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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희우 Chociety Jun 21. 2024

'롱런하는 사람들' 다 이유가 있다?

레전드 등판, 롱런의 비밀은?

NFT로 발행된 무대 퍼포먼스가 있다. 라이브 공연 전체가 아닌, 특정 퍼포먼스 딱 한 장면인데, 해외에서는 워낙 화제가 되었던 유명한 장면이라 NFT로까지 발행돼 경매에 붙여졌다. 

그것은 바로 팝가수 마돈나와 브리트니 스피어스가 2003년 MTV 비디오 뮤직 어워드 개막 공연에서 선보인 키스 퍼포먼스다. 80년대부터 2000년대 초반까지 쉼 없이 히트곡을 내온, 현재 여성 팝 가수들의 전신이라 할 수 있는 ‘선배’ 마돈나와 90년대 후반부터 2010년대까지 가장 유명한 여가수 중 하나였던 ‘후배’ 브리트니 스피어스. 이 두 가수의 키스 퍼포먼스는 여성끼리 키스를 한다는 파격성 뿐 아니라 한 분야에서 가장 뛰어난 업적을 낸 선후배의 만남이라는 점에서 화제가 되었다. 마돈나와 브리트니 스피어스는 세대는 다르지만, 한 시대를 풍미한 팝 가수이기 때문이다. 그런데 이 두 가수는 음악적으로도, 또 개인으로서도 완전히 다른 길을 걸어왔다. 

막 데뷔해서 첫 히트곡을 낼 때부터 이 둘은 완전히 달랐다.


이미지 출처: MTV

마돈나가 첫 히트곡이라 할 수 있는 <Like a virgin>을 발표했을 때, 그녀의 나이는 스물여섯으로 댄스 퍼포먼스를 선보이는 여가수로서는 나이가 많은 편이었다. 게다가 그때는 80년대였다. 80년대의 스물여섯과 지금의 스물여섯은 완전히 다른 얘기라는 것을 모두가 알 것이다. 지금은 다들 교육도 늦게까지 받고, 취업도 늦어지고, 아이도 예전보다 늦게 갖기 때문에 이십 대 중반도 새파란 젊은이 취급을 받지만 80년대는 아이가 여럿 있어도 이상하지 않을 나이였다. 나이도 많은데, 히트곡은 묘한 어감 때문에 놀림감이 되었다. Like a virgin에서 virgin 이란 성관계를 해본 적 없는 사람을 뜻하는데, like a virgin은 마치 성 경험이 없는 사람이 된 것 같은 기분이라고 해석될 수 있기 때문이다. 즉 노래하는 가수는 자연스럽게 ‘성 경험이 있는 사람’이 된다. 노래 가사 역시 이런 제목처럼 묘했다.


이미지 출처: 낙태와 혼전 임신을 소재로 한 'Papa don't preach' 앨범 커버

이 때문일까? 마돈나는 항상 호된 추문에 시달렸다. 누구와 성관계를 했다더라, 과거가 어떻다더라, 그녀와 관계를 가져보지 않은 남자가 없다더라 하는 추문이었다. 한 번은 어느 언론사에서 마돈나의 누드 사진을 공개하기도 했다. 그녀가 가난하던 시절 생계를 위해 누드모델 일을 하면서 찍은 사진이었다. 

댄스 퍼포먼스를 선보이는, 비주얼이 강한 가수였음에도 외모에 대한 평가도 시원찮았다. 누구도 마돈나가 엄청나게 대단한 미인이라고는 말하지 않았다. 대체로 ‘전형적인 미인은 아니다.’ ‘화장에 따라 얼굴이 달라져서 미인으로 보일 때도 있다.’라는 평이 많았다.

심지어 노래 실력에 대한 평가도 그다지 좋지 않았다. 무용을 전공했기에 춤 실력이 뛰어나 춤에 대한 평은 좋았지만, 노래 실력에 대한 평가는 형편없었다.


