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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흐름 Nov 11. 2024

[월요일] 누구나 처음은 있잖아

이 글은 [요일마다 바뀌는 주인장 : 요마카세] 연재물입니다.




 떨려서 잠도 못 자. 요가 선생님으로 첫날. 이직할 때 요가 발리에서 요가 지도자 자격증을 딴 친구다. 아이들과 함께하는 가족 요가 프로그램을 만들어 진행한다. 막상 가면 즐거운데 하기 전엔 어찌나 떨리는지. 진짜 상상하는 게 제일 재밌지 않아? 현실은 너무 힘들어. 친구가 말한다. 그래도 지나고 보면 그 떨림이 좋아. 정말? 너무 긍정적인 사고야. 생각해 봐, 갖고 싶어도 못 가져. 나는 이제 떨리지도 않아. 요가를 나눈 지 벌써 10개월 차. 더 이상 떨리지 않는다. 


 난 언제 떨렸었지? 회사에서 고객과 식사 자리가 생겼다. 이제 막 입사한 신입사원이다. 본인 회사 사람이 아닌데도 긴장한 모습이 역력하다. 숟가락 젓가락도 놔주고 물도 따라준다. 10년 전 처음 회사에 입사했을 때가 떠오른다. 누가 우리 회사 사람인지 몰라 보이는 사람들마다 90도로 인사하고 다녔다. 뭐가 그리 떨렸는지. 처음이 아니면 떨림을 느끼기 어렵다. 새롭게 도전하면 다시 찾을 수 있겠지. 


 주말은 도전의 날인가. A는 철인 3종 완주 B는 한국 100대 명산 챌린지다. A는 5년 전 킥보드를 타다 넘어서 무릎뼈가 부러진 친구다. 올해 처음으로 철인 3종에 도전해 시간 내 완주한다. 세상에나. 수영 1.5km, 사이클 40km, 달리기 10km 코스다. 대단하다는 말밖에 나오지 않는다. 내년에는 입상을 목표로 준비한단다. 나이대별로 출전하는 사람이 10명 내외로 종목 중간에 옷 갈아입는 시간 줄이고 종목별 약점 줄이면 충분히 승산 있어 보인다. 100대 명산 중 78개째 산을 오르는 친구. 주말 스케줄을 물을 필요도 없다. 산이다. 산악회 버스를 예약하고 주말이면 전국을 오르고 또 오른다. 연휴 때는 2-3개 산을 연달아 타기도 한다. 대단하다는 말도 부족하다. 이 둘을 보며 나는 무슨 도전을 해야 할까 생각에 잠긴다. 


 마라톤, 철인 3종, 수영 대회… 적어보지만 아무것도 끌리지 않는다. 기록에 통 관심이 없다. 매일 운동하는 재미면 충분하다. 운동을 떠나보자. 글이다. 출간을 하고 싶다. 책은 누구나 쓸 수 있다. 베스트셀러가 되고 싶다. 기왕이면 많은 사람들에게 읽혔으면 좋겠다. 생각만 해도 떨린다. 내 책이 교보문고 선반에 놓여있다니. 매주 한 개 글도 겨우 쓴다. ‘매번 쓰레기를 쓴다’ 생각해도 글쓰기는 어렵다.  어떻게든 꾸역꾸역 쓴다. 막상 쓰고 나면 그렇게 뿌듯할 수가 없다. 나만의 떨림이다. 


 처음엔 나도 떨렸어. 작가가 된 모습을 상상한다. 북토크로 독자들과 만난다. 첫 책이 출간된 순간을 나눈다. 상상만으로 행복하다. 작가가 되려면? 책을 내야 한다. 책을 내려면? 매일 써야 한다. 마침 문자가 온다. 서울시에서 진행한 심리 상담 사업 수기 공모다. 주제는 상담을 받고 변화된 삶의 이야기다. 최소 우수상은 받을 수 있겠지? 김칫국을 마신다. 결과는? 참가상 5천 원. 하하하하하하. 괜찮다. 돌아서서 눈물을 닦을 수만 있다면 다 에피소드다. 작가가 되면 나도 이런 때가 있었다며 용기를 줘야지. 매일 쓰고 또 쓰자. 처음이 올 때까지. 작가로, 첫 책으로 다시 떨릴 수 있길.





 


[요마카세] 월요일 : 그냥 살 순 없잖아?

작가 : 흐름

소개 : 이해할 수 없는 인생과 설명할 수 없는 감정을 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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