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NO브랜드, ‘어르신은 NO’ 인가?

노인들의 생활 속 무력감은 작은 것에서 온다.

by 제너럴리스트J


여든의 노인이 요양원에 의식 없이 누운 남편을 보고, 지팡이를 짚고 돌아오는 길, 한 발 한 발 위태롭게 내디뎌가며 생필품을 사러 동네 마트에 도착했다. 이것저것 필요한 것을 담아가니 현금은 ‘NO’ 란다. 카드만 된단다. 열심히 또 힘겹게 담은 바구니가 무색했다.


며칠 전 할머니께서 겪으신 실화다.


요양 병원과 주공 아파트가 많은 어르신 밀집 지역인 데다가, 산골짜기 요양원부터 댁까지 이어지는 외진 길에는 편의시설이 전무하다시피 하다. 노브랜드 마트는 거의 유일한 생필품 판매처였다.


그런 곳에서 현금 불가 통보를 받으신 마음이 썩 좋지 않으신 모양이었다. 몇 번이고 중얼거리시던 말을 잊지 못한다.


‘역시 오래 살면 안 되나벼. 나 살다 살다 돈 싫단 소리는 처음 들어보네. 대한민국에 살면서... 대한민국 돈을 마다해...’


아마 동네 인구 비율상 숱하게 많은 어르신들이 현금 결제 불가의 고배를 마셨을 것이다. 직원들은 본사 방침이라 어쩔 수 없다고 할지도 모르겠다. 그 본사 방침이 너무너무 아쉽다.


스타벅스 현금 없는 매장 시도도 그렇지만, 백만 번 양보해서 스타벅스를 이용하는 어르신은 카드 사용도 익숙하실 것이란 전제 하에 그럴만하다고 쳐도.


생필품을 파는 마트/편의점을, 그것도 어르신 밀집 거주 지역에서, 그것도 거의 유일무이한 편의시설로서 존재하면서 현금 NO를 외치는 것은, 이제라도 꼭 좀 제고해줬으면 하는 바람이다.


현금 미사용으로 인한 효율성 제고는 있을지 몰라도, 분명히 시장에 통용되는 국가의 통화를 ‘아예 안 받겠다‘는 방침, 그리고 이를 주 고객층과 업종 등을 고려하여 예상되는 불편을 최소화하는 것도 아닌, 모든 연령층이 필수적으로 이용해야만 하는 노브랜드 마트에 적용시켜 버린 그 방침이 너무너무 아쉽다.


어제 마침 대선후보 2차 토론의 사회 분야 주제로 ‘고령화 사회’에 대한 대책 이야기 하는 것을 들었다. 물론 이 경우 사기업의 주도라 어쩔 수 없다지만, 이처럼 생활 속 작은 부분에서도 시대에 동떨어짐과 무력감을 느끼곤 하는 노인들을, 우리라도 어찌 도와드릴 수 있을지 고민하게 된다.


다행히 중년의 남성분이 터덜터덜 나오시던 할머니를 쫓아가 ‘할머니, 제가 계산해 드릴 테니 현금을 저 주세요’ 하셨단다. 익명의 중년분께 사무치게 감사하다. 그리고 노브랜드 본사에 이 글이 전해질 수 있다면 간절하게 방침 제고를 부탁하고 싶다.



Fi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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