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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3. 실행 없는 완벽은 허상이다

『스타트업 좌충우돌 멘토링_2』 오십 한번째 글

by 멘토K


멘토님, 이건 진짜 완벽합니다. 심혈을 기울여 준비했답니다.”


그는 입가에 미소를 머금고 노트북 화면을 나에게 보여주었다.


기획안, 시장 분석, 경쟁사 리서치, 유저 페르소나까지 흠잡을 데 없이 정리된 PPT였다.


일주일에 두 번씩 피드백을 받고, 거의 두 달을 준비한 기획안이었다.


슬라이드만 43장. 콘텐츠 완성도만 놓고 보면 대기업 전략기획팀 수준이다.


“좋아요. 그런데 이제 실행은 언제부터 하실 건가요?”


내 말에 그의 표정이 잠시 굳더니, 고개를 떨군다.


“아직 MVP 설계가 조금 불안하고, 사용자 반응도 시뮬레이션 더 해봐야 할 것 같아서요… 좀 더 정밀하게 준비하고 다음 달쯤 테스트 해보려고요.”


나는 조용히 노트북을 덮었다.

그리고 말했다.


“대표님, 이제 그만 준비하세요. 준비는 충분히 하셨어요. 이제 해보셔야 합니다.”


스타트업 현장에서 가장 흔하게 마주치는 장면 중 하나다.


똑똑하고 성실한 창업자가 ‘완벽’을 쫓느라 ‘실행’을 늦춘다.


문서로는 거의 시리즈 A급인데, 실제 유저 피드백은 단 한 번도 받아본 적이 없다.


이런 창업자들의 공통점은 ‘불안’이다.

‘지금 테스트했다가 망하면 어떡하지?’ ‘아직 부족한 것 같은데?’라는 불안이 완벽주의를 부추긴다.


그래서 준비를 반복한다.

하지만 문제는, 아무리 완벽한 계획도 실행 없이 시장에선 아무 의미가 없다는 점이다.


계획은 책상 위에서만 완벽하고, 실행은 시장에서 다듬어진다.


몇 년 전, 한 청년 창업자의 이야기가 떠오른다. 이름은 민석(가명). 무려 1년 반을 사업계획서만 고치고 있었다.


로고도 네 번이나 바꿨고, 서비스 UI는 12번째 버전이었다.


그의 노션 페이지엔 자료가 끝도 없었다. 그런데 유저는 0명.


나는 어느 날 그에게 진지하게 물었다.


“민석 씨, 이 서비스로 실제 고객을 만나보신 적은 있으세요?”


그는 대답하지 못했다.

그리고 며칠 뒤, 사업을 접겠다고 연락이 왔다. “너무 오래 끌었고, 용기가 나지 않습니다.”라는 말과 함께.


나는 그날 일기장에 이렇게 적었다.


“실행을 미룬 대가로, 그는 경험마저 잃었다.”


반대로, 부족해도 일단 던지고 보는 창업자도 있다.


제품은 허술하지만, 실행력 하나로 투자자도 끌고, 고객도 설득한다.


그들에게는 공통된 태도가 있다.


“시장만이 진짜 피드백을 준다.”


기획서가 아니라, 고객이 진짜다.

창업은 이론의 싸움이 아니다.


현실의 부딪침을 통해 검증되는, 일종의 리얼리티 서바이벌이다.


그리고 그 서바이벌의 유일한 진입장벽은 ‘행동’이다.


창업자들에게 나는 종종 이런 질문을 던진다.


지금 가장 두려운 건 무엇인가요?


혹시 완벽함을 이유로 실행을 미루고 있진 않나요?


테스트 없이도, 당장 실행해볼 수 있는 작은 실험은 없을까요?


실행이 두려운 건 당연하다.

하지만 ‘실행 없는 완벽’은 그저 정지된 꿈일 뿐이다.


고객은 그 완벽한 문서를 보지 않는다.

고객이 만나는 건 당신이 만든 ‘결과물’이다.


설령 그것이 완벽하지 않더라도, 움직이는 한 걸음이 정체된 천 걸음보다 낫다.


“시장은 뛰는 자의 것이다. 고민은 행동 속에서만 해답이 보인다.”


오늘도 멘토링 자리에서 나는 조용히 한 마디를 던진다.


“지금 이 순간, 실행할 수 있는 가장 작은 행동 하나만 정해봅시다.”


그 한 걸음이, 완벽보다 훨씬 더 멀리 데려다줄 것이다.

나는 그렇게 믿는다.


- 멘토 K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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