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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9. 타인의 성공이 나를 흔들 때

『스타트업 좌충우돌 멘토링_2』 마흔 아홉번째 글

by 멘토K


“멘토님, 그 팀 IR에서 10억 투자받았다던데요. 저희보다 훨씬 늦게 시작했는데 말이죠.”


한참 동안 말없이 커피만 마시던 창업자가 조심스레 입을 뗐다.


그 목소리에는 인정하고 싶지 않은 질투와, 불안, 그리고 자신에 대한 실망이 섞여 있었다.

멘토링을 하다 보면 의외로 자주 듣게 되는 말 중 하나다.


“저 친구는 벌써 시리즈A 받았대요.”
“그 팀은 대기업과 제휴를 맺었대요.”
“그 서비스, 사실 제가 먼저 아이디어 냈었거든요…”

스타트업 판에서는 ‘타인의 성공’이 가끔 나의 실패처럼 느껴질 때가 있다.

하지만 그건 착각이다.
남의 성공은 나의 실패가 아니다.
그건 단지 ‘남의 시간표’일 뿐이다.


비교는 불안을 낳고, 불안은 초조한 선택을 낳는다.

몇 해 전, B대표는 지역 커뮤니티 기반 플랫폼을 운영하던 창업자였다.


비즈니스 모델은 명확했고, 꾸준히 로컬 파트너십을 늘려가며 조용히 성장 중이었다.

그러던 어느 날, 유사한 서비스를 운영하던 다른 팀이 국내 유력 VC에게 15억 원의 투자를 받았다는 소식이 들려왔다.


그 팀은 빠르게 확장을 선언했고, 언론에도 연일 기사로 노출되었다.

B대표는 그날 이후 달라졌다.
신중하던 그는 갑자기 전국 단위 확장을 추진했고, 수익보다 트래픽 중심의 전략으로 급선회했다.


마케팅 비용이 폭증했고, 팀은 밤샘 회의로 지쳐갔다.

결국 1년 후, 캐시플로우에 문제가 생기며 B대표는 고심 끝에 회사를 매각했다.


그가 마지막 멘토링 때 했던 말이 아직도 기억난다.


“그때, 그냥 내 속도대로 갔으면… 어쩌면 지금도 운영 중이었을 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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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장은 비교가 아니라 방향의 문제다.

스타트업은 마라톤이 아니라 울퉁불퉁한 산길 트레킹과 같다.


누군가는 우회로로, 누군가는 험로로, 누군가는 로프에 매달려 오르기도 한다.


결국 중요한 건 "지금 내가 가고 있는 방향이 맞는가"이다.


타인의 성공이 나를 흔들 때, 세 가지를 점검해보자.


점검 항목 질문

♤ 나의 WHY 나는 왜 이 일을 시작했는가?내가 지키고 싶은 가치는 무엇인가?


♤ 고객과의 관계 나는 실제 고객의 문제를 해결하고 있는가? 고객은 나를 신뢰하는가?


♤ 내 팀의 건강 우리 팀은 방향을 공유하고 있는가? 내부 신뢰는 유지되고 있는가?

이 세 가지에 ‘예’라고 답할 수 있다면, 충분히 잘하고 있는 것이다.


성공의 시계는 각자 다르게 흐르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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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축하해!”를 진심으로 말할 수 있을 때, 나도 준비된 것이다.

한 후배 대표가 있었다.
같은 창업 커뮤니티에서 함께 성장하던 친구가 투자 유치 소식을 전했을 때, 그는 한동안 연락을 끊었다고 했다.


자신이 초라해 보였기 때문이란다.

하지만 나중에야 그는 깨달았다고 했다.
“그 친구를 부러워하면서, 동시에 미워하고 있던 건 결국 저 자신에 대한 실망이었더라고요.”

그 후 그는 ‘좋은 성과를 낸 창업자를 만나면 반드시 축하 인사를 건네는 것’을 자신의 규칙으로 정했다.


진심으로 축하해줄 수 있는 사람이 되어야,
진심으로 축하받을 자격도 생긴다고 믿었기 때문이다.

그의 말이 인상 깊었다.
“이상하게도 진심으로 축하해주기 시작하니까, 나도 더 빠르게 성장하더라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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멘토K가 전하고 싶은 말

비교는 자연스럽지만, 비교에 휘둘리는 건 선택이다.


창업은 원래 흔들리는 마음을 다스리는 싸움이기도 하다.


타인의 성공이 나를 흔들 때,
그 흔들림 안에서 내 중심을 다시 다잡을 수 있다면, 그건 더 이상 약점이 아니다.

그리고 기억하자.
진짜 승부는, 끝까지 버틴 사람이 아니라 끝까지 ‘자기답게’ 버틴 사람의 이야기다.

멘토K도 늘 그랬듯, 당신이 당신의 속도로 걸어가길 바란다.


당신만의 속도로, 당신만의 그림을 그리며.

- 멘토 K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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