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릭스 leex Aug 10. 2022

아모레 퍼시픽은 왜 70년대생 팀장들을 잘랐을까?

마흔의 자기대본 포티폴리오 _ 위기의 X세대

아모레퍼시픽의 어떤 인사, "하루아침에 팀원 된 팀장들은 울었다"

하루 아침에 보직 해임된 팀장들 "15년 넘게 다닌 회사인데 이럴 수가"
오너2세 서민정 담당, 경영승계 위한 '세대교체' 라는 평가도

아모레퍼시픽그룹이 대대적인 정기 인사로 팀장들을 전면 교체해 그 배경이 주목된다. 특히 아모레퍼시픽이 경영 주기를 종전 1월에서 7월로 바꾸면서 단행한 첫 번째 인사로 코로나19 이후 불확실성에 발 빠르게 대응할 젊은 인재들을 전면에 세웠다는 평가다.

그러나 1970년대생 고참 팀장을 대거 팀원으로 강등시키는 파격으로 아모레퍼시픽 직원들 사이에는 "조직에 충성해봤자 이렇게 된다"는 반발 심리가 적지 않다는 후문이다.


며칠 전의 기사다.

아모레퍼시픽이 어떤 회사인가? 동백기름으로 시작해 방문판매라는 블루오션을 뚫어 화장품 업계 거인으로 우뚝 선 블루칩 중에 블루칩 아니던가? 한 분야의 선도기업이 취한 어떤 조치는 행위 그 자체에 그치지 않는다. 그들이 곧 질서이고 대세이고 트렌드이기 때문이다. 단순히 한 기업의 내부 인사일 뿐이라고 무심히 넘기기엔 파장이 제법 크다.


당장 이 기사를 보는 70년생들, 한때 괴상한 세대가 나타났다며 조명을 받았던 왕년의 X세대들은 움찔했다. 외면하고 싶었고 아직은 때가 아니라고 미뤄두고 싶었던 현실이 눈앞에 닥친 것이니 말이다. 어디 70년대생 뿐인가? MZ세대의 끝자락에 자리잡은 80년대생은 물론이고 시간만 흐르면 곧 누구에게나 닥칠 인생 후반전의 대란임을 어렴풋이나마 감지했을 터다.


아모레퍼시픽 같은 대기업이 이런데 다른 곳들은 오죽할까? 사실 그 실체도 불분명한 MZ세대, 요즘 것들의 능력이 그 이전 세대의 그것에 낫다거나 확연히 앞선다는 증거는 어디에도 없다. 오히려 유튜브나 3분 이내 스낵정보에 길들여져 문해력이 떨어지고 깊이 있는 사고에 어려움을 겪는 부정적 이미지 또한 무시할 수 없다.


단순히 70년대생을 중요한 자리에서 내몰고 MZ세대들을 그 자리에 채워 넣는 일만으로는 그들이 원하는 근본적 체질변화는 턱도 없을지 모른다. 그럼에도 부인할 수 없는 팩트는 세대교체는 늘 있어왔고, 디지털 시대로 전환되면서 그 주기가 짧아졌다는 사실이다. 그 첫번째 직격탄의 대상이 70년대생들일 뿐인 것이다.


펄쩍 뛸 일이다. 70년대생이라봐야 이제 40~50대다. 기대수명 90세의 시대에 인생 고작 반 왔을 뿐이다. 그런데 벌써 평생을 바쳐 일해온 직장에서 다음 세대에 밀려 뒷방신세를 지게 될 줄은 꿈에도 몰랐을 것이다. 다른 사람은 몰라도 나는 여전히 젊고, 감각 있고, 트렌드에 밝은 사람일테니까.


그건 네 생각이고, 제3자가 보는 시각은 다를 수 있어.


누군가 이렇게 말한다면, 어떻게 반응할 것인가? 그렇지 않다고 현실부정할 것인가? 내가 미처 인지하지 못한 사이에 어느새 그렇게 되어버렸다는 사실을 순순히 인정하고 씁쓸한 입맛을 다시며 고개를 숙일 것인가? 어느쪽이든 어떤선택을 하든 이미 흐름을 탄 대세는 바꾸지 못할지도 모른다.


이제야 서둘러 제자신을 돌아본다. 없던 여유가 생겨 잠시 멈춤, pause 할 수 있게 됐다. 회사에 충성하고 정치하고 관계를 맺느라 도무지 낼 수 없었던 시간이 생기자 비로소 나를 볼 여유가 생겼다.


거울을 본다. 주름이 깊어졌고, 흰머리가 늘었고, 눈은 침침해졌다. 여전히 나는 20대, 30대 지점에서 크게 벗어나지 않았다 믿고 살아왔는데, 거울앞에 선 낯선이를 퍼뜩 깨닫는다. 다름아닌 나다.


회사의 배경을 벗은 나를 생각 해본다. 무엇이 남았을까? 내 이름 하나로 오롯이 광야에서기에 빈약하기 짝이 없다. 내세울만한 무기가 있을까? 나의 명함, 나의 뱃지, 나의 사원증 없이는 그 무엇으로도 나를 설명할 길이 없다는 현실을 마주한다. 덜컥 겁이나 뭘 해야 하는지 도무지 감이 잡히지 않는다. 무얼 새로 시작하자니 조직에 있을 때 크게 문제 없어 보였던 나이가 묵직하게 다가온다.


40세가 되던 해가 문득 떠오른다. 앞자리가 3에서 4로 바뀌는 순간은 새삼 묵직하게 다가왔다. 그저 들떴을 10에서 20대, 무언가 분주했을 20에서 30대에 느끼지 못했던 무언가가 분명 있었다.

어쩌면 그때가 마지막 기회였는지도 모른다. 당장 10년후도 명확하지 않으면서 어쩌자고 이 조직에, 이곳의 줄에, 컴포트존에 기대어 나를 미루었을까?


반환점을 도는 시기, 남은 힘으로가 아닌 새로운 힘을 준비해 결승점을 향해 나갔어야 했다.


아모레퍼시픽의 70년대생들은 지금 무슨 생각을 하고 있을까?



 




작가의 이전글 45세 L차장, 대기업 퇴사를 결심한 세 가지 이유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