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동안 나의 절약은 늘 실패로 끝나는 다이어트 같았다. 마음먹은 달엔 잘하다가도 어느 순간 폭식하듯 소비한다. 지난 시간에 대한 무의식의 보상심리였을까. 예상치 못하게 아플 때도 그렇다. 병원비만 내면 될 것을 억눌린 마음이 아픈 몸에게 위안이라도 얻듯 영양제를 대거 구입하며 계획에 없던 소비를 하기도 한다.
스스로를 구속하는 힘은 오래가지 못한다. 밀도는 그대로인데 압력만 가해지면 결국 터져버리듯, 불안 혹은 탐욕으로 억눌렀던 소비는 언젠가 충동의 한 형태로 터져 나오기 마련이다. 자연의 법칙은 이처럼 어김이 없다. 때문에 진정한 절약을 위해서는 몸을 움츠리는 것이 아니라 마음을 활짝 열고 비워내야 한다. 맛있는 음식의 유혹을 참기 위해 뚜껑을 덮어두는 대신, 애초에 먹을 만큼만 덜어내거나 주변에 나누어 주는 것처럼 말이다.
절약을 잘하는 사람은 단순히 돈을 모으는 이가 아니다. 삶의 우선순위를 아는 사람이다. 사고 싶은 것을 억지로 참기보다 소비 욕구를 다른 가치로 승화시킨다. 정말 필요한 것과 그렇지 않은 것을 구분할 줄 안다. 시간을 헛되이 쓰지 않고 감정을 함부로 낭비하지 않으며 말과 행동에도 과함이 없다. 무의미한 것에 자원을 흘려보내지 않으니 중요한 것에 더 집중할 수 있다.
지속 가능한 절약은 결핍이 아니라 충만함에서 시작된다. 욕망을 억제하는 것이 아닌 지금 있는 것의 가치에 만족하고 앞으로 다가올 가치에 투자하는 일이다. 살을 빼기 위해 음식을 참는 것이 아니라 건강을 위해 더 건강한 음식을 선택하는 마음과도 같다.
그래서 요즘 나는 돈보다 시간, 시간보다 에너지를 아끼려고 한다. 한정된 에너지를 불필요한 감정에 쓰지 않고 내게 가장 중요한 가치에 쏟으려고 한다. 절약은 결국 삶을 단단하게 만든다. 낭비하지 않기 위해 생각하고, 선택하고, 집중하게 만들기 때문이다.
절약은 줄이는 삶이 아니라 더 나답게 살기 위한 선택이다.
9월의 단상은 오늘 10월 2일에 마무리 합니다.
9월 25일 하루는 약속을 지키지 못했고,
어제는 위에 쓴 '절약'글을 잡지사에 한 번 투고해보려고 온라인 발행가능 여부를 확인받느라 늦었네요.
9월 30일 매일 글쓰기는 실패지만 10월에 또 다른 도전으로 이어집니다!
글쓰기가 밥먹는 것처럼 자연스러워지는 그날까지 100번의 실패를 각오하며!!
다음 브런치북은 아마 '행복'에 대해서 쓰지 않을까 싶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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