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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홍당무 Aug 07. 2022

소식, 안 먹는 즐거움.

비운만큼 시간을 얻는다.

내가 잘 실천하는 것 중에 하나는 비우기다. 몸속 체지방 비우기, 쓰지 않는 물건 비우기. 생각해 보면 잘하는 것이라고 할 수 없다. 비우기 전에 채우지 않았더라면 비울 필요가 없기 때문이다. 지금은 반성하는 중이다. 비우려고 그 많은 시간과 비용을 들여 채웠던가. 채우고 비우는 걸 반복할 바에는 채우지 않는 것이 경제적으로나 시간적으로 여유로운 삶을 살 텐데, 어찌 그리 미련하게 살아왔는지 모르겠다.


살 빼는 것만큼 마음먹은 대로 되는 게 또 있을까? 남들은 못 빼서 안달인데 맘만 먹으면 언제든 뺄 수 있다는 자신감에 미련 없이 채우고 또 채운다. 다이어트 성공담에 귀 기울이지 마라. 어떠한 성공담이든 다 똑같다. 약만 먹으면 저절로 빠질 것 같은 약은 이 세상에 없다. 있다면 그야말로 신세계겠지. 우리 눈앞에 펼쳐지는 건 온통 살 빼는 식품들로 가득하다. 유혹의 손길을 뿌리치지 못하고 이것저것 기웃거리다 한 두 번 실패하고는 금세 포기하고 지친다.


내가 내린 결론은 안 먹는 것이다. 비우고 소식하는 것만이 다이어트의 최고의 비법이다. 난 이 방법으로 수시로 살 빼기에 성공했다. 단, 나도 보조식품은 먹는다. 하지만 말이 보조식품이지 하루 종일 아무것도 먹지 말아야 한다. 물조차도. 5일 단식하고 2일 300칼로리 미만으로 소식하기를 한 달만 딱 해 보아라. (보조식품과 함께) 10킬로는 그냥 빠진다. 못하는 이유는 배고프지 않아도 먹는 유혹에 빠지고 저녁 약속 취소를 못하고 못 먹는 스트레스를 못 참고 먹어버리기 때문이다.


난 최근 10킬로를 감량했다. 늘 그랬듯이 감량 후에 조절을 하지 않으면 요요가 다시 온다는 걸 난 누구보다 잘 알고 있었다. 다이어트 성공은 많았지만 한 번도 유지를 오랫동안 해 본 적이 없다. 이제는 더 이상 먹기 위해 시간을 쓰고 몸을 불리고 싶지 않아 졌다. 그래서 평생 유지라는 목표를 세웠다. 그것이 바로 소식이다.


소식을 위해선 또다시 뭔가 의지할 수 있는 게 필요했다. 그냥 배고픔을 참는다는 건 나도 힘들다. 원하는 체중을 만들고 나서는 유지를 위해 뭔가 대안이 필요했다. 배고픔을 잊게 해주는 식욕억제 식품이다. 모든 약이 그렇듯이 특히 살 빼는 데 도움이 되는 식품들은 본인의 체질에 맞아야 한다. 그래서 아무거나 덮석 먹으면 안 된다.


우연히 얻어먹게 된 한약을 며칠간 복용했다. 그것을 건네 준 동생은 본인한테 잘 맞지 않는다고 했고 나는 테스트를 해봤다. 물론 나는 소식을 위한 방법을 택한 거라 그 약을 많이 먹을 필요는 없었고 하루 양 세 개 중 한 개만 점심 저녁으로 반씩 나누어 먹기 시작했다.


생각보다 약의 반응은 내게 잘 맞았고 의심스러운 증상 같은 건 없었다. 점심에 요가를 하는 나는 점심을 특별히 챙겨 먹지 않았고 단백질 셰이크와 견과류 몇 개 먹는 정도였다. 저녁 한 끼만 좀 적게 먹으면 될 것 같았다. 이 약을 먹으면서 저녁도 대폭 양이 줄었다. 어느 날인가 약을 먹지 않았는데도 밥의 양이 확 줄어든 것을 느꼈다. 많이 안 먹었는데 배가 부르니 신기했다. 그렇게 차츰 적응하면서 안 먹는 즐거움이 생기기 시작했다. 몸은 더 가벼워졌고 체중은 2.5킬로가 더 감량이 됐다.


글쓰기를 시작하면서 저녁 시간을 유용하게 보내기 위해 술도 자제했다. 물론 다이어트할 때는 술도 입에 대지 않지만 간간히 약속이 있을 땐 먹기도 했다. 적게 먹고 술도 안 마시니 하루를 더 알차게 보내는 날이 많아졌다. 먹는 시간만 내 인생에 없어도 그 시간에 뭐든 할 수 있겠다는 자신감이 생겼다. 그래서 지금 글 쓰는 것도 꾸준히 하려고 마음먹게 됐다. 일찍 자고 일찍 일어나는 습관을 가지고 있었지만 요즘은 좀 늦게 자도 여전히 일어나는 시간은 같다. 전혀 피곤하지도 않다.


이제는 더 이상 빼기 위해 다시 채워 넣고 싶은 생각이 사라졌다. 간혹 소식을 해야겠다는 생각은 해봤어도 오래가지 않았다. 온갖 유혹에 빠져 다시 망각의 세계로 빨려 들어 가버리곤 했다. 살 빼는 내 모습을 보는 주변 사람들은 독하다고들 하지만 간절히 바란다면 독해져야 한다.


노화는 질병이라고 했다. 지구 상에서 가장 오래 사는 사람들을 연구했는데 비결은 소식이라고 했다. 소식은 건강하게 오래 살기도 하지만 노화를 늦추는 비결이라고도 한다. 최대한 천천히 늙고 싶고 오래 살아도 건강하게 살고 싶다. 그래서 난 소식을 하기로 마음먹었고 먹는 즐거움보다는 안 먹는 즐거움을 배워 요즘 삶이 더 가벼워졌다.


소식과 함께 물건에 대한 욕심도 더 많이 내려놓으려 한다. 미니멀 라이프도 수도 없이 실천했지만 자꾸 뭔가 하나씩 늘어가는 걸 느낀다. 지금 나에게 가장 중요한 건 절제다.


 ‘소비하는 데 집중하지 말고 생산하는 데 집중하라’고 어제부터 읽기 시작한 <언스크립티드>에서 충고했다. 손에서 책을 놓지 말아야겠다고 다짐한 건 자꾸 내가 원래의 습성으로 돌아가려는 걸 막기 위해서다. 그동안 그렇게 살아왔음을 내가 잘 알고 있기에.


안 먹는 게 행복한 하루, 오늘도 소식하며 여유롭게 시간을 가져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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