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고대행사에 다니지 않을 때, 연말은 그냥 한 해가 지나가는 즈음이었다.
인사철이라 뒤숭숭한 건 어쩔 수 없었지만 그래도 한 해를 잘 보냈다는 격려들이 오가는 훈훈함이 있었다.
광고대행사의 연말은 올해의 결과에 따라 내년의 준비를 달리해야 하는 여러 감정들이 오가는 시기다.
최근의 며칠은 예전에는 한 적 없던 생각을 참 많이도 했다. 그만큼 고민이 많았다.
2026년에는 어떻게, 변하지 말아야 할 것들을 변하지 않게 하고 변해야 하는 것들을 변하게 할 수 있을 것인지 생각했다. 아직 2026년은 오지 않았고 내 고민도 현재 진행 중이다.
고민의 핵심은 회사의 지속적 성장이다. 몇 년간, 부침이 없지 않았으나 회사는 그 간 잘 성장해 왔다.
하지만 회사의 성장이 마냥 좋은 것은 아니었다. 외적으로 회사가 성장한다는 것은 경쟁해야 할 상대의 덩치도 커져야 한다는 것을 체감한 한 해였다. 호기롭게 싸웠으나 대차게 맞은 경쟁 비딩도 존재했다. 회사에 대한 커진 기대만큼 광고주의 욕망을 다 채워주지 못한 일들이 생겨나기도 했다.
며칠간 찬찬이 우리의 문제가 무엇일까?를 고민했다.
하지만 '우리'의 문제가 아니라 '나'의 문제가 핵심이었다는 결론에 가까워졌다.
지난 시간 나는 '동료들을 도와준다는 명분'으로, '내 생각이 좀 더 나을 거'라는 자만으로 많은 일에 앞장섰다. 그런 일들은 일정 부분 회사의 성장에 기여했을 것이다. 하지만 반대로 나의 '앞장섬'은 부정적 그림자들도 켜켜이 쌓아왔을 것이다.
결론적으로 동료들 스스로 더 훌륭한 생각을 펼치지 못하게 만들었을 수도, 나의 책임 뒤에 숨을 공간을 제공했을 수도 있다.
펜타클이 더 큰 회사가 되기 위해서 오히려 내가 작아져야 한다는 생각이 들었다.
동료들이 더 커져야 한다고 생각했다.
그래서 내가 생각하는 2026년, 회사가 가야 할 가장 큰 방향은 동료들을 크게 만드는 것이다.
연말을 맞아, 내년을 계획하며 여러 고민을 하고 있는 중에, 회사 동료가 생각지 못한 연말 선물을 주었다.
선물 속 편지에 이런 말이 적혀 있었다.
'믿을 수 있는 어른과 배울 수 있는 어른을 만나기가 얼마나 어려운 줄 아세요? 그러니 조금만 흔들리세요'
힘든 동료들에게 '조금만 흔들리'라는 말은 내가 해야 하는데, 부끄러웠다.
동시에 흔들리는 나에게 위로를 건넬 줄 아는, 나보다 더 큰 동료들이 있다는 믿음이 오히려 내 생각을 더 확고하게 만들기도 했다.
일부러 작아질 필요는 없겠다. 그들이 이미 커 있으므로 그리고 더 커질 것이므로.
나는 그저 그 믿음으로 내년을 살아가면 된다.
동료가 남긴 편지에 있는 말처럼 '잘 기억 안 나겠지만 우리는 작년에도 재작년에도 늘 힘들었으므로 ㅋㅋ'