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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2. 채용보다 무서운 것은 관리

『스타트업 좌충우돌 멘토링_2』 오십 두번째 글

by 멘토K

“멘토님, 그 직원… 이제 한계인 것 같습니다.”

늦은 밤, 카페 구석에서 만난 스타트업 대표의 첫마디였다.


그는 몇 달 전만 해도 신입 개발자 채용 소식을 들려주며 활짝 웃던 사람이었다.
“드디어 사람을 뽑았어요! 이제 저도 좀 살겠죠?”라며 말하던 그 웃음이, 지금은 잿빛이었다.


그의 손엔 커피가 아닌 소화제가 들려 있었다.

처음 그를 만났을 때, 그는 5인 이하의 작은 SaaS 스타트업을 운영하고 있었다.
창업 1년 차, 제품의 베타 버전이 막 시장에 나왔고 반응이 나쁘지 않았다.
문제는, 성장 속도보다 일이 더 빨리 늘어난다는 것이었다.


“이젠 나 혼자 못 하겠어요. 누가 도와줘야 해요.”
그 말은 늘 스타트업의 두 번째 전환점, ‘채용의 시작’을 의미한다.


하지만 채용은 늘 ‘도움’이 아니라 ‘관계’의 시작이다.
그리고 그 관계는 생각보다 훨씬 많은 에너지와 감정을 요구한다.


그가 뽑은 첫 직원은 20대 후반의 개발자였다.
기술 역량도 나쁘지 않았고, 인터뷰에서도 밝은 인상이었다.
하지만 3개월 후, 그는 이렇게 말했다.

“생각보다 대표님이 자주 바꾸시네요. 방향이 자꾸 흔들려요.”


그 말을 듣는 순간, 대표는 속이 뒤집혔다고 했다.

“아니, 시장이 바뀌고 고객 피드백이 나오는데, 당연히 바꿔야죠!”
그의 말은 틀리지 않았다. 하지만 직원 입장에선 불안이었다.


대표는 유연함이라 생각했지만,
직원은 불확실함이라 느꼈다.


나는 대표에게 물었다.
“직원과 대화는 얼마나 자주 하세요?”


“바쁘죠, 하루 종일 업무 얘기만 합니다.”


나는 웃으며 말했다.
“그건 소통이 아니라 보고예요. 관리가 아니라 통보죠.”


관리의 본질은 일을 지시하는 것이 아니라,
사람이 이해하고 함께 움직이게 하는 것이다.
하지만 대부분의 초기 스타트업 대표는
관리보다 일이 급하다고 느낀다.


그래서 일만 시킨다.
결국 직원은 ‘의미’를 잃고, ‘관계’를 접는다.


몇 주 뒤 그는 또 찾아왔다.
“그 친구, 결국 퇴사했습니다.”
표정엔 아쉬움보다 허탈함이 묻어 있었다.


“근데 이상하죠?
사람이 떠났는데, 제가 나쁜 상사였다는 생각이 먼저 들어요.”


나는 그 말에 고개를 끄덕였다.
“대표님, 스타트업 대표는 리더이기 전에 관계의 관리자예요.
성과보다 사람을 먼저 다루는 법을 배워야 해요.”


그는 한참을 생각하더니 이렇게 말했다.
“채용은 공부하면 되는데, 관리는 공부로는 안 되네요.”


그 말이 정확했다.
채용은 프로세스의 문제지만, 관리는 감정의 문제다.


스타트업의 진짜 성장 통은 사람 관리에서 온다.

많은 창업자가 ‘채용’을 가장 어려운 일로 꼽지만,
실제로 그보다 더 힘든 건 ‘관리’다.
왜냐하면 채용은 선택의 순간이지만,
관리는 관계의 지속이기 때문이다.


나는 멘토링할 때 종종 이렇게 말한다.

“좋은 채용은 하루면 끝나지만,
좋은 관계는 매일 만들어야 합니다.”


대표가 해야 할 일은
직원에게 일만 맡기는 것이 아니라,
그가 왜 이 일을 하는지를 느끼게 해주는 것이다.


관리란 결국 “함께 가자”는 말의 연속이다.

한 번은 한 대표가 이런 질문을 했다.
“멘토님, 저는 통제하기보단 자유를 주는 편이에요. 그런데 왜 팀이 자꾸 느슨해질까요?”


나는 말했다.
“자유에는 방향이 필요합니다.
관리란 자유를 제한하는 게 아니라,
자유가 흩어지지 않게 잡아주는 거예요.”


스타트업은 작은 조직일수록
리더의 감정과 의사결정이 곧 문화가 된다.
그래서 ‘관리’는 기술이 아니라 태도다.


그날 마지막으로 그는 이렇게 말했다.
“이젠 사람 뽑는 게 무섭습니다.”


나는 웃으며 답했다.
“괜찮아요. 무서워하는 게 맞아요.
사람을 책임진다는 건,
결국 그들의 시간과 꿈의 일부를 함께 짊어지는 일이니까요.”


그의 눈빛이 조금 누그러졌다.
그때 나는 다시 한 번 확신했다.


스타트업의 성장은 제품에서 오지 않는다.
사람을 이해하는 리더십에서 온다.




멘토K의 짧은 메모


채용은 기술, 관리는 감정이다.

통제보다 신뢰, 자유보다 방향이 중요하다.

대표의 말투, 태도, 분위기가 곧 조직문화다.

일보다 사람을 먼저 이해하면, 일은 자연히 따라온다.


- 멘토 K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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