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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평범 Aug 14. 2024

금주 1년 후기.

"술 끊으면 뭐 하고 놀아요?"

 건강상의 이유로 [금주]를 시작하여 [단주]로 이어지게 된 지 어느덧 1년이 지났습니다. 사실 정확히 날짜를 세어보지는 않았어요. 왜냐면 앞으로 술 먹을 일은 없겠다는 결단을 한 뒤로는 금주 같은 '감내의 기간' 따위는 필요하지 않았기 때문이죠.

술이 술술 넘어가는 을지로 3가, shot on Canon TX



-술 좋아하던 사람이 그거 끊으면 뭐 하고 놀아?

-술만큼 좋아하던 걸 더 좋아하게 되는.. 느낌?

(그래서 네가 더 좋아지더라,,라고 하면 어땠을까라는 상상)


 이따금씩 나에게 관심을 주며 지내는 가까운 사람들의 질문이 이 글을 쓰게 된 이유가 되겠습니다. 저도 어떻게 제가 술 없이 놀고 사는지 궁금하기도 해서요. 그렇게 가만히 생각해 보니.. 술 없이도 즐기던 나만의 놀거리들을 더욱 애정하게 되는 것 같아요. 취향에 딱 맞는 영화 3편을 숨도 안 쉬고 달린 후, 진하게 남은 여운을 감상평으로 남겨보며 이렇게 새로운 접근으로 영화를 보는 건 신선한 만큼 배로 재밌었어요. 마치 소맥을 처음 먹었던 날처럼! 최근에는 오토바이에 관심이 생겼는데 참 다행이죠? 음주 운전할 일은 없으니까요. 참, 가끔 어렴풋이 알고 있던 단어들의 정확한 사전적 정의를 괜히 찾아보기도 합니다. 책은 읽기 싫고 지적 허영심은 가득 채우고 싶기 때문.  

저는 희한한 취향을 가진 것 같네요.


[취향의 홍수]라는, 어디선가 주워들은 말이 있는데요. 이 단어가 왠지 '주류(主流) 컨셉이 점차 사라져 가는 취향 씬(scene)에서 저마다의 확고한 고집은 모두 존중받아야 마땅하다'는 뜻으로 다가오더라고요. 이런 초개인화 시대에 발맞춰 개인적으론! 오늘날 우후죽순 생겨난 '다양한 성향'의 신개념들이 우릴 괴롭히는 피로감이 엄청난데 반해, 이것들이 얕게나마 강제성을 띄고 있는 것이 아닌지? 아주 전 세계적으로 돌아볼 필요가 있다는 생각입니다.


이런 의미에서 취향은 그보다 더욱 넓은 사유적 자유로움이 있으니까 우리, 성향보단 취향에 먼저 집중해 보는 건 어떨까요! 지친 당신의 일상을 활력으로 북돋아 줄 강력한 콧바람을 넣어줄지도 모르니까요. 평생 새로운 취향을 디깅 하며 살아가는 것이 하나의 인생 모범답안이라는 정론이 아닌 지론.


취향을 찾아서+즐기며+만족스럽게 사시길.

취향을 찾으려 보내는 시간마저 즐거운 건, 덤입니다.


= 무엇보다 나한테 가장 큰 관심 갖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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