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살이 43일차 2022년 9월 12일
고기떡볶이 재료를 싸들고 가게로 향했다. 제주도 돼지고기가 너무 맛있어서 고기 떡볶이를 만들면 정말 맛있을 것 같았기 때문이다. 출근 시간 전엔 방에 틀어 박혀 있느라 가게에 얼씬도 안 하던 내가 점심 시간에 밥을 같이 먹자고 가게로 간 적은... 오늘이 처음이었다.
내가 고기 떡볶이를 만든다고 하니 쉐프 사장님이 가게 주방을 내어 주시고 재료도 이것저것 주셔서 아주 편하게 요리를 할 수 있었다. 그리고 사장님은 내가 떡볶이 하나를 만드는 동안 옆에서 잡채, 전, 김말이, 우엉김밥을 뚝딱 준비하셨다.(WOW) 나도 사장님도 손이 커서 순식간에 분식 잔치상이 차려졌다.
사장님 두 분과 카페 직원 언니, 그리고 나까지. 넷이서 분식상 앞에 둘러 앉아 밥을 먹었다. 진작에 이렇게 편안하고 여유롭게 시간을 보냈으면 참 좋았을텐데… 순발력이 부족해 늘 타이밍을 못 맞추는 나는 근무 마지막 날이 되어서야 사람들 틈새로 다시 나오게 되었다. 남들은 놀 시간도 부족한 여행지에서 여행도 제대로 안 한 시간이 조금은 아쉬웠다. 하지만 이런 처절한 고민의 시간을 지나고 나니 다시 바깥 세상에서 재미있게 놀면서 그리고 일하면서 잘 살 자신을 얻게 되었다.
주방에서 쉐프 사장님이 나에게 해주신 말. 사장님도 지금보다 어릴 때 뭔가를 절제하려고 해서 힘들었다고 하셨다. 그래서 절제하는 걸 안 하려고 노력하였는데 나중에 그것 또한 '절제하는 걸 안 하려고 절제하는' 것 이었다는 걸 알게 되었다고 한다. 결국 스스로 절제하는 성향임을 인정하고 나니 편안해졌다고...
듣는 순간 와! 탄성이 절로 나오면서 머릿속이 한 층 더 개운해졌다. 그래, 난 어느 정도 강박이 있는 사람이야. 그냥 그대로 살면 돼. 난 나답게 살면 돼.
나는 언제 어딜가나 주변에 이랗게 도움이 되는 말을 해주는 사람이 꼭 한 명 쯤은 있었다. 방랑벽을 어찌할 수 없는 인생, 인복이라도 많아서 참 다행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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