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art 1. 초원의 탄생, 창업의 시작, 열 두번째 글
초원의 역사는 오래된 규칙 위에서 움직였다.
피는 피를 따르고, 귀족은 귀족끼리 결혼하고, 전리품은 혈통 순서대로 나누어 가졌다.
누구도 이 질서에 의문을 품지 않았다. 그러나 테무친은 그 틀을 처음부터 낯설게 느꼈다.
아버지를 잃고 버려졌던 시절, 그는 깨달았다.
“기존 질서는 강한 자의 것이지, 모든 이의 것이 아니다.”
그가 첫 피벗을 결심한 건 그때였다.
억압받던 평민들과 힘을 잃은 자들, 가족을 잃고 떠돌던 사람들을 하나로 묶고 싶었다.
초원의 질서가 버린 사람들을 그는 자신의 새로운 세계의 씨앗으로 삼았다.
남들이 버린 규칙을 버리고, 남들이 버린 사람을 데려와 새로운 질서를 만들겠다는 작은 결심이었다.
하지만 그 결심은 훗날 제국의 첫 숨결이 되었다.
그는 기존 방식대로 싸우지 않았고, 기존 방식대로 사람을 쓰지 않았다.
귀족 중심의 지배 구조를 뒤집고, 능력으로 사람을 세웠다.
혈통이 아니라 역할, 태도, 실행력을 기준으로 새로운 팀을 구성했다.
그 순간 테무친은 초원의 질서에서 완전히 벗어났다.
이것이 그의 첫 번째 피벗이었다.
창업의 세계에서 피벗은 실패의 신호가 아니다.
오히려 “결정적인 학습이 이루어졌다”는 증거다.
기존의 방식으로는 더 이상 성장할 수 없을 때, 창업가는 방향을 바꾼다. 테무친도 그랬다.
기존의 승자 규칙은 그가 살아남을 수 있는 구조가 아니었다.
그는 가진 것이 없었고, 귀족 가문도 아니었고, 토대를 물려받지도 못했다.
그렇다면 남은 방법은 기존 질서를 통째로 버리는 것이었다.
그는 전쟁 방식을 피벗했다.
초원의 전쟁은 정면 승부가 전통이었다. 그러나 테무친은 기습과 속도를 택했다.
전통적 전술로는 숫자가 많은 적을 이길 수 없다는 것을 명확히 이해했기 때문이다.
그는 경량화된 군대를 만들고, 신속한 기동을 중심으로 전략을 다시 짰다.
기동 중심 전술은 기존 체계를 완전히 뒤집는 혁신이었다.
그의 작은 군대는 큰 군대를 휘둘렀고, 빠른 공격은 느린 적을 압박했다.
이 피벗은 단순한 전략 변경이 아니었다.
초원의 ‘싸움 방식’ 자체를 재정의한 것이다. 남들이 오래된 관습을 신뢰할 때, 그는 그것이 가진 리스크를 먼저 발견했고, 바로 방향을 바꾸는 결단을 내렸다.
창업가도 시장의 변화를 먼저 읽는 사람이 결국 유리하다.
고객의 움직임이 바뀌면 제품도 바뀌어야 하고, 경쟁의 질서가 변하면 전략도 변해야 한다.
기존의 성공 방식을 고집하는 순간, 변화는 곧 위기가 된다.
테무친은 조직 구조도 피벗했다.
그는 혈통이 아닌 실력을 바탕으로 조직을 크게 재편했다.
전쟁의 공로를 귀족에게만 주던 시대에, 그는 평민이 전투에서 공을 세우면 바로 상을 내렸다.
그 평등한 보상 체계가 사람들의 충성을 이끌었다.
조직의 보상 구조를 바꾸는 순간, 사람들의 마음도 바뀐다.
오늘날 기업이 성과 중심 구조로 혁신할 때 벌어지는 변화가 당시 초원에서도 그대로 일어났다.
그는 심지어 ‘충성의 방식’ 자체를 바꿨다.
초원에서는 혈연이나 혼인으로 충성을 묶었지만, 그는 신념과 목표로 묶었다.
“우리는 초원을 하나로 만들 것이다.” 이 비전은 단순한 구호가 아니라, 새로운 질서의 방향성 자체였다.
비전이 명확하면 사람들은 방향으로 모인다.
피벗은 단순히 예전 것을 버리는 것이 아니다.
‘더 나은 미래를 위해 지금의 자신을 버릴 용기’다.
테무친은 의미 없는 관습을 버렸고, 시대에 뒤떨어진 방식도 버렸다.
그는 영광을 위한 싸움이 아니라, 생존과 미래를 위한 싸움을 택했다. 그것이 그의 첫 피벗의 본질이었다.
그 피벗은 쉬운 결정이 아니었다.
기존 귀족들은 분노했고, 그와 가장 가까웠던 사람들도 위험을 경고했다.
그러나 그는 알고 있었다. “이 질서 안에서는 나는 절대로 이길 수 없다.” 창업가도 마찬가지다.
기존 모델을 고수하며 작은 승리를 반복하는 것보다, 큰 변화를 선택해 미래를 다시 설계해야 할 순간이 반드시 온다.
나는 여러 창업팀을 보며 느꼈다.
피벗은 두 가지 순간에 일어난다. 하나는 더 나아갈 수 없을 때, 다른 하나는 더 크게 나아갈 수 있을 때. 후자가 훨씬 멋진 피벗이다.
테무친의 경우도 그랬다. 그는 생존 때문에 피벗한 것이 아니라, 더 큰 꿈을 위해 기존 질서를 벗어던졌다.
피벗이란 결국 자신이 만들어온 익숙한 세계와 결별하는 것이다.
그렇기 때문에 고통스럽고 외롭다. 하지만 그 선택을 하지 않으면 새로운 세계는 열리지 않는다.
테무친이 피벗하지 않았다면 그는 그저 작은 부족의 리더로 남았을 것이다.
피벗을 선택했기 때문에 그는 제국을 만들어갔다.
기존 질서에서 벗어나는 일은 늘 두렵다.
그러나 그 두려움의 끝에는 새로운 기회가 있다.
테무친은 그 길을 선택했다.
창업가도 같은 순간을 맞이한다.
그때 필요한 건 용기, 관찰력, 그리고 본질을 꿰뚫는 통찰이다.
“기존 질서를 버릴 때 비로소 새로운 질서가 온다.”
테무친의 첫 피벗은 끝이 아니라 시작이었다.
그리고 당신의 피벗도 마찬가지다.
- 멘토 K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