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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릭스 leex Aug 25. 2022

당당치킨 대란이 X세대 퇴사에 미치는 영향

마흔의 자기대본 포티폴리오 _ 좋아하는 일을 발견하라

두 마리 9900원.

요즘 핫한 홈XXX 치킨 가격이다. 이름은 당당치킨, 가격에 당당하다는 뜻일까? 호기심이 생겨 막상 가보면, 이미 품절이다. 내놓기 무섭게 팔려나가는 모양이다. 경쟁사에서도 비슷한 컨셉의 치킨을 출시하며 마트 發 치킨 전쟁이 발발한 형국이다.


최근 물가가 치솟아 서민가계에 시름이 깊지만 그 중에서도 치킨값엔 유난히 민감한 우리다. 1인 1닭이 국룰이라 할만큼 치킨 사랑이 남다른 민족 아니던가?


당당치킨이 유독 이슈를 끄는 이유는 파격적인 가격 때문이다. 슬금슬금 오르기 시작하던 치킨 가격은 업계 1등 브랜드 오너 입을 통해 3만원 시대가 곧 닥칠 것임을 예고하기도 했다. 치킨에 미친 민족은 이거 해도 너무 하는 거 아니냐? 라는 불만이 생긴터다. 어느순간 배달료까지 붙어서 우리는 이미 3만원에 육박하는 브랜드 치킨을 별다른 저항없이 배달시켜 먹던 중이다. 그럴 즈음 느닷없이 두마리 1만원도 안되는 가격에 대형 유통업체가 내놓은 치킨에 소비자들이 열광한 것이다.


이 대란을 지켜보며 문득 이런 걱정이 들었다. 나이들어 퇴사하면 뭐해 먹고 살까?

"정 안되면 치킨집이나 차리지" 라는 생각은 진반농반 퇴사 후 대안의 심리적 마지노선 역할을 하지 않았던가? 그런데 절반가격 치킨이라니? 이러다 퇴사 후 치킨집도 못내는 상황이 벌어지는 것은 아닐까? 안그래도 전국 교회 숫자와 자웅을 겨룰만큼 한집 걸러 한집 치킨집인 세상에 대형 유통업체까지 치킨 경쟁에 뛰어든다면 힘없는 자영업자들은 더 힘들어지지 않을까? 라는 걱정말이다. 실제 기존 치킨업계는 발칵 뒤집혔다. 


이런 현실은 퇴사 후 별다른 대책없는 70년대생 4~50대를 향한다. "정 안되면 치킨집이나 차리지" 라는 생각이 광범위하게 퍼진 이유는 상대적으로 치킨집 개업은 진입장벽이 낮기 때문이다. 


특별한 기술이 필요한 것도 아니고(프랜차이즈가 아닌 동네 치킨집은 자신만의 비법이 있기도 하지만) 15~20년치 퇴직금 정도면 얼추 프랜차이즈 브랜드도 가시권에 들어온다.


문제는 진입장벽이 낮은 만큼 경쟁이 치열하다는 점이다. 거기에 이런 이슈들이 불거지면서 치킨 가격까지 문제가 되면, 경쟁력이 낮은 치킨 자영업자들은 곤란한 상황을 겪게 될 것은 불보듯 뻔하다.


업계 상위의 프랜차이즈라면 걱정이 없을까? 심심찮게 들려오는 본사와 가맹점간의 트러블을 자세히 들여다보면 그마저도 우려스럽다. 기본적으로 프랜차이즈 사용료가 디폴트 값으로 박히고 개점시 그들이 요구하는 인테리어를 갖춰야 하고, 개점 이후에도 재료를 강제로 받아 써야 하고, 그 결과 정작 가맹점주들의 손에 떨어지는 마진은 적어 본사만 배불리는 불합리한 계약이 만연한 듯 보인다.


정말, 치킨집 개업은 퇴직 후 경제적, 사회적 자유를 얻는 진정한 제2의 인생을 보장할 수 있을까? 과연 월급쟁이 그 시절보다 낫다고 자신할 수 있을까? 본사와 동등한 관계가 아닌 종속관계라면 회사의 근로계약관계와 무슨 차이일까? 그렇다면 퇴직이 무슨 의미일까?