브리트니 스피어스는 마돈나와 전혀 다른 시작점에서 출발했다. 차세대 스타들의 등용문으로 여겨지던 ‘미키마우스 클럽’ 출신이었던 그녀는 어린 나이부터 연예인 활동을 했고, 청소년기에 발탁되어 가수로서 훈련을 받고 전략적으로 데뷔했다. 그녀의 데뷔 앨범 ‘... baby one more time’은 전 세계적으로 2500만 장의 판매량을 기록하며 히트했다. 동명의 타이틀곡은 교복을 입은 소녀가 등장해 학생들과 함께 춤을 추는 장면을 뮤직비디오로 찍었지만, 가수 준비를 하면서 훈련된 관능적인 창법과 안무로 은근슬쩍 섹시한 콘셉트를 담고 있었다. 이 때문에 브리트니 스피어스는 롤리타적인 이미지로 금기시되는 욕망을 자극하는 이미지라는 평이 많았다. 유아 성애가 미국 사회에서는 가장 금기시되는 것 중의 하나였으나, 언론은 그러한 그녀의 이미지를 극찬하기만 했다. 어떻게 이게 가능했을까?

롤리타적인 이미지를 대중에게 건전하게 받아들여지게 하기 위해, 그녀가 공식적으로는 ‘부모 말을 잘 듣는 독실한 기독교인이자 성 경험이 없는 건전한 청소년’으로 선전되었기 때문이다.

출처: ... Baby one more time 뮤직비디오 캡처

실제로 미성년자였고, 이미지도 어디까지나 ‘소녀’였기 때문에 그녀의 사생활은 철저하게 포장되었다. 무슨 말을 할 때마다 ‘어머니의 의견을 존중한다’는 어조로 어른을 존중하는 태도를 보였고 결혼 전에는 성관계를 하지 않겠다는 ‘순결 서약’까지 했다. 이런 전략은 그녀의 롤리타적인, 다소 위험한 콘셉트를 건전하게 포장했으며, 가족주의적이고 보수적인 측면이 있는 그 당시의 미국 부모들에게 큰 호감을 샀다. 그렇게 브리트니 스피어스는 섹시하다는 찬사를 받으면서도 도덕적인 비난은 받지 않았다. 오히려 모범적인 소녀로 여겨졌다. 소녀들은 인기도 누리고 어른들에게도 사랑받는 브리트니 스피어스를 동경했다.

그렇게 대중의 호감을 받는 와중에 그녀는 연애까지 잘 했다. 비슷한 시기에 데뷔해 큰 인기를 누리는 동년배의 잘생긴 팝스타 저스틴 팀버레이크를 남자친구로 두며 많은 팬들의 응원을 받았기 때문이다. 

마돈나의 데뷔 초와 달리, 브리트니 스피어스의 데뷔 초는 너무 완벽하고 흠잡을 데 없었다고 할 수 있다. 하지만 그 후에는 상황이 역전된다. 


마돈나는 자신에게 따라붙는 추문을 역으로 이용해 더 유명해진다. 본인이 오히려 나서서 성생활에 대해 말하고, 허리띠에는 장난감 병정 같은 것을 매달고 다니며 ‘Toy boy’라고 불렀다. 토이보이란 말 그대로 ‘나는 남자를 장난감처럼 생각한다’는 뜻이었다. 80년대의 보수적인 사회 분위기 속에서 그녀는 사회에서 민감하게 생각하는 성적인 부분을 대놓고 말하고 다님으로써 ‘문란하다는 추문’을 ‘스스로에 대한 당당함’, ‘표현의 자유’로 승화시켰다. 추문이 불어나는 만큼 그녀를 추종하는 팬들도 늘어났고, 유명세와 돈도 쏟아지듯 들어왔다. 

어떻게 보면 이상한 일이었다. 그녀는 많은 사람들의 저질스러운 농담 소재였고, 지나치게 성적인 이미지 때문에 ‘완벽함’과는 거리가 먼 스타였는데, 그녀가 완벽함과 멀어질수록 그녀는 더 중요한 인물이 되었다.

90년대에 그녀는 미국인들이 가장 사랑했던 섹스 심벌 메릴린 먼로와 비슷한 헤어스타일을 하고 발표하는 앨범 제목도 대놓고 성적으로 짓는다. ‘Bed time story’, ‘Erotica’가 그것이다. 하지만 그녀는 단순히 성적인 이미지를 구축하는 데만 멈추지 않고, 음악에 대한 연구와 실험도 과감하게 하며 새로운 음악 스타일을 적용하고 다양한 협업을 한다. 거기에 자신이 전하고 싶은 정치적 메시지를 넣는 일도 지속적으로 했다. 낙태에 대해 이야기한다든지, 종교와 전쟁에 대해 이야기했다. 2000년대에는 이라크 전쟁을 일으킨 부시 대통령에게 폭탄을 던지는 장면을 뮤직비디오에 넣기도 했다. 

