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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호도호도 Aug 30. 2022

의미 없는 카페 투어를 그만두다

제주살이 13일차 2022년 8월 13일

제주에 온 지 2주가 다 되어 간다. 그동안 특별한 일정이 없는 날에는 밥 먹고 졸릴 시간에 카페에 갔다. 거의 매일 식곤증과 싸우는데 밥을 한 번에 좀… 아니, 아주 많이 먹기 때문이다. 근무가 있는 날엔 저녁을 먹기가 애매해서 점심과 저녁을 한 끼에 다 먹는다. 국그릇을 밥그릇으로, 냉면기를 국그릇으로 쓴다.(무니 배고픈 거 싫단말양!)


설거지를 마치고 노트북 앞에 앉으면 식곤증이 시작된다. 산책으로 배를 꺼뜨리기엔 날씨가 사람 잡아서 오늘도 결국 노트북을 챙겨 들고 카페로 향했다. 초반엔 제주도에 왔으니 다분히 제주스러운 카페를 가거나 제주만의 맛이 담긴 디저트가 있는 카페를 찾아다녔다. 하지만 그런 곳은 자리가 불편하길래 적당히 편하고 적당히 맛있고 적당히 합리적인 가격의 카페를 선호하게 되었다.


몇 번의 시행착오 끝에 찾은, (사장님껜 죄송하지만) 사람이 별로 없고 넓고 쾌적하며 노트북을 두들길 수 있는 자리가 있는 카페에 도착했다. 날이 더워서 1인용 컵빙수를 시키고 자리에 앉았다. 그리고 주문한 컵빙수를 야무지게 먹고 그대로 자리에서 일어났다. 그날따라 자리를 잘못 잡았는지 스피커에서 나오는 노랫소리가 귓가에 때려 박혀서 뽑히질 않았기 때문이다.


카페에서 나와 마트로 향했다. ‘자리값 냈는데 30분도  돼서 나오다니 이게 무슨 돈지랄이야.’라고 구시렁대며  돈을 쓰러 갔다. 스트레스 받으면 공장제 과자를 먹는 나는 과자 묶음상품과 평소엔 절대  주고  사는 탄산음료를 샀다. ‘제주도까지 와서 결국 오징어땅콩에 사이다라니…’, ‘카페에도  썼는데   ?  버는 /쓰는  외엔 아무것도   없는  자신이 한심하다.’  발걸음을 무겁게 만드는 생각을 질질 계산대로 향했다. 5,560원이 나왔다. 어어가 없었다.


그동안 다닌 카페에서 마신 음료 중에 제일  것이 6,000원이었다.( 커피를 / 마셔서 늘 아메리카노보다 비싼 걸 시킨다.) 그런데 마트에서 마구잡이로  것들이 6,000원도  넘는다니! 그동안 뭐하러 무거운 노트북을 등에 지고,  뻘뻘 흘리며 카페까지 가서,  내고 자리를 차지했나 모르겠다. 숙소에서 안락한 1인실도 얻었는데 말이다.


이제 혼자서 하는 카페 투어는 그만하기로 했다. 그 돈으로 빵집 투어를 더 하거나 정 뭔가 달다구리한 게 마시고 싶으면 마트나 편의점에서 사 마시기로 했다. 나에게 카페는 일행이 있을 때 대화할 장소로 쓰는 공간이지 사색에 잠길 수 있는 힐링 공간이 아니었다. 내가 좋아하는 건 디저트이지 카페가 아니었다.


지금까지 혼자서  7곳의 카페를 다녀왔다. 그리고  58,000원을 지출했다. 음료는 대게 7,000 선으로 저렴한  끼와 맞먹는 값이다. 제주도에서 7,000 주고 먹을  없는  함정이지만…^^; 무튼 오늘도 값을 치르고 나서야 내가 어떤 걸 좋아하고 안 좋아하는지 알게 되었다. 내일부터는 카페를 안 가니 제주도에서 방콕 여행을 할 예정이다.



식곤증이 오는 이유. 사장님이 싸주신 국과 반찬이 너무 맛있는 걸 어떡해!
카페 음료가 비싸긴 하지만 이런 풍경과 함께 하는 자리라 기꺼이 지불하였다. 그리고 일주일쯤 지나니 감흥이 없어졌다. 좋은 것도 매일 보면 좋은 지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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