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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흐름 Nov 14. 2024

[목요일] 울 엄마거든?

할머니의 사랑

이 글은 [요일마다 바뀌는 주인장 : 요마카세] 연재물입니다.



할머니랑 같은 아파트에 사는 우리 조카들은 할머니에 대한 사랑이 깊다.

그중 막내는 유독 할머니에 대한 사랑이 특별하다. 저녁 8시면 되면 할머니 집에 찾아온다. 

할머니~~~ 나왔어~~. 그러고 할머니 등 뒤에 포대기를 하고 잠이 든다.

엄마도 똑같다. 가끔 막내가 자기를 찾지 않는 밤이 오면 서운함을 표한다.

“다 크니까 역시 엄마를 찾네, 할머니는 이제 잊었나 봐….”  겨우 하룻밤 떨어진 날이었지만

할머니에게는 생이별이었다.

가끔 나도 엄마를 뺏기는 기분이라 막내한테 장난 아닌 장난으로 질투심을 표현한다.


“울 엄마거든? 나 오늘 우리 엄마랑 잘 꺼야!”

“이모 저리 가! 내 할머니야!”

“그럼 난 누구랑 자?”

“할아버지 가져!”

그렇게 오늘도 할머니와 막내는 서로를 꼭 안고 잠이 든다.


할머니가 여행을 가 집을 오랫동안 비우게 되면 역시나 찾게 되는 건 조카들이다.

평생 내 선물은 한 번도 안 사 온 우리 엄마지만, 조카들 선물을 뭐라도 하나씩 챙겨 온다.


나는 할머니에 대한 기억이 거의 없다.

친할머니는 아버지 어린 시절 세상을 떠나 얼굴 한번 뵌 적이 없다.

유일하게 살아계신 외할머니는 혼자 세상을 살아가느라 바빴는지 나에게 큰 정을 주지 않았다.

나 역시 외할머니는 먼 존재가 되어 전화를 하고, 먼저 찾아가는 게 어색한 사이가 되었다.

치마 깊숙한 주머니에서 돈을 쓰윽 꺼내 용돈을 주는 내  머릿속 할머니는 나에게는 거의 없는 존재였다

가끔 친구들이 할머니가 돌아가신 소식에 엉엉 울 때, 나에게는 없는 감정이란 생각이 들곤 했다.

그래서 나는 조카들이 할머니를 찾는 게 신기하기도 하다. 정확히 말하면 조카들이 받는 할머니의 사랑이 부럽다.


출산하지 않은 나도 조카들에게 무한한 사랑을 준다.  본인이 배 아파 낳은 딸이, 어른이 되어 낳은 딸들에게 주는 사랑이라니 모든 것을 뛰어넘은 사랑일 것 같다. 이 사랑은 경험하지 않아도 느낄 수 있다.  나는 평생 알 수 없는 사랑이라 부러움의 크기가 더 큰 것 같다.

나도 할머니 사랑을 받고 싶다.


막내는 오늘밤 역시 세상에서 가장 따뜻한 할머니 품속에  들어가 아무 걱정 없이 잘 예정이다.

나는 돈 주고 살 수 없는 온기, 조카들은 그 사랑을 받을 수 있어서 참 다행이다.





[요마카세] 목요일 : 어린이의 위로

작가 : 아리

소개 : 어쩌다 조카 3명과 살게 된 싱글레이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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