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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3. 생존의 프라이싱 전략— 물물교환에서 배운 감각

Part 1. 초원의 탄생, 창업의 시작, 열 번째 글

by 멘토K

초원의 거래는 단순했다.

돈이 없었기 때문이다. 말 한 필을 가죽 다섯 장과 바꾸고, 식량 한 자루를 작은 도구와 맞바꾸었다. 그러나 단순하다고 해서 쉽지는 않았다. 물물교환은 숫자가 아닌 ‘감각’의 세계였다. 누가 더 절박한지, 누가 더 여유로운지, 지금의 가치가 계절이 바뀌면 얼마나 달라질지. 초원의 리더는 이 감각을 읽을 수 있어야 했다.


테무친도 처음엔 이 교환의 세계가 낯설었다.

그는 어린 시절 가난했기 때문에 무엇이 ‘가치 있는 것인지’ 늘 몸으로 배워야 했다. 식량이 부족한 겨울이면 작은 말 한 마리가 목숨을 구했고, 여름이면 오히려 말보다 도구가 더 귀했다. 가치는 환경에 따라 변했다. 그는 이 변화를 빠르게 감지하며 생존하는 법을 배웠다. 이 경험은 훗날 그의 전략적 감각을 만든 기반이 되었다.


창업에서의 프라이싱도 같다.

가격은 숫자가 아니라 가치의 언어다. 고객의 상황, 시장의 흐름, 경쟁의 구조에 따라 가격의 의미는 순간순간 달라진다. 단순히 원가에 마진을 더하는 방식으로는 시장의 마음을 얻을 수 없다. 테무친은 초원에서 ‘가격은 심리’라는 것을 너무 일찍 터득했다.


초원의 물물교환에는 두 가지 법칙이 있었다.

첫째, 상대의 상황을 읽어야 한다.

둘째, 나의 가치를 과하게 설명할 필요가 없다.

테무친은 무엇을 줄 때 늘 상대의 표정을 살폈다. 눈빛이 흔들리는지, 손이 떨리는지, 혹은 지나치게 여유로운지. 그는 상대가 얼마나 절박한지에 따라 요구를 조절했다.

지나친 요구는 분쟁을 불렀고, 지나친 양보는 팀의 생존을 해쳤다.


스타트업이 가격을 정할 때도 이와 같다.

고객이 어떤 상황에서 어떤 선택을 하는지를 먼저 읽어야 한다. 고객이 당장 문제를 해결해야 하는 급박한 상황인지, 아니면 비교·탐색 상태인지.

같은 제품이어도 그 심리적 상태 하나가 ‘가격 허용 범위’를 완전히 바꾼다. 테무친은 심리를 읽는 법을 생존의 조건으로 배웠다.


그는 또 교환할 때 항상 ‘상대가 이득을 봤다고 느끼게 하는 것’을 중요하게 여겼다.

거래는 한 번으로 끝나는 것이 아니라, 다음 관계로 이어지는 다리였다.

상대가 불리했다고 느끼면, 그 관계는 오래가지 못한다. 그렇다고 지나친 양보도 하지 않았다.

핵심은 ‘적정선’을 잡는 감각이었다. 이 감각은 머리로 배우기 어렵다. 경험을 통해 체득해야 한다.


나는 기업의 가격 전략을 자주 컨설팅하면서 느낀다.

가격은 수치가 아니라 판단이며, 판단은 결국 경험의 집합이다.

창업자는 경험을 통해 자신만의 ‘가치 감각’을 만들어야 한다.

테무친이 초원에서 생존하며 익힌 감각처럼, 창업자도 시장에서 부딪히며 학습하는 것이다. 실패한 가격도 소중한 데이터다. 가격을 너무 높게 부르면 고객은 도망가고, 너무 낮게 부르면 스스로 가치를 깎아먹는다. 이 미묘한 경계가 사업의 생존을 좌우한다.


테무친은 물물교환을 하며 또 하나의 중요한 원칙을 배웠다.

‘시점의 가치’다. 오늘은 값싼 것이 내일은 가장 귀한 것이 될 수 있고, 반대도 된다.

초원의 겨울은 식량의 가치가 말의 가치보다 높았다. 그러나 봄이 오면 상황은 반대로 뒤집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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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타트업의 프라이싱도 이 원칙을 이해해야 한다.

출시 초기에 낮은 가격으로 시장을 확보해야 할 때도 있지만, 시간이 지나 제품의 가치가 증명되면 오히려 가격을 올리는 것이 필요하다.

시장은 계절처럼 변한다. 가격 전략도 함께 움직여야 한다.


특히 테무친이 강조한 건 ‘투명성’이었다.

그는 교환할 때 숨기지 않았다. 말이 늙었으면 늙었다고 말했고, 식량이 조금 남았다면 조금 남았다고 말했다. 초원에서는 신뢰가 최고의 자산이었다. 거래는 곧 신뢰의 시험이었다. 한번 속이면 다음 거래는 없었다. 오늘날 고객도 마찬가지다. 가격의 이유를 솔직하게 말해주는 기업을 더 오래 기억한다. 투명한 프라이싱은 신뢰를 만들고, 신뢰는 고객의 유지율로 이어진다.


테무친의 거래 방식에서 또 하나 중요한 점은 ‘가치의 교차’를 이해했다는 것이다.

그는 상대가 무엇을 더 중요하게 생각하는지 관찰했다. 어떤 부족은 말보다 무기를 중요하게 여겼고, 어떤 부족은 식량보다 동맹을 원했다. 그는 언제나 상대의 가치 우선순위를 읽었다.


창업자도 고객의 우선순위를 파악해야 한다.

어떤 고객은 속도를 중요하게 여기고, 어떤 고객은 안정성을 원하며, 또 어떤 고객은 가격보다 결과를 중시한다. 같은 제품이어도 고객의 우선순위에 따라 제안의 방식은 달라져야 한다.


초원의 물물교환은 단순해 보이지만, 실상은 매우 정교한 협상 구조였다.

감정, 심리, 환경, 정보가 모두 결합되어 있었다. 우리는 종종 이 원초적인 거래의 본질을 잊는다. 가격은 숫자가 아니라 관계의 신호라는 사실을. 가격에는 기업의 철학이 담겨 있고, 고객의 신뢰가 깃들어 있다.


테무친은 물물교환에서 얻은 감각을 전쟁에도, 조직 운영에도 그대로 적용했다.

전쟁 전에 제시하는 조건도, 동맹을 맺을 때의 제안도, 심지어 내부의 보상 체계도 모두 ‘가치를 교환하는 방식’의 연장선이었다. 그는 이 감각을 잃지 않았기에 제국을 경직되지 않게 유지할 수 있었다.


창업자의 프라이싱은 단순히 돈을 얼마나 받을지 정하는 문제가 아니다.

그것은 고객의 마음을 읽고, 시장의 흐름을 느끼고, 기업의 철학을 보여주는 과정이다.


테무친의 교환 철학은 결국 이렇게 요약된다.
“가치를 읽고, 가치를 만들고, 가치를 나누라.”

물물교환에서 배운 감각이 그의 생존을 지탱했다.


그리고 오늘의 창업자에게도 그 감각은 여전히 유효하다.
프라이싱은 돈의 문제가 아니라, 생존의 문제다.
당신의 가격은 고객에게 보내는 가장 명확한 메시지다.


초원의 한 끼 식량처럼, 가격은 때로 생사를 나누는 힘을 가진다.


- 멘토 K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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