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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남기웅 Jul 14. 2022

대기업 직장인의 삶

H자동차 5년 차 근무자의 실상..

이른바 대기업이라는 곳 안에서 벌어지는 일이 얼마나 시시하고 보잘것없으며, 형편없는가에 대해서는 다녀 본 사람만 알겠지, 회사원 이야기나 해볼까.

 

난 지난 나의 만 4년이 총체적으로 낭비라는 생각을 하는데, 한편으로는 그런 경험을 해봤다는 것은 의미가 있는 것 같다. 대부분은 상상만 할 뿐인 부분을 직접 경험 했으니까

 

나는 4년 내내 출근시간이 8시였다. 대부분 7시 20분에 출근하긴 했지만, 다른 사람들은 7시면 대부분 출근해 있었다. 퇴근은 또 굉장히 늦는데, 일이 많아서인 적은 거의 없다.

 

회의가 저녁에 있거나, 회식이 있거나, 아니 면 그냥 다들 안 가니까 있거나, 퇴근이 늦을 때 메신저를 보면 다른 계열사에 있는 동기들도 남아있는 경우가 많았다.

 

지금도 내 동기들은 이른바 초일류기업에 근무하며 전 세계를 상대로 일한다고 말들은 하지만 속으로는 울고 있다. 아, 내가 언제까지 이렇게 같이 살아야 하나 하고..


초일류기업에 대한 환상, 뭔가 스마트할 것 같고,

뭔가 최첨단일 것 같고, 뭔가 되게 지적 일 것 같고, 뭔가 긴장감 넘칠 것 같지만, 사 실 우리끼리 이곳을 일류 인재를 뽑아다 바보 만드는 공장'이라고 얘기했다.

 

회사 생활에서 힘든 건, 업무에 관련된 것도, 사람에 관련된 것도 아닌 그냥 왜 이 회사는 나에게 삶이란 것을 하나도 남기지 않는가, 하는 것이었다.

 

내 소원은 남들 출근할 때 출근하고, 남들 퇴근할 때 퇴근하는 것이었다.

 

누군가 회사를 그만두면 비난하는 사람들이 많았다. 망했으면 하고 바라는 사람도 많았다. 퇴사를 한 사람이 무능력해서라고 비하하고, 결국은 망할 거라고 저주하지 않고서는 남겨지는 자신들의 모습이 너무 슬퍼 보였기 때문이 아니었을까라고 생각했다.

 

결과적으로 똘똘한 친구들은 적당한 타이밍에 그만뒀는데, 결국 남겨진 사람들은 연봉은 매년 오르고 무언가 도전하는 것은 두려워 그냥 머물러 있는 것을 스스로 선택한 채 하루하루 자신의 삶을 정당화하는 것만을 반복했었다.

 

생각해보면, 그 옛날, 호텔 하나를 통째로 전세내고 신입사원 7천 명이 모여 공산당 무슨 행사를 방불케 하는 행사를 하던 그 신입 사원 시절엔 '야 나도 뭔가 멋진 일을 하는 인재구나'라는 생각을 했던 시절도 있었다.

 

한동안 한참 외제차를 보고 다녔다. 이거라도 사면 돈이 아쉬워서라도 회사를 더 다 니고 싶지 않을까 하는 마음에, 하지만 매일 두들겨 패는 남편의 돈만 보고 안 떠나는 아내가 된 기분이라 그만뒀다.

 

일단은 살고 봐야지

 

회사를 그만두고 싶다고 말하면  "그만큼 돈을 주잖아요"라고들 말한다.

 난 내 삶이라는 게 그 정도 값 밖에 안된다고 생각하진 않거든요.

라고 말하고 싶지만 못했다. 그러면, "나라면 그 정도 주면 충성해서 하겠다"라고들 말하는데, 별 의미 없는 짓을 한다.

 

진짜로, 뭔가 멋지고 스펙터클한 걸 하는 게 아니라

하루 종일 자리에 앉아서 동그라미만 그리고 그걸 다 지우고 다시 또 그리는 것보다 무의미한 일만 한다.

 

물론 세상에는 더 무의미한 일을 하며 더 적은 돈으로 살아내야만 하는 분들도 있다.

 

나는 그런 사람들을 위한 일을 하고 싶다.

 

왜 어떤 새끼 들은 돈을 말도 안 되게 많이 벌고, 어떤 분들은 터무니없이 적게 벌까, 비정상을 견디는 게 고통이었다.

 

우리나라 대기업이 돈을 버는 이유는 경쟁력이 있어서라기 보다는 이미 틀 자체를 짜 놓은 상태기 때문에 딱히 경쟁력이 없어도 상관없기 때문일 것이다.


인터넷보다 보면 누가 대기업 욕하면 '다니지도 않는 놈이?'라고 한다. 그래서 내가 말한다

 

대기업 회사 생활을 무슨 중원무림같이 권모술수가 난무하고, 독사 같은 악당들이 많은 곳으로 묘사하는 것들이 많은데, 실상은 그렇지 않다. 일하는 사람들 대부분이 불쌍하다.

 

다들 집에도 못 들어가고 하루하루 삶을 회사에 헌납하는 수도자들 같다.


나는 내일도 출근을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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