치킨집 사장이 정말 꿈인 사람도 있을지 모른다. 어쩔 수 없는 최후의 선택으로 장사나 해볼까? 라는 생각에 기반한게 아니라면, 적어도 몇년 전부터 치킨에 대한 공부를 했어야 옳다. 전국의 유명 닭집을 찾아다니며 맛도 보고 레시피를 연구하고 어떻게 하면 맛과 품질을 균질하게 유지할까? 실험도 해보고, 시장과 입점예정지를 분석도 해보고, 서비스 마인드를 갖추고 '치킨' 하면 따라올 사람이 없을만큼 전문가 수준이 된다면 해볼만하다. 아니 빨리 회사를 그만두고 치킨전문점을 차리라고 등 떠밀일이다.


닭 하면 꿈에서도 그 답이 튀어나올 수 있을만큼 미쳐 있다면 프랜차이즈와 가맹점 간의 갈등이니, 대형유통업체들의 반값 치킨이니 이슈에 휘둘리지 않고 그 펄펄 끓는 레드오션에서 당당히 살아남을지 모른다. 그러나 그냥 프랜차이즈가 도와줄거야. 그들의 매뉴얼과 그들의 유통망과 노하우를 돈내고 쓰면 될거야 라는 마인드라면 얼마나 유지할 수 있을까? 재미는 있을까?


뼈아픈 현실은 위기에 내몰린 70년대생들 대부분은 그나마 치킨집도 프로페셔널하게 운영할 수 없는 비루한 전문성을 가진 배나온 중년일 뿐이라는 사실이다.


어릴 적 좋아했던 것이 있는데 그걸 잊고 어느 순간엔가 사회적 압력과 남들의 기대에 치여 사는 것 같습니다. 그러니 내가 정말 좋아하는 게 무엇인지 기억해 내는 것만으로도 내 꿈을 찾은 것이 아닐까 생각합니다.

[그냥 하지 말라] 송길영


그동안 잊고 살았는지도 모른다. 내가 뭘 좋아하고 뭘 하고 싶었는지. 20대 시절 운좋게 입사해서 따박따박 월급 받으며 시간만 지나면 익힐 수 있는 수준의 숙련도로도 진급하며 안온한 삶속에 그럭저럭 잘 살아왔으니까.  회사밖을 벗어나면 어떨까? 생각해본적도 없다. 다른 사람은 몰라도 나는 이곳에서 가늘고 길게 갈 자신이 있었으니까. 


그런데 어느순간 세상이 바뀌었다. 마흔을 훌쩍 너머 50대가 코앞이다. 머리숱은 반으로 줄었고 미간의 주름도 깊어졌고 배는 나왔으며 팔다리는 가늘어졌다. 몸도 마음도 예전같지 않고 몸사리고 애써봐야 10년 안팎이라는 사실을 이제 인정해야 한다. 


두 마리 9900원, 당당치킨을 먹으며 이마저도 대기업, 프랜차이즈의 영역일 뿐, 실력 없는 개인이 휘두를 수 있는 무기가 아니라는 생각, 안되면 치킨집도 이제 옛말이 되어버렸다는 현실자각에 식은 땀이 흐른다.

그렇다면, 지금도 늦지 않았다. 지금까지의 나를 버리고 또 한번의 20대를 위한 새로운 여정을 시작해야 할 때다.


일반적인 노력만으로는 턱도 없다. 테니스를 취미로 즐기면 10년을 쳐도 프로선수가 될 수 없다. 김국진은 무려 7번을 프로레슨에서 떨어졌다. 프로가 된 다는 것은 그 일만으로도 생계가 유지된다는 것을 의미한다. 나는 내가 몸담은 영역에서 프로라고 자부할 수 있을까? 아니면 준전문가 수준이라도 되나? 고개를 절레절레 저었다면 이제 분연히 일어서야 한다.


곧 닥칠 제2의 인생, 이왕이면 내가 하고 싶은 것을 하며 먹고 살수 있다면 좋지 아니한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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