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음악이 만든 포용의 무대, 장애 인식의 경계를 허물다

[장애인인식개선칼럼]연세대학교 음악대학의 ‘음악사회공헌’ 발표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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음악이 만든 포용의 무대, 장애 인식의 경계를 허물다음악이 만든 포용의 무대, 장애 인식의 경계를 허물

음악이 만든 포용의 무대, 장애 인식의 경계를 허물다


최봉혁 장애인식개선 전문강사·ESG 경영 칼럼니스트


지난 5월 31일, 서울 용산구 갈월종합사회복지관에서 열린 연세대학교 음악대학의 ‘음악사회공헌’ 발표회는 단순한 대학의 수업 결과 발표를 넘어섰다.


무대 위에서 울려 퍼진 음악은 단지 멜로디가 아닌, ‘포용’과 ‘상생’, 그리고 ‘사회적 책임’을 담은 울림이었다. ESG(Environmental, Social, Governance) 경영이 추구하는 핵심 가치, 그중에서도 ‘Social’의 실질적 실현이 무엇인지를 현장에서 확인할 수 있었던 사례다.


이날 행사에서는 연세대학교 음악대학 학생들과 중증장애인 생활시설 ‘가브리엘의 집’ 입소자들이 함께 무대를 꾸몄다. 단순히 공연을 보여주는 수동적 참여가 아니라, 장애인 당사자들이 직접 자신의 이야기를 음악과 퍼포먼스로 표현했고, 학생들은 이 과정 전반에 기획자이자 동료 예술가로 참여했다. 연주는 물론 조명, 무대 구성, 콘텐츠 기획까지 전 과정에 있어 장애인과 비장애인이 협력하며 만들어낸 결과물이었다.


김정희 가브리엘의 집 원장은 “장애인 당사자들이 자신의 목소리를 예술로 표현하는 과정은 곧 자존감 회복의 시작”이라며, “대학생들과의 협업은 그 자체로 큰 용기이자 희망의 근거였다”고 말했다. 이 협업은 장애에 대한 시혜적 시선을 거두고, 함께 창작하고 공감하는 관계로 나아가는 전환점이었다.


연세대학교 장현주 음악대학장 역시 “이번 프로그램은 모두가 ‘예술가’로서 존중받는 포용적 예술 교육의 모범”이라고 평가하며, “문화 접근성이 낮은 이들에게 예술 교육의 기회를 제공하는 것은 대학의 사회적 책임이며, ESG 경영의 시대정신에 부합하는 공공성 실현”이라고 강조했다.


무대를 기획하고 직접 지도한 이성민 교수는 “이번 발표회는 단순한 결과물 공유가 아니라, 서로의 다름을 이해하고 존중하는 경험의 장”이었다며, “앞으로도 음악을 통해 사회적 가치를 실현할 수 있도록 교과과정과 지역사회 연계를 강화할 것”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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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교육, 예술, 복지가 연결된 ESG 경영 실천 사례

‘음악사회공헌’은 올해 연세대학교 고등교육혁신원이 개설한 사회혁신역량 강화 교양 과목 중 하나로, 음악 전공자뿐만 아니라 이과대, 공과대, 상경대 등 다양한 학과 학생들이 참여했다. 이 과목의 특징은 다학제 간 융합과 실천 중심의 교육에 있다. 교육이 단순히 지식을 전달하는 데서 그치지 않고, 사회적 약자를 만나고 함께 호흡하며 세상을 바꾸는 과정으로 확장된 것이다.


고등교육혁신원 최윤정 원장은 “교육은 실천을 담보할 때 진정한 변화가 가능하다”며, “학생들이 교육의 현장에서 사회와 맞닿고, 실제 변화를 만들어낼 수 있도록 더 다양한 사회참여형 프로그램을 확대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학생들의 변화도 인상적이다. 한 학생은 “처음엔 봉사활동처럼 접근했지만, 공연이 끝난 후 그 생각이 오만했다는 걸 알게 됐다”며, “장애인과 비장애인이 협업하는 예술은 생각보다 더 평등하고, 더 창조적이었다”고 소감을 밝혔다. 또 다른 참가자는 “예술이 사회를 바꾼다는 말이 추상이 아니라는 걸 이번 프로젝트를 통해 체감했다”고 말했다.


