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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8. 외로움과 친해져야 하는 이유

『스타트업 좌충우돌 멘토링_2』 마흔 여덟번째 글

by 멘토K


“대표님, 요즘 누구랑 자주 얘기하세요?”


상담실 의자에 앉아 커피를 두 손으로 감싼 30대 중반의 창업자는 멋쩍게 웃으며 이렇게 말했다.


“글쎄요... 우리 개발 리더랑 종종 이야기하긴 하는데, 일 이야기뿐이네요. 속 얘기요? 음... 그런 건 요즘 잘 안 하게 되네요.”


나는 잠시 창밖을 바라보았다.

가을이 막 시작된 날씨였고, 창밖 은행나무는 노랗게 물들 준비를 하고 있었다.


“그게 바로 지금 대표님이 겪고 있는 외로움입니다.”


스타트업 창업자에게 ‘외로움’은 일종의 그림자 같다.

항상 곁에 있고, 아무리 바빠도 따라다닌다.


처음엔 ‘바쁨’과 ‘열정’으로 잘 안 보이지만, 어느 순간 고개를 들면 조용히 등을 붙이고 있는 게 외로움이다.


내가 멘토링해온 수많은 창업자들이 공통적으로 겪는 감정 중 하나가 바로 이 ‘고립감’이다.


초기엔 팀원들과 밤새워 개발하고, 피치 덱을 만들고, 각자 부족한 부분을 메워가며 끈끈함을 느낀다.


하지만 시간이 지나고 조직이 자리를 잡기 시작하면, 대표는 점점 더 ‘의사결정자’가 된다.


결정은 혼자 내리고, 책임도 혼자 진다.

팀원과의 거리도 조금씩 생긴다.

그 틈새로 외로움이 스며든다.


멘토님, 멘토님은 외로움을 어떻게 견디세요?”


어느 날 다른 스타트업 대표가 내게 물었다.

그는 Series A 투자를 막 마친 상태였다.

하지만 표정엔 기대감보다 불안함이 엿보였다.


나는 이렇게 대답했다.


“견디는 게 아니라, 받아들이는 거예요. 외로움을 적으로 두면 지칩니다.

하지만 친구로 삼으면, 그건 성장의 시간으로 바뀌어요.”


그 말을 듣고 그는 한참을 조용히 있었다.


실제로 내가 기억하는 한 대표는 이 외로움을 도망치지 않고 제대로 마주했다.


그는 매일 새벽, 자전거를 타며 하루를 시작했다. 외로움이 밀려올 때면, 명확한 질문 하나를 떠올렸다고 했다.


“지금 이 외로움이 나에게 뭘 알려주려고 하지?”


그러자 외로움은 막막한 어둠이 아니라, 깊은 자신과의 대화 시간이 되었다.


조직에 대한 생각, 다음 라운드 투자 방향, 진짜 만들고 싶은 제품의 본질까지.

그는 외로움 덕분에 '생각할 시간'을 확보할 수 있었다.


그 경험을 통해 그는 “리더는 고독한 자리가 아니라, 고독을 통해 자신과 조직을 되돌아볼 수 있는 자리”라는 깨달음을 얻었다고 했다.


외로움은 때때로 우리를 무너지게도 하지만, 때로는 가장 솔직한 내 모습을 만날 수 있는 기회이기도 하다.


특히 창업자는 누군가에게 쉽게 약한 모습을 보이기 어렵다. 하지만 자신에게는 솔직해야 한다.


그리고 그 솔직함은 대부분 ‘외로움’이라는 시간 속에서 움트기 마련이다.


혹시 지금, 당신도 아무도 없는 사무실에서 혼자 야근 중인가?


내일 있을 투자 미팅 때문에 불 꺼진 책상에 앉아 고민하고 있는가?


그렇다면 이렇게 스스로에게 말해보라.


“외로움아, 어서 와. 나랑 오늘 밤, 진짜 얘기 좀 하자.”


진짜 좋은 질문은 혼자일 때 나옵니다.

진짜 전략은 외로운 새벽에 완성됩니다.


그리고 진짜 창업자는, 외로움과 친해지는 법을 아는 사람입니다.


멘토K의 마지막 한마디


스타트업은 때로 축제지만, 더 자주 외로운 마라톤입니다.


그 마라톤에서 끝까지 완주하는 사람은 외로움에 짓눌린 사람이 아니라, 외로움을 내면의 동력으로 바꾼 사람입니다.


그 외로움을 피하지 말고 품어주세요.

그 안에 진짜 답이 있으니까요.


이 글을 멘토링하며 다시 한 번 느낍니다.

창업의 여정에서 가장 강한 사람은 외로움을 가장 잘 다룰 줄 아는 사람이라는 사실을요.


– 멘토K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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