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약을 하다

by 윤달래

(작가의 실제 경험을 기반으로 작성되는 글입니다. 구체적인 내용은 조금씩 각색될 수 있지만 실화와 90% 이상 일치합니다. 본문 중 나오는 작가의 이름은 실명 대신 작가명으로 대신합니다.)




“약을 먹으면 많이 졸리거나 멍해질 수 있습니다. 그렇다고 함부로 단약을 하시거나 용량을 조절해서 드시면 절대 안 됩니다.”


그렇게 기약 없는 치료가 시작되었다. 약을 처방받고 일주일 간격으로 병원에 내원해 상담을 받아야 했다. 상담은 별로 특별할 것이 없었다. 일주일 동안 어떻게 지냈는지, 과거에 어떤 일이 있었는지, 그동안 살면서 힘들었던 것은 무엇인지 등을 묻고 대답하거나 힘든 일을 푸념하는 자리였다. 그때는 병원에 가려고 외출하는 것조차 나에겐 너무 버거웠기 때문에 이렇게 상담하는 것이 무슨 의미일까 싶은 생각이 거의 전부였던 것 같다.


그 당시 나는 아침 점심 저녁으로 총 열댓 가지 정도 되는 약을 복용했다. 우울증과 관련된 약은 그 사람이 우울해지지 않게 해주는 약이라고 하기보다는 극단적 선택을 하지 못하도록 생각을 분산시킨다. 멍해지거나 졸리거나 무기력해지는 일이 꽤나 많다. 약을 복용하고부터 나는 하루에 500걸음을 채 걷지 않았고, 침대에서 벗어나는 시간이 거의 없었다. 사회생활은 고사하고 가족들과 식사를 하는 일조차 나에게는 두 시간 이상 걷는 일보다 힘들고 버거웠다.


그래도 병원에 가기 전에는 일상생활은 가능했는데. 이게 치료가 되고 있는 것이 맞아? 머릿속으로 수백 가지의 생각이 미칠 즈음 나는 정말 해서는 안 될 일을 저지르고 말았다. 바로 스스로 ‘단약’을 하는 것. 그때 나에게 이미 정신과 약은 내 일상생활을 불가능하게 만드는 해로운 것이었다. 나는 잘 먹던 약을 하루아침에 끊어버렸고, 정확히 3일 만에 내가 다니던 병원 응급실로 실려 갔다.


그렇게 응급실을 가면 진정제를 맞고 잠에 든다. 몇 시간이 지나 진정이 되면 약을 꼭 챙겨 먹어야 한다는 의사의 말을 뒤로한 채 집으로 돌아온다. 그리고 며칠 꼬박 약을 잘 챙겨 먹다가 또 멍해지는 자신이 너무 싫어 다시 약을 끊어버렸다. 그렇게 약을 먹고, 스스로 단약을 하길 반복하다가 몇 달 만에 결국 일이 터졌다. 나는 다시 약을 끊었고, 자려고 누운 밤, 급격하게 가빠오는 숨과 함께 다른 증상이 나타났다. 환청이었다.


그때부터 내 귀에는 계속 어떤 목소리가 들렸다. 바로 “그냥 죽어버려.”라고 속삭이는 나의 목소리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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