현장에서는 관람객들의 자발적인 기부도 이어졌다. 이날 모금된 기부금은 ‘가브리엘의 집’의 복지 프로그램에 전액 사용될 예정이다. 이는 공연의 감동이 단순한 박수에 그치지 않고, 실질적 행동으로 이어졌음을 보여주는 대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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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해외 사례로 본 ESG+장애인식개선 모델의 가능성

해외에서도 음악과 예술을 통해 장애 인식 개선을 도모하는 사례는 증가 추세다. 대표적인 사례로 영국 런던의 비영리단체 ‘드레이크 뮤직(Drake Music)’은 장애인과 비장애인이 함께 참여하는 음악교육과 창작활동을 기반으로, 전국적인 장애 인식 개선 캠페인을 펼치고 있다. 이 단체는 맞춤형 악기 개발과 디지털 음악 도구 보급을 통해 장애인의 표현권을 확대하고 있으며, 영국 교육부와 연계해 정규 교육과정으로 확대 적용하고 있다.


미국 버클리음대 역시 ‘Inclusive Arts Program’을 통해 자폐 스펙트럼이나 시각·청각장애 학생들과 비장애인 학생들이 공동 프로젝트를 수행하도록 지원하고 있다. 이 과정은 예술이 단지 재능의 영역이 아니라, 상호이해와 포용의 언어가 될 수 있다는 점을 입증하고 있다.


이 같은 해외 사례들은 연세대학교의 ‘음악사회공헌’ 사례와 방향성이 맞닿아 있다. 모두가 예술가가 될 수 있고, 예술이야말로 사람과 사람 사이의 경계를 가장 자연스럽게 허물 수 있는 도구임을 공통적으로 보여준다.


◆ 장애인식개선, ESG 시대의 전략적 과제

장애는 더 이상 ‘극복의 대상’이 아니다. 오늘날 장애에 대한 인식은 ‘차이’의 인정과 ‘권리’의 회복으로 이동하고 있다. 이는 장애인식개선교육이 단지 의무교육의 차원을 넘어서, 조직이 지향해야 할 전략적 과제라는 의미다.


특히 ESG 경영이 강조되는 지금, ‘S(Social)’ 영역의 핵심은 다양성과 포용에 있다. 장애인과의 공존, 그들이 참여하고 주도할 수 있는 플랫폼을 구축하는 것은 단순한 기업 이미지 관리나 CSR 활동의 수준을 넘어서는 접근이어야 한다. 이는 공공기관뿐만 아니라 기업, 학교, 지역사회 모두가 함께 고민하고 실행해야 할 책임이기도 하다.


연세대학교의 ‘음악사회공헌’은 그러한 점에서 교육기관이 어떤 방식으로 ESG 경영에 동참할 수 있는지를 잘 보여준다. ‘가르침’을 넘어 ‘함께함’을 통해 학생은 리더로, 장애인은 예술가로, 지역은 변화의 동반자로 거듭난다. 이는 단발성 프로젝트가 아닌, 교육과 문화, 복지가 긴밀히 연결된 ESG 경영의 미래형 모델이라 할 수 있다.


◆ 진정한 ESG는 공공의 이익을 향한 동행에서 시작된다

장애인식개선은 특정 단체의 전유물이 아니다. 그것은 우리 모두의 사회적 과제다. 최봉혁 칼럼니스트는 “공공의 이익은 특정 집단의 노력만으로 실현되지 않는다. 사회 전체가 참여하고 연대할 때, 그 가치가 실현될 수 있다”고 강조한다.


이번 발표회를 통해 확인할 수 있었던 점은 단순히 ‘좋은 일’을 했다는 감성의 문제가 아니라, ‘올바른 방식’으로 함께했다는 점이다. 장애에 대한 인식을 바꾸고, 예술을 통한 동등한 관계를 실현하며, 지역사회와 지속 가능하게 연결된 이 구조야말로 ESG 경영의 진정한 실천이다.


앞으로도 더 많은 교육기관과 기업, 공공기관이 이와 같은 방식으로 ESG를 실현해 나가길 기대한다. ESG는 단지 기업의 생존 전략이 아니라, 함께 살아가는 사회를 위한 지향점이어야 한다. 그리고 그 출발점은 다름을 존중하고 포용하는 바로 오늘의 이런 무대 위에서부터 시작된다.


이 글은 연세대학교 음악사회공헌 발표회, ‘가브리엘의 집’ 관계자 인터뷰, 연세대학교 고등교육혁신원 자료, 영국 드레이크뮤직(Drake Music), 미국 버클리음대(버클리컬리지오브뮤직) Inclusive Arts Program의 공식 자료를 바탕으로 작성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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