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art 1. 초원의 탄생, 창업의 시작, 열 한번째 글
초원에는 언제나 긴 바람이 불었다. 그 바람은 방향을 예측할 수 없었고, 흐름은 하루에도 수차례 바뀌었다.
테무친이 동맹을 다룰 때도 그랬다. 서로 손을 잡았지만 마음 깊은 곳에서는 늘 불안이 있었다.
‘과연 이 관계가 얼마나 갈 것인가.’ 그것은 초원의 리더라면 누구나 마주하는 질문이었다.
그리고 그것은 오늘의 창업가가 마주하는 질문과 다르지 않았다.
테무친은 어려서부터 동맹의 달콤함과 씁쓸함을 동시에 배웠다.
아버지 예수게이는 동맹을 맺기 위해 먼 부족까지 찾아갔다가 그 자리에서 독살당했다.
그 사건은 어린 테무친에게 단순한 충격이 아니라, 동맹이라는 것이 얼마나 불안한 기반 위에 서 있는지 절실하게 알려주는 순간이었다.
동맹은 보호막이 되기도 하지만, 가장 위험한 틈이 되기도 했다.
그래서 그는 성장하면서 단순히 ‘손을 잡는 것’을 목표로 하지 않았다.
그는 ‘믿을 수 있는 연결’을 만들고 싶어 했다. 하지만 초원에서는 누구도 영원히 신뢰로 묶어둘 수 없었다.
부족의 이해관계, 계절마다 바뀌는 경제적 상황, 권력의 미묘한 균형이 모든 관계를 흔들었다.
동맹은 안정이 아니라 하나의 선택이었고, 그 선택은 언제든 뒤집어질 수 있었다.
창업가가 파트너, 투자자, 협력사와 관계를 맺는 것도 이와 똑같다.
처음에는 목표가 같아 보여 손을 맞잡지만, 시간이 지나면 미묘한 온도 차이가 생긴다.
이익이 충돌하기도 하고, 속도가 다르기도 하며, 기대치가 엇나가기도 한다. 동맹은 늘 기대와 불안이 함께 오는 ‘창업의 딜레마’다.
테무친은 불안한 동맹 속에서 세 가지를 배웠다.
첫째, 동맹은 목적이 같을 때만 의미가 있다. 둘째, 목적이 사라지면 관계도 흔들린다.
셋째, 동맹은 ‘영원히 유지하는 것’이 아니라 ‘함께 있을 수 있는 시간’을 늘리는 것이다.
그는 동맹이 깨진다고 해서 상대를 원망하지 않았다. 대신 “우리는 왜 함께했는가, 그리고 어디까지 갈 수 있는가”를 늘 스스로에게 물었다.
창업에서도 이 질문이 필요하다.
어떤 브랜드는 협업을 하다가 방향이 달라지면 침묵 속에 갈라선다.
어떤 팀은 투자자를 만나고 나서 오히려 자신의 핵심 철학을 잃어버린다.
동맹은 힘을 얻기도 하지만, 정체성을 잃을 위험도 있다.
그래서 창업가는 늘 자신의 핵심을 지켜야 한다. 목적이 흔들리면 동맹은 부담이 된다.
테무친은 동맹을 맺을 때 절대로 상대를 이상화하지 않았다.
그는 자무카와도 깊은 의형제를 맺었지만, 그 관계도 결국 어느 순간 균열이 생겼다.
권력의 방향이 달라지면서 그들은 서로 다른 길을 가게 되었다.
그 순간, 테무친은 깨달았다. “동맹은 사람 사이의 정이 아니라, 방향 사이의 합의다.”
이는 오늘날 창업 팀, 공동창업자에게 그대로 적용된다.
인간적으로 서로 좋아할 수는 있지만, 비전이 다르면 결국 갈라선다.
그는 동맹이 흔들리는 순간을 두려워하지 않았다. 대신 그런 순간을 통해 ‘누가 남을 사람인가’를 판단했다.
전쟁이 시작되기 전날 밤, 일부 동맹 부족이 조용히 빠져나가는 일도 있었다. 하지만 그는 그들을 원망하지 않았다.
그들의 선택을 받아들이고, 남은 사람들에게 집중했다.
창업에서도 이 원리는 정확히 들어맞는다. 파트너가 떠난다고 실패하는 것이 아니다.
남아 있는 사람들과 다시 목적을 세우는 게 더 중요하다.
또 하나 흥미로운 점은, 테무친은 동맹을 유지하기 위해 무리한 약속을 하지 않았다는 사실이다.
그는 “이 전쟁이 끝나면, 네 부족에게 큰 영토를 주겠다”와 같은 비현실적 약속을 하지 않았다.
대신 “이 전쟁을 이기면, 우리는 서로를 배신하지 않겠다”라는 최소한의 신뢰를 제시했다.
과도한 약속은 관계를 빨리 망가뜨린다는 걸 알고 있었기 때문이다.
창업에서도 과한 약속은 독이 된다. 비전을 공유하되, 비현실적 수익이나 과도한 보상을 약속하는 순간 관계는 균열을 향해 달려간다.
동맹의 본질은 신뢰지만, 신뢰의 본체는 ‘예측 가능성’이다.
테무친은 언제나 예측 가능한 행동을 했다. 공격할 때는 정면으로 말했다.
협상할 때도 속이지 않았다. 상대는 그를 두려워하면서도, 동시에 안심했다.
사람들은 무서운 리더보다 예측 가능한 리더를 따른다.
창업가도 마찬가지다. 불안한 시기일수록 투명성과 일관성이 신뢰를 만든다.
동맹이 깨지는 순간은 필연이다.
그러나 테무친은 깨짐을 실패로 보지 않았다.
그는 동맹이 깨질 때마다 조직을 다시 재정비했고, 방향을 새롭게 설정했다.
깨짐은 상실이 아니라 ‘정렬의 기회’였다.
창업자에게도 이런 순간이 꼭 필요하다. 방향이 어긋난 사람들과 억지로 함께 가려는 순간, 조직 전체가 흔들린다.
오히려 관계의 균열은 조직이 본질을 다시 확인하는 신호다.
초원에서 테무친은 늘 바람을 보았다. 바람이 바뀌면 움직임도 달라졌다.
그는 그 바람 속에서 기회를 찾았다. 동맹의 불안도 그런 바람이었다.
언제든 관계가 흔들릴 수 있다는 사실은 리더에게 긴장을 주었지만, 동시에 더 집중하고 더 성숙해지는 계기가 되었다.
창업가도 관계의 불안을 성장의 요소로 삼아야 한다.
동맹이 불안할수록, 리더의 중심은 더 단단해야 한다.
관계가 흔들릴수록, 비전은 더 선명해야 한다.
사람이 떠날수록, 남은 사람들이 더 소중해진다.
테무친은 동맹의 연속된 깨짐 속에서 리더의 본질을 배웠다.
창업가 역시 그 딜레마를 반드시 지나야 한다.
불안한 동맹은 실패가 아니라,
당신이 어디로 가야 하는지 다시 묻는 또 하나의 질문이다.
- 멘토 K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