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장. 왜 지금 탐색과 발견 인가?
탐색의 길이는 길어지고, 발견의 속도는 빨라졌다
프롤로그에서 광고주의 변화된 요구를 이야기했다. 광고주는 왜 크리에이티브 캠페인 비중을 줄이게 되었을까? 쉽게 말하면 지금의 소비자 여정에서 기존에 만들어온 광고 캠페인의 효과를 확신하지 못하기 때문이다. 사실 광고주가 바뀐 것은 소비자가 변했기 때문이다. 정확히 하자면 소비자의 구매 여정이 변화했기 때문이다.
사람들의 구매 여정을 한 줄로 요약하면
"탐색의 길이는 길어졌고, 발견의 속도는 빨라졌다'라고 말 할 수 있다.
고관여 제품의 경우 하나의 제품을 사기 위해 수십개의 유튜브 영상을 찾아보지만 어떨 때는 숏폼 한 편에 마음이 움직여 사려던 마음이 없던 물건을 몇 초 만에 결제해 버린다.
이 상반된 두 장면이 동시에 벌어지고 있는 지금, 우리가 익숙하게 참고했던 전통적인 소비자 구매 여정 퍼널 모델은 고객의 실제 행동을 설명해주지 못한다.
사실 소비자의 변화가 한 순간에 온 것은 아니다. 인터넷이 만들어진 후 어느 순간 부터 우리는 무언 가를 사기전에 검색부터 하기 시작했다. 그래서 SEO 전략을 중요하게 생각했고 바이럴 마케팅이라는 이름으로 블로그 컨텐츠 마케팅등에 힘을 쏟곤 했다.
때문에 지금을 탐색의 시대라고 부르는 것은 크게 새롭지 않다.
과거와 달리 무엇이 달라진 걸까?
현재의 탐색 행동은 과거 보다 형태와 깊이 자체가 달라졌다.
과거의 탐색은 텍스트 중심의 블로그 후기나 쇼핑 리뷰였다. 지금의 탐색은 인플루언서와 수 많은 유튜버들에 의해 매우 심도 있는 컨텐츠로 변모했다. 뿐만 아니라 숏폼의 형태로 매우 다양하고 많이 소비자에게 도달된다. 유튜브는 이제 전 세계 기준으로 월간 이용자 25억명이 넘는 플랫폼이다. 검색 쿼리 기준으로도 구글 다음 세계 2위의 검색엔진이다. 한국은 더 극단적이다. 연구에 따르면 한국인의 83%가 한달에 17일 이상 유튜브를 시청하고 4300만명이 한 달 30시간 이상 유튜브를 본다.
이 압도적 사용량 덕분에 유튜브는 더 이상 즐길 거리 플랫폼이 아니라 제품 정보 탐색의 기본 창구가 되었다.
사람들은 물건을 구입하기 전에 네이버나 구글을 검색하지 않고 유튜브를 검색한다. 구글 코리아의 조사에서 "특정 제품과 브랜드 서비스 정보를 찾을 대 어떤 플랫폼을 쓰느냐"는 질문에 응답자의 48%가 유튜브를 사용한다고 답했다.
그 이유는 자명하다. 기존의 탐색에서 중요한 역할을 하던 블로그 컨텐츠는 텍스와 사진으로 경험을 설명했지만 유뷰브는 실제 사용장면, 소리, 속도, 표정까지 보여준다. 소비자는 영상 리뷰를 통해 '제품을 미리 써보는 듯한 감각'을 얻을 수 있다.
과거의 리뷰는 '다른 사람이 쓴 사용기'였다면 지금의 유튜브 리뷰는 '내가 사기 전에 대신 써보는 대리 체험'에 가깝다. 탐색의 양이 많아진 것이 아니라 탐색의 밀도와 실감이 훨씬 높아진 것이다.
텍스트 후기를 탐색하던 시절에도 어느 정도의 신뢰는 존재했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거 체험단 글 아닌가?' '광고 글 같은데..'라는 생각을 했고 규정에 의해 후원표시를 시작하자 돈 받고 쓰는 글에 대한 신뢰는 떨어질 수 밖에 없었다.
영상 리뷰는 광고 협찬을 받았다고 해도 실제 제품이 어떻게 작동하는지, 실제 화면 상에 보이는 단점은 없는지, 사용자의 반응은 진짜인지.. 등을 통해 시청자 스스로 판단할 수 있는 기준을 제시해준다.
여러 연구에서 영상 리뷰가 구매 의도에 미치는 영향은 텍스트 보다 크다는 결과가 반복된다.
따라서 예전에도 탐색은 존재했지만 유튜브 리뷰의 영향력이 커지면서 탐색 과정의 신뢰와 설득의 힘이 훨씬 강해진 상태다.
탐색은 구매 ‘직전’에서 구매 ‘전 과정’으로 확장되었다. 탐색은 원래 ‘구매 전에 조금 더 알아보는 행동’ 정도로 이해되었다. 하지만 지금의 탐색은 구매 전·후를 모두 감싸는 전 과정의 행동으로 바뀌고 있다.
재미있는 것은 구매 후에도 탐색이 계속 된다는 것이다.