사생활은 다사다난했고 결혼과 이혼을 두 번 했지만 그래도 누군가에게 끌려다니거나 심신미약한 모습을 보이지는 않았다. 첫 결혼은 유명 배우 숀 펜과 두 번째 결혼은 영화 ‘알라딘’으로 유명한 가이 리치 영화감독과 했으며, 비록 이혼으로 끝나긴 했지만 두 번째 결혼생활은 8년 동안 안정적으로 유지했다. 첫아이는 두 번째 결혼을 하기 전 자신이 고용한 헬스 트레이너의 아이였는데, 이 출산은 더 나이가 들기 전에 아이를 갖고자 하는 그녀의 주도적인 선택에 의한 것이었다. 

그녀는 환갑이 넘은 지금까지도 왕성히 활동하고 있다.


반면 브리트니 스피어스는 사생활적으로도 유명세로도 흠잡을 데 없던 데뷔 초 이후로는 쉬지 않고 크고 작은 문제에 휘말리며 시달렸다. 그녀의 완벽한 이미지가 깨진 것은 남자친구였던 저스틴 팀버레이크와 헤어진 이후부터였다. 저스틴은 티브이 쇼에 나와 자신이 아주 유명한 팝스타와 사귀었는데, 그 팝스타는 공식적으로는 순결을 지키고 있었지만 아무도 보지 않을 때는 자신과 성관계를 했다고 브리트니 스피어스를 암시하며 사생활을 폭로했다. 대중에게 거짓말을 했다는 것 때문에, 또 그녀가 유지해왔던 도덕적이고 모범적인 청소년의 이미지가 깨어지면서, 그녀의 이미지는 완전히 실추되었다. 아직 어린 나이에 연예인 활동 외의 일반적인 사회 경험이 없는 그녀가 느꼈을 상실감과 배신감이 얼마나 컸을까 상상할 수조차 없다. 

그래서일까? 그녀는 뒤이어 조금씩 조금씩 돌발행동을 늘리며 막 나가기 시작한다. 마돈나처럼 전략적인 막 나감이 아니라 그야말로 스스로도 주변인으로도 통제가 되지 않는 막 나감이었다. 먼저 그녀는 술에 취해 학교 동창과 홧김에 결혼을 하고 3일 만에 이혼한다. 그다음에는 자신의 백댄서와 결혼을 하는데, 이 백댄서는 그 당시 동거하는 여자친구와의 사이에 아이가 한 명 있었고, 그 여자친구는 이 백댄서의 다른 아이를 임신 중이었다. 한 마디로 유부남이나 다름없는 사람과 사랑에 빠져 결혼한 것이다. 브리트니는 이 백댄서와의 결혼생활에서 아이도 낳고 나름 정착해 보려 노력하는 모습을 보이지만 이 결혼을 결국 파경을 맞는다. 그리고 불안정한 정신 상태를 보인 탓에 양육권마저 빼앗긴다.

당시 공개되었던 파파라치 사진

그 이후 2000년대 중반, 브리트니 스피어스는 지금 다시 되새겨봐도 놀라울 정도로 망가진다. 매일 클럽을 제 집처럼 다니며 술과 약에 취해 난동을 부리고, 흐트러진 모습으로 있다가 파파라치에게 음부를 노출한 사진을 찍혀 전 세계에 그 사진이 뿌려지기도 한다. 2007년, 그녀의 기행은 정점을 찍어, 완전히 정신이 나가 삭발을 하고, 우산으로 차를 때려 부수는 장면이 파파라치에게 찍혀 전 세계로 송출되었다. 이 사건 때문에 그녀의 최대 규모 팬사이트가 폐쇄되기도 한다. 어린 시절부터 연예인 생활을 한 그녀가 정신적으로 매우 힘든 시기였지만, 언론은 매일 그녀를 조롱거리로 대했다. 어떤 풍자 애니메이션은 그녀가 머리에 총을 쏴 자살하는 모습을 다루며 조롱하기도 했다.


마돈나와 브리트니 스피어스가 키스 퍼포먼스를 한 2003년은 브리트니 스피어스가 비참한 운명에 발을 내딛기 전, 한창 전성기일 때다. 추종하는 팬들만큼 손가락질하는 안티도 많은, 데뷔 때부터 추문의 여왕이던 스타와, 완벽하게 데뷔해 모두에게 사랑을 받았던 결점 없는 스타의 만남. 그것이 브리트니 스피어스에게는 마치 운명의 교차점처럼 작용했던 것 같기도 하다. 

