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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개복사 Aug 22. 2024

D+30 한없이 작아지는 새싹


D+30



서른 번째 수업 기록.

공격을 피한 뒤 반격하는 연습을 했다.

어쩐 일인지 이번 수업은

천천히 습득하는 시간이어서

좀 더 연습할 수 있었다.

지난 수업은 속도도 강도도 세서

울면서 나머지 연습을 했더란다.

어찌나 벅차던지.

몸이 진짜 안 좋아도 빼지 않고

주에 1~2회를 꼭 나가서 수업을 들었는데.

어느새 마우스피스를 구매한 회원님들도 생겼다.

세상에, 마우스피스라니.

마우스피스를 낀 회원님과

스파링 연습을 하면서

마우스피스의 존재에 놀라고,

단단한 주먹에 놀라고,

아파서 놀라고,

기운이 쭉 빠져서는

마우스피스를 나도 사게 될까, 하는 잡생각을 했다.

스스로를 깎아내리는 일은 정말 지양하며 사는데,

잘하고 싶어서 더 그런지

복싱에 관해서는 한없이 작아지고 만다.

될까, 되려나, 지금 뭐 하고 있는 건가.

복싱에서는 다리를 재게 움직이는 게 핵심인데,

다리를 재게 움직일 수 없는 게 나의 핵심이다.

그래서 골반 스트레칭과

다리 근육을 이완시키는 스트레칭을

열심히 하고 있다.

다리가 정말 잘 부어서

온갖 방법을 찾아다니며 따라 한다.

이 와중에 너무 웃긴 것은,

옷맵시가 달라졌다는 사실.

이렇게 뭘 하는지도 모르겠고

뭐가 되는지도 모르겠는 채로도

뭔가를 해도 되는 건지.

즐기고 싶은 마음과

잘하고 싶은 마음이 충돌할 때,

내가 할 수 있는 하나는

중도 하차하지 않고 꾸준하게 하는 것.

뭐가 되려는 미래도 생각 말고,

그저 하루하루 쌓아가기.

그래도 작은 바람은,

다음 수업의 속도도 오늘처럼 천천히 했으면 좋겠다.


by 개복사




《나도! 복싱?》 에서 이어집니다.

《나도! 복싱?》 주소:

https://brunch.co.kr/brunchbook/boxingwithm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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