보다 감각적인 판단이 더 중요하고, 반대로 합리적 설계보다 사용자 니즈 분석이 그 중심이 되기도 한다. 결국 중요한 것은 사용자와의 접점을 고민하고 그 접점에서 경험의 질을 개선하는 태도에 있겠다.



협업과 커뮤니케이션의 핵심성


UX를 실무에서 가장 실감나게 느끼는 순간은 ‘협업’이다. 디자이너(d), 개발자, 마케터, 기획자 등 다양한 사람들과의 협업을 통해 하나의 서비스가 완성되기 때문에, UX는 곧 ‘소통의 기술’이기도 하다. 사용자뿐만 아니라 동료들과도 지속적으로 관점을 조율하고, 문제를 정의하고, 타협점을 찾는 과정이 필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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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이 과정에서 가장 중요한 UXer의 역량이 드러난다고 생각한다. 잘 된 UX란 결국 사용자만을 위한 것이 아니라, 조직 내 이해관계자들 사이에서도 납득될 수 있는 합리적인 방향성을 제시하는 데서 완성되기 때문이다. 현업에서 일을 해보지 않고선 조금 의아한 대목일 수도 있겠지만, 정말 중요한 현실 UXer의 덕목이다.



직무가 아니라 관점으로서의 UX


가장 강조하고 싶은 부분은, UX는 ‘직무’가 아니라 ‘관점’이라는 점이다. 공동의 어떤 목표지 이것은 엄밀히 분야의 이름이 될 수 없다. 어떤 직무를 수행하든, 사용자를 바라보는 태도와 문제 해결 방식이 UX 관점이 반영돼 있다면 그 자체로 UX라고 할 수 있다. (반대 양상을 두고 아니라고 할 수도 없을 것이다.)


예를 들어, 개발자가 오류 메시지를 사용자 친화적으로 수정하거나, 마케터가 사용자의 행동 데이터를 분석해 더 나은 플로우를 제안하는 것도 UX 관점의 행동패턴이다. UX는 단지 디자인(d)의 영역에 머무는 것이 아니라, 비즈니스 전반에서 사용자 중심의 의사결정을 가능하게 하는 일종의 렌즈라고도 할 수 있겠다.




UX는 하나의 고정된 정의로 설명하기보다, 맥락에 따라 그 실체가 달라지는 유동적인 개념이다. 실무자마다 UX를 다르게 정의하고 다른 방식으로 실천하지만, 공통적으로는 ‘사용자를 중심에 두고 문제를 해결하려는 태도’에서 출발한다.


나는 UX를, 사용자에게 좋은 경험을 전달하는 과정이 아니라, 의미로운 경험이 무엇인지 정의하는 것에서부터 시작하는 질문의 연속체라 생각한다. 그렇기 때문에 UX의 정의는 하나로 수렴되기보다는 계속해서 확장되고 다시 쓰이게 되는 것 같다. 이 점이 UX라는 분야를 어렵게 만들기도 하지만, 동시에 가장 매력적인 분야로 만드는 이유이기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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