퍼포먼스를 하면서 마돈나는 브리트니 스피어스를 지지하고 격려했다. 하지만 그녀가 인터뷰를 하면서 남긴 말 중에는 인상적인 대목이 있다.

“그녀는 정말 대단하다. 나 때는 피부를 태닝하는 것은 상상도 못했다.”

브리트니 스피어스를 칭찬하면서 미용 유행이 바뀌면서 자연스럽게 대중화가 된 ‘태닝’에 대해 언급하는 게 인상적이었다. 어쩌면 그녀는 모두에게 사랑을 받았던 브리트니 스피어스의 완벽한 커리어에는 고작 태닝이 인상적일 정도로 의미 있는 시도가 없었다는 말을 무의식중에 하고 싶었던 게 아닐까?


모두가 브리트니 스피어스는 끝났다고 생각했을 때, 그녀는 ‘Black out’이라는 앨범으로 돌아온다. 몸과 마음이 완전히 회복되지 않아 퍼포먼스는 완벽하지 않았고 그녀는 여전히 조롱과 연민의 대상이 되었다. 데뷔 초의 완벽하고 사랑스러운 소녀는 더 이상 없었지만, 이 앨범은 음악적으로는 지금까지 냈던 앨범보다 우수하다는 평가를 받았다. 대중들은 나락까지 갔다가 회복하기 시작한 브리트니 스피어스를 응원했고, 그녀는 이전의 인기를 거의 되찾았다.

그렇게 재기해 그 뒤로도 꾸준히 히트곡과 앨범을 냈지만 브리트니 스피어스의 삶은 불행했다. 이혼 후 대중에게 보여주었던 기행 때문에, ‘후견인 제도’의 희생양이 된 것이다. 미국 법원은 브리트니 스피어스에게 스스로를 통제할 능력이 없다고 판단해 그녀의 아버지를 후견인으로 정해 재산을 관리할 권한을 주었다. 이 때문에 브리트니 스피어스는 2021년까지 자신이 번 돈을 자유롭게 쓰지 못하고 ‘용돈’을 받으며 통제당했다. 

재산권 뿐 아니라 사생활과 커리어까지 통제당했는데, 4년간의 공연 투어 일정이 끝나자마자, 쉬고 싶었는데도 불구하고 억지로 또 다른 월드 투어를 시작하게 된 일이 있다. 이 외에도 강제로 피임을 당했고 말을 듣지 않을 때마다 억지로 재활원에 보내지거나 감금당했다. 끔찍하게도 재활원에 강제로 보내지는 비용까지 브리트니 스피어스가 번 돈으로 지불되었다. 10년이 넘는 후견인 기간 동안 브리트니 스피어스의 아버지가 이런저런 이유로 지불한 브리트니 스피어스의 재산은 약 1조 원에 달한다고 한다.


사진 출처: britspears.net

2021년 이러한 뒤 사정이 폭로되고, 브리트니 스피어스의 삶이 다큐멘터리로 제작되는 등 대중에게 알려졌다. 그녀의 팬들을 중심으로 ‘Free Britney 브리트니에게 자유를’ 운동이 시작되었고 마침내 그녀는 법원을 통해 자신의 모든 권리를 돌려받는다. 

해피엔딩으로 끝나긴 했지만 한 개인으로서, 인기 팝스타로서 브리트니가 살아온 삶은, 자신이 고용한 트레이너와 결혼하지 않고 아이를 낳아도 아무도 뭐라 할 수 없었던 마돈나의 삶과 대조된다. 


이 둘의 삶에서 우리는 이런 세상의 진실을 볼 수 있다. 

많은 사람에게 보이는 사람일수록 ‘완벽하고 흠 없는 사람처럼 보이는 것’을 경계해야 한다. 동시대를 살아본 사람이라면 데뷔 초 브리트니 스피어스의 만들어진 이미지가 얼마나 흠 없이 완벽했는지를 기억할 것이다. 어린 나이에 최고의 인기스타가 되어 커리어적으로 전설에 가까웠으며, 성격도 뒷말이 안 나올 정도로 상냥하고 사랑스러운데다, 아름답고 섹시하며, 같은 길을 걷는 인기 있고 잘생긴 연인까지 있는 소녀. 게다가 ‘섹시’ 콘셉트의 안무와 곡들을 소화하긴 했지만 사생활적으로는 부모를 존중하고 ‘순결 서약’을 해 성적인 스캔들도 전혀 없는 소녀. 이런 이미지에 작은 금이 갔을 때부터 그녀의 삶은 급속도로 추락하기 시작했다. 사실상 20년 전이라 해도, 성적으로 개방된 미국에서 젊은 여성이 또래의 연인과 관계를 가지는 건 흔한 일이었고, 그 순결 서약이라는 것을 브리트니 스스로 진정 원해서 한 것인지는 아무도 알 수 없는데도 연인의 폭로로 그녀는 많은 비난을 받았다. 

