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타트업 좌충우돌 멘토링_2』 오십번째 글
– 불안을 없애려 하기보다, 잘 데리고 가는 법에 대하여
“대표님, 불안하죠?”
나는 멘토링을 시작할 때 이 질문으로 시작하는 경우가 많다.
그러면 대부분의 창업자는 ‘갑자기 어떻게 알았냐’는 듯 멈칫하며 고개를 끄덕인다.
어느 날, 1년 차 스타트업 대표가 내게 상담을 청했다.
법인 설립을 하고, 엑셀로 투자 시뮬레이션도 잘 짰고, 정부지원사업도 선정됐다고 했다.
그런데 자꾸만 숨이 턱턱 막히고, 밤잠을 설치는 날이 많아졌단다.
“이유를 모르겠어요. 잘 되고 있는데 왜 이렇게 불안하죠?”
나는 그를 바라보며 말했다.
“대표님, 잘 되고 있어서 불안한 겁니다.”
불안은 이상한 감정이다.
없는 듯 하지만 사라지지 않고, 무시하려 할수록 더 커진다.
그리고 어쩌면 창업자에게 있어 불안은 ‘결코 떠날 수 없는 동반자’일지도 모른다.
창업이라는 길을 걸어본 사람이라면 누구나 안다.
불안은 늘 옆에 있다는 것을.
지금 당장은 돈이 없어서 불안하고,
투자를 받으면 투자자 눈치 보느라 불안하고,
직원을 뽑으면 조직이 망가질까봐 불안하고,
매출이 오르면 ‘언제 떨어질까’ 불안하다.
불안은 마치 “이 정도면 됐지”라고 안도하려는 찰나, 다시 발목을 잡고 묻는다.
“진짜 이게 맞는 걸까?”
“혹시 지금 잘못 가고 있는 건 아닐까?”
어느 해, 나 역시 깊은 불안을 겪은 적이 있다.
성공적으로 프로젝트가 연달아 성사되고, 책도 출간됐고, 강의 요청도 늘었다.
그런데도 나는 이상하게 공허했고, 불안했다.
이유를 곱씹다 이렇게 정리하게 됐다.
“일이 많다고 해서 미래가 보장되진 않는다.”
불안은 현실이 아니라 상상에서 온다.
지금 있는 문제보다, 올지 모를 미래의 가능성에 스스로 휘둘리는 것이다.
그렇기에 불안을 없애는 건 불가능하다.
우리가 할 수 있는 건 ‘불안과 함께 가는 법’을 배우는 것뿐이다.
나는 멘티들에게 이런 비유를 자주 한다.
“불안은 자동차의 경고등과 같아요.
무시하면 사고 나고,
너무 집착하면 운전을 못 해요.
그냥 체크하고, 가는 거죠.”
불안이 있다는 건 아직 ‘포기하지 않았다는 증거’다.
그 감정은 때로 나를 더 치열하게 만들고, 더 조심스럽게 만든다.
다만, 불안에 끌려가면 삶이 무너진다.
그래서 ‘나의 중심’을 잃지 않고 불안을 곁에 두는 연습이 필요하다.
♤ 지금 불안한 이유는 무엇인가? (사실 기반)
♤ 그것은 내가 바꿀 수 있는가? (통제 가능성)
♤ 지금 당장 내가 할 수 있는 작은 행동은? (실행 가능성)
이 과정을 적어 내려가면,
불안이 덜컥거리는 감정에서
실행의 우선순위를 찾는 ‘나침반’으로 바뀌기 시작한다.
불안은 때로 진짜 문제를 숨기기도 한다.
사업모델이 틀렸는데 인정하기 싫어서,
고객이 떠났는데 원인을 외면해서,
대표자로서 책임을 회피하면서 생기는 불안은
그 자체보다 오히려 ‘회피’에서 비롯된 경우가 많다.
그래서 불안을 마주하기 위한 첫 걸음은
자기 자신을 정직하게 바라보는 것이다.
그 불안이 ‘성장통’인지, ‘경고등’인지 구분해야 한다.
멘토로서 내가 전하고 싶은 말은 이것이다.
창업자는 불안을 없애려 하지 마라.
대신, 그것과 함께 걸어가라.
불안은 나쁜 것이 아니다.
오히려 그것은 당신이 무언가를 진심으로 바라고 있다는 증거다.
그 감정을 두려워하지 말고,
가끔은 옆자리에 앉혀두고 조용히 물어보자.
“그래, 불안아.
오늘은 무슨 얘기를 하고 싶니?”
그 순간, 우리는 비로소
불안이라는 이름의 동반자와
더 멀리, 더 단단하게
스타트업 여정을 걸어갈 수 있을 것이다.
– 멘토K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