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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3회 스페셜K 어워즈장애예술의 국가대표를 뽑다

"장애예술의 국가대표를 뽑다"… 제13회 스페셜K 어워즈

제13회 대한민국장애인예술경연대회 스페셜K Awards 포스터600.jpg 장애예술의 국가대표를 뽑다

[ESG 칼럼] 장애예술인, 시혜적 복지를 넘어 ‘직업적 가치’로 꽃피우다

최봉혁 칼럼니스트 (ESG 경영 전문가 / 장애인 인식 개선 교육 전문가)

오는 12월 4일, 서울 모두예술극장에서 ‘제13회 대한민국장애인예술경연대회 스페셜K 어워즈’가 열린다. 치열한 예선과 본선을 뚫고 올라온 4개 팀이 국회의장상을 놓고 겨루는 이 무대는 단순한 경연장이 아니다. 장애예술인들이 ‘문화 향유’라는 소극적 권리를 넘어, 당당한 ‘전문 예술인’으로서 사회에 첫발을 내딛는 치열한 삶의 현장이다.


우리는 흔히 예술을 배고픈 직업이라 말한다. 하물며 장애를 가진 예술인들에게 그 현실은 더욱 가혹하다. 장애예술인 문화예술 활동 실태조사에 따르면, 장애예술인의 연평균 예술 활동 수입은 여전히 최저 생계비에도 미치지 못하는 수준에 머물러 있다. 많은 이들이 뛰어난 재능을 가지고도 생계의 벽에 부딪혀 꿈을 포기하거나, 복지의 사각지대에서 단순한 취미 활동으로 예술을 마감하곤 한다.


‘장애예술인 문화예술 활동 지원에 관한 법률’이 제정되어 시행되고 있지만, 현장에서는 여전히 갈증을 호소한다. 법과 제도가 존재하더라도, 그것이 실제 장애예술인들의 ‘일자리’와 ‘소득’으로 연결되지 않는다면 공허한 외침일 뿐이다. 이제는 관점을 바꿔야 한다. 장애예술 지원을 단순히 소외계층을 위한 복지 차원으로 접근하는 낡은 프레임에서 벗어나야 한다. 이는 ESG(환경·사회·지배구조) 경영의 핵심인 ‘사회적 가치(Social)’ 창출과 직결되는 중요한 산업적 의제다.


해외 선진국의 사례는 우리에게 명확한 방향을 제시한다. 영국의 경우, ‘언리미티드(Unlimited)’와 같은 기금을 통해 장애예술을 주류 예술의 한 장르로 편입시켰다. 그들은 장애를 ‘극복’의 대상이 아닌 독창적인 예술적 ‘관점’으로 해석하며, 상업적으로도 성공 가능한 콘텐츠로 육성한다. 프랑스는 ‘앙떼르미땅(Intermittents)’ 제도를 통해 예술인들이 공연이 없는 기간에도 실업 급여를 받을 수 있게 하여, 장애 유무를 떠나 예술인이 직업으로서 존립할 수 있는 안전망을 구축했다. 일본 역시 ‘에이블 아트(Able Art)’ 운동을 통해 장애예술을 상업 디자인과 연계하여 경제적 가치를 창출하고 있다.


우리나라도 변화의 바람이 불고 있다. 이번 ‘스페셜K’와 같은 대회가 그 중심에 있다. 문화체육관광부와 한국장애인문화예술단체총연합회가 주최하는 이 대회는 단순한 시상식에 그치지 않는다. 멘토링과 인큐베이팅 프로그램을 통해 참가자들의 기량을 시장성 있는 수준으로 끌어올리고, 이를 통해 기업의 채용이나 전문 공연팀으로의 성장을 돕는다. 실제로 클래식 성악, 실용음악, 국악, 무용 등 다양한 분야에서 발굴된 인재들이 기업의 장애인 예술단에 채용되거나 독자적인 예술 활동을 이어가는 사례가 늘고 있다.


이 지점에서 기업의 역할이 중요하다. ESG 경영을 실천하는 기업들에게 장애예술인은 매력적인 파트너다. 기업은 장애예술인을 고용함으로써 법정 장애인 의무 고용률을 준수하는 동시에, 문화 예술을 후원한다는 긍정적인 브랜드 이미지를 얻을 수 있다. 이는 단순한 기부가 아니라, 기업과 예술인이 상생하는 지속 가능한 비즈니스 모델이다. 최근 금융권과 대기업을 중심으로 장애인 오케스트라나 미술 작가를 정직원으로 채용하는 사례가 늘어나는 것은 매우 고무적인 현상이다.


하지만 갈 길은 여전히 멀다. 일회성 이벤트나 보여주기식 지원이 아닌, 예술인들이 지속적으로 무대에 설 수 있는 생태계를 만들어야 한다. ‘스페셜K’와 같은 등용문이 더욱 많아져야 하며, 발굴된 인재들이 설 수 있는 공공 및 민간의 무대가 쿼터제 형식으로라도 보장되어야 한다. 정부는 지원금 지급 방식을 넘어, 장애예술품의 공공 구매를 확대하고 기업의 예술인 고용에 대한 세제 혜택을 강화하는 등 실질적인 ‘시장’을 만들어주는 데 주력해야 한다.


오는 12월 4일, 모두예술극장에서 펼쳐질 그들의 몸짓과 선율은 우리 사회에 묵직한 질문을 던질 것이다. 우리는 그들의 예술을 ‘장애인이기에 감동적인 것’으로 소비할 것인가, 아니면 ‘탁월한 예술적 성취’로서 존중할 것인가.


장애예술인이 흘리는 땀방울이 정당한 대가로 보상받는 사회, 그들의 예술이 복지가 아닌 직업이 되는 사회가 진정한 문화 선진국이다. 이번 스페셜K 어워즈가 그 희망의 증거가 되기를 기대하며, 더 많은 기업과 시민들이 이 아름다운 도전에 동참하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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