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른과 마흔 사이

말은 바람처럼 날아가지만 글은 기록으로 남는다.

by 세니


어렸을 적 교과서에 나오는 그림 중 생각나는 그림 하나.

곱게 차려입은 선비가 날씨 좋고 바람 선선한 산 끝자락에 앉아서 피리 부는 모습.

누가 봐도 한량의 끝인 그 모습이, 요즘 나의 모습이다.


매일 시간을 쪼개며 보냈던 지난날과 상반되는 요즘은, 매일 무얼 하기 위해 억지로 움직인다.

집에 가만히 있으면 도태되는 기분이 든다.

하루를 그냥 보내는 시간이 너무 아깝고 초조하다.


막연히 쉬면 좋을 거라 생각했던 것은 나의 오산이었다.

회사에 있었던 게 오히려 편했나 싶을 정도로 마음이 갈팡질팡하다.


서른과 마흔 사이. 지금 나는 중요한 기점에 서있는 것 같다.

아이들도 점차 커가고, 나의 손이 필요로 했던 아이들이 스스로 하려고 한다.

내가 없어도 될 만큼 부쩍 큰 것 같아, 집에서의 나의 자리는 조금씩 작아지고 있다.


나의 일을 다시 찾아가는 게 좋은 걸까?

아니면 뒤에서 우두커니 서서 아이들을 지켜봐 주는 게 좋은 걸까?

내가 하는 일이 옳은지 아닌지 결정 내리기 참 어려운 요즘이다.


나는 내 안의 소리를 잘 듣고 있는지, 문득 책을 읽으며 궁금해졌다.

저자는 말한다. 예술은 불과 수학의 결합이라고.

불만으로는 글이 안 된다. 수학이 필요하다.

모든 것의 균형을 맞춰야 한다는 의미로 읽혔다.


좋은 글을 쓴다는 것은 마치 인생과 같다.

인생의 고점과 저점의 경험, 열정, 일정한 틀,

모든 것이 적절히 결합될 때 글도 사람도 무르익는 것이 아닐까.


오늘 미술시간에 강사님께서 말씀하신 게 마음속에 박혔다.

‘보이는 대로 다 칠하려고 하지 마세요. 조금 내려놓는 것이 오히려 완성도가 높을 수 있어요.

내가 최선을 다해서 하는 것이 오히려 결과가 안 좋을 때도 있어요.

비우는 힘도 필요합니다.‘



머릿속이 꽉 차있으면 마음도 마구 엉킨 실타래처럼 복잡하다.

요즘은 이렇게 기록을 하면서, 엉킨 실을 하나씩 푸는 연습을 하는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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