범접할 수 없었던 완벽하게 성공한 사람에게서 작은 흠을 하나 발견하면 대중은 원래 허술하거나 약간은 오염된 이미지를 가진 사람에게 그러한 흠을 발견했을 때보다 훨씬 더 거센 비난을 가한다. 또한 자의에 의해서건 타의에 의해서건 그 완벽한 이미지를 유지하던 본인 역시 정신적으로 큰 타격을 받을 수밖에 없다. 

설사 흠 잡히지 않고 무사히 살아남는다 해도, ‘모든 면에서 완벽한 스타’는 그 전성기가 매우 짧은 경우가 많다. 사실 오래 유명세를 유지한 스타들은 이러한 사실을 무의식적으로 알고 있을 것이다. 그래서 청순한 이미지로 잘나가던 여배우가 파격적인 노출 신이 나오는 영화의 주인공이나 악역에 도전하기도 하고, 주인공 영웅 역할만 맡던 배우가 사악한 살인마 역을 맡고 싶어 하기도 한다. 대중에게 다양한 모습을 보여주고 싶다는 이유도 있겠지만, 그 기저에는 ‘너무 모든 면에서 완벽하고 도덕적인’ 이미지가 본인에게 도움이 되지 않는다는 것을 알아서도 있을 것이다. 

굳이 연예계 스타들을 살펴보지 않아도, 다른 분야나 일상에서도 이러한 예시는 많이 발견할 수 있다. 자기 분야에서 성공해 대중에게 알려진 사람들은 동네 아저씨 아줌마 같은 친근한 모습을 어필하거나, 그것도 아니면 약간 바보스럽고 허술한 면을 일부러 대중에게 드러내곤 한다. 그것도 아니면 가난했던 과거나 힘들고 비참했던 시절의 이야기를 일부러 꺼내기도 한다. 대중이 ‘귀엽고 친근하다’고 호감을 가지거나 ‘안쓰럽다’고 연민을 가지면서도 약간은 만만하게 여길 수 있는 부분을 일부러 드러내는 것이다. 그리고 자신의 성취에 대한 자부심을 드러내는 것보다는, 항상 겸손하고 배우려 하는 자세를 취한다. 전략적으로 약간 망가지고, 스스로 낮은 위치에 서는 것이다. 그것이 오래가는 인기인의 성공 비결이다. 인간에게는 누구나 장점만큼 결점이 많고, 아픈 기억도 있으며 승리한 기억만큼 패배한 기억도 많기 때문이다. 대중은 자신의 그런 상처를 투영할 수 있는 ‘완벽하지 않은 스타’를 사랑한다.

완벽하지 않은 스타는 위기에 처해도 완벽한 스타보다 훨씬 더 빠르게 극복하고 예전의 인기를 되찾는다. 

커리어적으로도, 외모도, 도덕적으로도, 사생활도 완벽한 이미지를 유지하는 인기인들도 간혹 있지만, 그들의 경우 큰 기부를 반복적으로 하거나 직접 땀 흘리며 봉사활동을 하는 등 일반인으로서는 상상도 할 수 없는 규모의 선행을 잊을만하면 반복한다. 잘해주다가 한 번만 조금 못해줘도 상대는 크게 실망한다는 말이 있듯이, 이런 유의 스타들은 자신의 이미지를 유지하기 위해 엄청난 노력을 해야 한다. 

모든 면에서 완벽하고 모두에게 사랑받는 이미지는 사실상 우리의 커리어에 독이 될 수도 있다. 나만이 가진 약간의 허술함, 부족한 부분, 심지어 본의 아니게 붙는 나쁜 소문까지도 우리가 대처하기에 따라 커리어와 사생활을 지켜주는 보호막이 될 수 있다. 완벽해 보이려고 기를 쓰는 것보다는 자신의 부족함이나 결점을 받아들이고 그것을 역으로 활용하는 사람이 되자. 우리가 부족하다거나 결점이라고 여기는 부분이 어쩌면 우리의 인생을 완성하는 데에 꼭 필요한 중요한 퍼즐 조각인지도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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