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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3. 경쟁이 없는 데, 왜 내 제품은 팔리지 않지?

『스타트업 좌충우돌 멘토링_2』 오십 세번째 글

by 멘토K


“경쟁이 없는데 왜 내 제품은 안 팔릴까?” — 스타트업 초보들이 가장 많이 착각하는 질문이다.

경쟁이 ‘없는 게’ 아니라, 고객이 ‘관심 없는’ 시장에 들어선 것일지도 모른다.


멘토K가 전하는 현실 멘토링의 한 장면을 통해 진짜 경쟁의 본질을 함께 짚어본다.

“멘토님, 저희 아이템은 경쟁이 없어요. 완전 블루오션이에요.”
이 한마디는 내가 스타트업 멘토링 현장에서 가장 자주 듣는 말 중 하나다. 그 말이 나올 때마다 나는 살짝 미소를 짓는다. 왜냐면, 그 뒤엔 거의 예외 없이 ‘판매 부진’이 따라오기 때문이다.


그날도 그랬다. 한 창업자가 들뜬 목소리로 말했다.
“저희 제품은 아직 아무도 안 하고 있어요. 독창적인 아이디어라 경쟁이 전혀 없어요.”

그는 ‘없다’라는 단어에 묘한 확신과 자부심을 담고 있었다.
하지만 내 머릿속엔 다른 문장이 떠올랐다.
‘경쟁이 없는 게 아니라, 시장이 아직 형성되지 않은 건 아닐까?’


며칠 뒤, 그 창업자의 제품을 실제로 써봤다. 기능은 참신했고, 디자인도 세련됐다.
문제는 ‘누구에게 팔아야 하는가’였다.
제품은 좋았지만, 그걸 ‘원하는 사람’을 찾기 어려웠다.
나는 물었다.
“혹시 이 제품을 쓰고 싶다고 말한 고객이 있었나요?”


그는 잠시 머뭇거리더니 대답했다.
“아직은요. 근데 다들 보면 좋아하긴 해요.”


‘좋아하는 것’과 ‘사는 것’은 다르다.
이 간극을 모르는 창업자가 너무 많다.
고객은 ‘좋아’할 수 있다. 그러나 ‘필요하지 않다면’ 결코 지갑을 열지 않는다.
그래서 나는 조용히 물었다.
“그럼 고객은 이 제품이 없을 때 어떤 불편을 느끼죠?”

그는 잠시 말이 없었다.
그제야 깨달았을 것이다.
경쟁이 없는 게 아니라, ‘문제가 없는 시장’에 들어왔다는 것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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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쟁이 없는 시장엔 두 가지 이유가 있다.
하나는 정말 혁신적인 아이디어로 아직 아무도 시도하지 않은 경우,
다른 하나는 시장이 존재하지 않기 때문에 아무도 시도하지 않은 경우다.
대부분의 초보 스타트업은 후자다.
고객의 문제보다 ‘자신의 아이디어’에 몰입한 결과다.


나는 종종 이런 비유를 한다.
“한겨울 강릉 해변에 아이스크림 가게를 차린 셈이에요.
아무도 없으니 경쟁은 없겠죠.
하지만 그건 시장이 없기 때문이에요.”


진짜 경쟁은 ‘유사제품’이 아니라 ‘고객의 선택 기준’ 속에서 일어난다.
당신의 제품이 아니라도 고객은 그 문제를 다른 방식으로 해결하고 있을 수 있다.
예를 들어, ‘시간 절약’을 돕는 앱이라면 경쟁상대는 같은 카테고리의 앱이 아니라,
그 시간을 대신 써주는 사람일 수도 있고, 심지어 그 일을 아예 하지 않도록 선택하는 ‘무행동’일 수도 있다.
고객은 언제나 “당신의 제품”과 “현재 방식”을 저울질한다.
즉, 경쟁은 항상 존재한다. 다만 당신이 그것을 ‘인식하지 못할 뿐’이다.


나는 그 창업자에게 마지막으로 이렇게 말했다.
“경쟁이 없는 게 아니라, 당신이 경쟁을 정의하지 않은 겁니다.
고객이 이미 쓰고 있는 ‘대체 행동’을 분석해보세요.
그 속에 진짜 경쟁자가 숨어 있어요.”


몇 주 후 그는 다시 연락을 해왔다.
고객 인터뷰를 통해 사람들이 이미 유사한 문제를 ‘엑셀로’ 해결하고 있다는 걸 알게 됐다고 했다.
그래서 그는 앱의 기능 중 일부를 ‘엑셀 대체’ 중심으로 재설계했다.

결과는 놀라웠다. 다운로드 수가 10배 늘었다.
“이제야 고객이 뭘 원했는지 알겠어요.”
그가 말할 때의 목소리는 전보다 한층 단단해져 있었다.


창업의 초기에 ‘경쟁이 없다’는 말은 더 이상 자랑이 아니다.
오히려 그것은 시장조사가 부족하거나, 고객의 문제를 깊이 파고들지 않았다는 신호다.
진짜 창업가는 경쟁의 존재를 두려워하지 않는다.
오히려 경쟁 속에서 자신만의 차별화를 찾아내는 사람이다.


나는 이렇게 정리한다.
“경쟁이 없다는 말 대신, ‘고객이 왜 지금 이 문제를 이렇게 해결하고 있는가’를 물어라.
그 질문이 당신의 사업을 살릴 것이다.”


스타트업은 늘 ‘새로움’을 찾는다.
하지만 시장은 ‘익숙함’을 원한다.
고객은 완전히 새로운 것보다, 자신이 이미 알고 있는 문제를 좀 더 쉽고 편하게 해결해주는 것을 선택한다.
그래서 혁신보다 ‘공감’이 먼저다.
공감 없는 혁신은 결국 시장의 벽 앞에서 멈춘다.


나 역시 컨설팅 초기 시절, 수많은 ‘좋은 아이디어’가 실패하는 걸 봤다.
기술이 부족해서가 아니라, 시장의 언어를 배우지 못했기 때문이다.
시장은 언제나 고객의 언어로 말한다.
그 언어를 배우는 것이 진짜 창업자의 첫걸음이다.


오늘도 누군가는 ‘경쟁이 없다’며 자신 있게 말할 것이다.
하지만 나는 그들에게 이렇게 되묻는다.
“정말 경쟁이 없나요? 아니면 고객이 아직 관심이 없는 걸까요?”


이 질문을 진심으로 고민하는 순간, 당신의 창업은 비로소 시작된다.


– 멘토K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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