제품을 이미 샀음에도, 사용법을 익히거나 “내 선택이 틀리지 않았는지” 확인하기 위해 다시 유튜브 리뷰, 언박싱 영상, 팁 영상을 찾아본다. 이 과정에서 만족감이 강화되기도 하고, 반대로 실망감이 커지기도 한다.
소비자 행동 연구를 보면, 온라인 리뷰는 단순한 정보원이 아니라 구매 전·후의 만족감을 모두 좌우하는 신뢰 자원처럼 작동한다. 글로벌 설문에서 응답자의 93%는 온라인 리뷰가 자신의 쇼핑 선택에 영향을 미친다고 답했고, 리뷰가 긍정적일수록 구매 후 만족도와 재구매 의도가 올라간다는 연구들도 반복해서 나오고 있다.
이 말은 곧, “우리가 만든 어떤 광고보다, 소비자가 스스로 찾아보는 탐색 경험이 더 강력한 영향력을 행사한다”는 뜻이기도 하다.
‘발견’은 숏폼 피드에서 일어난다
한편 탐색과는 전혀 다른 출발점에서 시작되는 행동이 있다. 애초에 살 생각도 없던 물건을, 피드를 내리다 우연히 보고 사고 싶어지는 순간.이 책에서 말하는 ‘발견’이다.
발견은 대개 SNS 피드와 숏폼 영상에서 시작된다.
미국 금융정보 사이트 뱅크레이트 조사에 따르면, 소셜미디어 이용자의 48%가 지난 1년 사이 SNS를 통해 충동구매를 한 경험이 있다고 답했다. 이들이 충동구매에 쓴 금액만 연간 약 710억 달러로 추산된다.
또 다른 글로벌 조사에서는, 짧은 동영상을 본 뒤 3명 중 1명 이상(약 38%)이 실제로 제품을 구매했고, 그 중 5명 중 1명은 한 시간 안에 결제까지 끝냈다고 한다. 이때 소비자들이 “충동구매를 가장 자주 하게 되는 플랫폼”으로 꼽은 1위가 틱톡이었다.
디지털 마케팅 리포트들은 틱톡 이용자의 절반 이상이 ‘영상 하나를 보고 바로 구매 버튼을 눌러본 경험이 있다’고 보고한다. 한국 MZ세대의 행동도 크게 다르지 않다.
글로벌 도메인 기업 고대디의 조사에 따르면, 밀레니얼·Z세대 쇼핑객 5명 중 1명(21%)은 매주 SNS에서 여러 번 충동구매를 하고, 절반 이상이 최소 한 달에 한 번은 SNS를 통해 쇼핑을 한다고 답했다. 의류, 식품, 전자제품이 대표적인 카테고리다.
흥미로운 점은, 이 발견이 처음에는 순수한 ‘발견’이지만 바로 이어서 ‘탐색’으로 연결된다는 것이다.
틱톡에서 마음에 드는 가방을 발견한 사용자는, 곧바로 쿠팡과 네이버를 열고 가격을 비교하고, 인스타그램과 유튜브에서 “실착 후기”를 찾는다.
즉, 발견 → 탐색 → 구매 → 추가 탐색이라는 루프가 일상이 된 것이다.
마케터는 이 루프 전체를 장악하는 마케팅 방법론을 찾아야 한다.
유튜브는 새로운 ‘매장 직원’이 되었다
특히 유튜브는 이러한 탐색과 발견의 경계에 있는 독특한 공간이다. 누군가는 “요즘 사람들은 검색창보다 유튜브 검색을 먼저 연다”고 말한다. 한 조사에서는, 소비자의 64%가 제품 동영상을 본 후 구매할 가능성이 더 커진다고 답했다. 또 다른 글로벌 리포트에 따르면, 유튜브 시청자의 78%는 유튜브 크리에이터를 ‘가장 신뢰하는 쇼핑 조언자’로 본다고 응답했다. 스마트폰을 든 소비자의 입장에서 보면, 유튜브의 역할은 거의 이렇다.
“매장 직원 대신, 나랑 취향이 비슷한 사람의 설명을 듣고 싶다.”
그래서 소비자는 스펙 설명보다 “써본 사람의 언어”를 찾는다. 리뷰나 언박싱, 비교 영상이 더 높은 조회수를 기록하는 이유다. 이때 브랜드는 더 이상 “말하는 주체”가 아니라 “탐색이 잘 일어나도록 돕는 조연”이 되어야 한다. 공식 광고 하나를 멀리서 쏘고 끝내는 것이 아니라, 검색 결과의 첫 페이지에서, 유튜브 추천 목록에서, 숏폼 피드에서 소비자가 스스로 걸어 들어오는 길을 설계해야 한다.
탐색과 발견이 지배하는 시대도 브랜딩 캠페인은 결코 사라지지 않을 것이다. 다만 역할과 위치가 바뀐다고 생각하면 좋겠다. 과거에는 “브랜드가 누구인지”를 알리는 대형 캠페인이 출발점이었다면, 이제는 탐색과 발견의 수많은 접점 속에서 “브랜드를 어떻게 경험하게 할 것인가”가 출발점이 된다.
앞으로의 글들을 통해 탐색을 설계하는 방법, 발견을 유도하는 콘텐츠와 크리에이티브, 그리고 이 모든 것을 연결하는 데이터와 여정 설계에 대해 차례로 살펴볼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