긴장은 낯설고 불확실한 순간에 피어나는 자연스러운 감각이다. 무언가가 나를 힘들게 할 수 있다는 예감, 청중의 시선이 나를 압도할지도 모른다는 두려움. 익숙하지 않은 것들은 긴장을 불러일으킨다.
처음 만난 사람과 대화할 때, 처음 레슨을 받을 때, 처음 일을 시작할 때도 그렇다. 처음은 단지 익숙하지 않을 뿐이다. 대상과 쌓아가는 시간 속에서 낯섦은 익숙함으로, 불확실함은 안정감으로 바뀌어 간다. 몸과 마음이 유연해지고, 그제야 내 안의 고유한 힘이 천천히, 그러나 은근하게 드러난다.
자연도 같다. 폭풍우를 처음 맞는 나무와 꽃은 스스로를 응축해 단단히 버티려 한다. 그러나 지나친 단단함은 부러짐을 부른다. 결국 비바람에 자신을 맡기고 흔들릴 때 비로소 견딜 수 있다. 우리 또한 긴장되는 상황과 대상에 나를 맡기고 흔들림을 허락할 때 비로소 부드러워진다. 끝내 긴장을 풀지 못하면 내가 떠나거나 나를 떠나거나 둘 중 하나다.
겨울을 나는 나무 역시 몸을 웅크린다. 수분 손실을 줄이기 위해 잎을 떨구고 세포 속 농도를 높여 얼지 않도록 준비한다. 광합성을 최소화하고 대사를 늦추며 버티는 힘을 기른다. 사람도 마찬가지다. 더 크게 성장하기 위해서는 몸을 웅크리는 시간이 반드시 필요하다. 비바람과 겨울을 잘 넘겨 보내려는 웅크림이 길수록, 그 이후를 버틸 힘은 더 단단해진다.
긴장은 다음 단계로 나아가기 위한 필연의 과정이다. 웅크려야 날개를 활짝 펼 수 있다. 몸이 커지기 위해 단단한 껍질을 벗고 나오는 가재처럼, 형태를 완전히 변형시키기 위해 탈피하는 나비처럼. 긴장은 결국 버티고, 해내고, 나아가기 위해 반드시 지나야 하는 문턱이다.
그러니 긴장을 기꺼이 안아보자.
흔들림을 막으려 애쓰기보다 흔들림 속에 몸을 내맡기자.
결국 봄은 오게 되어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