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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해일막걸리 Nov 15. 2024

하루가 36시간이면 좋겠다

아이고 벌써 하루가 다 날아가네

언제 연말이 되어 버린 걸까요. 시간이 너무 빨라서 억울하게 느껴질 정도입니다. 매일을 헤쳐나가는 여러분들처럼, 해일막걸리도 바쁘게 살아가고 있어요. 일 하나를 해치우면, 다른 일 두 개가 생겨나는 보통의 나날입니다. 공감하시죠? 요즘 브런치나 인스타그램에 콘텐츠도 자주 올리지 못해 아쉬운 마음이에요. 그래서 이렇게 사소한 일상이라도 나누어 보려 합니다.


가을부터 해일막걸리는 작지만 단단하고 감사한 성과가 있었어요. 아직 인건비를 회수하기에는 한참 모자라지만, 월 매출 평균이 이전보다 다소 올랐고요, 지원 사업도 추가로 합격해서 4개의 지원 사업을 동시에 진행해야 하는 기간도 있었답니다. 외부 행사도 진행하고 단체 체험도 진행하면서 더 많은 분들을 뵙게 된 건 물론이에요. 쌀을 20kg까지 한 번에 찔 수 있는 전기 찜기도 들였고, 쇼케이스도 도착했어요!


그리고 본격적으로 막걸리 출시를 준비했는데요, 이상적인 예상대로 라면 이맘때쯤 짠 하고 출시 소식을 들고 오는 것이 계획이었습니다. 하지만 제조 방법이 두 번이나 반려되는 바람에 (!) 꼼짝없이 4주가 지나버렸답니다. 재접수를 바로 할 짬이 나지 않았기 때문에, 사실은 거의 8주 정도를 보낸 셈이지요. 최근에 제도가 바뀌어서 제조 방법과 품질 감정을 동시에 접수할 수 있는데, (모든 단계를 통과한다는 전제 하에 빠르면 15일 만에 주류를 판매할 수 있어요.) 담당 주무관님과 상담해 보니 안전하게 제조 방법 승인 후 품질 감정을 보내기로 했습니다. 그 말인즉슨, 아주 많이 빨라야 12월 중순이 되어서나 막걸리가 나온다는 것입니다. 흑흑. 올해 제품을 꼭 내는 게 목표였는데 흐릿해지고 말았습니다.


이어 쓰겠지만, 막걸리 출시에 해야 할 일이 너무 많아서 어지러울 정도랍니다. 포장재, 가격, 구성, 라벨 디자인, 지켜야 하는 법과 제도, 그리고 지속가능성까지. 제품 하나에 들어가야 하는 요소들이 이렇게 많은지! 나의 뇌는 멀티태스킹이 되지 않는데! 창업 전에는 인지하지 못했던 것들이 자꾸만 보여 당황스럽지만, 언제나처럼 해내고 나면 어마어마한 경험과 지식이 쌓이겠죠. 그렇게 생각하며 일을 놓지 않고 있습니다.


그 밖에도 일어났던 이런저런 일을 말해 보자면, 홍보 영상이나 인터뷰 영상 같은 촬영도 몇 번 진행했고요. 쇼케이스가 들어오는 바람에 포토존이 반대쪽으로 이동하게 됐습니다. 덕분에 한옥 곁의 연못이라는 기획 의도를 잃어버려 매우 슬프지만 어쩔 수 없는 선택이었습니다. 나중에 조금 더 공간과 어우러지게 손을 봐야겠어요. 그리고 이미 보신 분들도 계시겠지만 리사이클 점토를 이용해서 해일막걸리만의 시음잔을 만들고 있습니다. 같은 신림에서 공방을 하시는 대표님이 매우 고생해주시고 계시죠. 아, 새롭게 로컬 크리에이터 교육도 듣고 있어요. 순서가 거꾸로 되긴 했지만, 어쨌든 해막은 로컬 브랜드로 성장할 거니까요. 더 잘하기 위해 배우고 있습니다. 음, 냉장고 청소도 했고, 건물 화장실 청소도 했고, 창고 정리도 했어요. 아직 페인트 칠이랑 양조장 청소가 남았지만요. 막걸리 체험도 여전히 진행 중입니다. 사실 계속 파리하게 있다가 체험 때 만나 뵙는 선생님들 덕분에 그제야 웃음과 힘을 얻습니다. 정말로, 여러분이 행복하셔야 저도 행복해지더라고요.


매주해막 11기도 무사히 시작!


하루에 한 개 이상 서류를 작성하고 보내고, 수첩에서 한 일들을 지우고, 새로 해야 하는 일을 적고, 남은 일을 가늠하다가 에라 모르겠다 미뤄버리고. 그런 하루를 반복하고 있습니다. 이 와중에 잠은 많아서 이 글의 제목처럼 하루가 36시간이었으면 하고 바라고 있습니다. 그러면 12시간은 온전히 자기만 할 거예요.


다행인 건 얼마 전에 건강검진을 했는데 모든 수치가 정상이더라고요. 인바디 결과도 2년 전보다 훨씬 좋아지고요. 왜인지 키는 1cm 줄었지만... 마음 건강도 괜찮아요. '워라밸'을 사수하려 애썼던 직장 생활과 비교해 보면 '워크이즈라이프'인 지금이 더 편합니다. 좋아하는 일을 하고 있고, 불필요한 신경을 쓰지 않아도 돼서 그런 것 같아요. 앞서 줄줄이 힘들다고 적어 둔 거에 비해 생각보다 행복하게 살고 있으니 너무 걱정은 마셔요! :)


얼마 전 거의 하루종일 매장에 있는 저를 안쓰러워하는 엄마가 간이침대를 선물해 주셨습니다. 기력이 없을 때면 한두 시간 누워 있곤 하는데요, 너무 폭신하고 좋습니다. 사실 지금도 누워 있어요. 이 글을 읽으시는 분들도 꼭 중간중간 충전을 하시고 하루를 충만하게 마무리하셨으면 좋겠습니다. 다음에 또 찾아올게요. 그때까지 저희 모두 안녕해요!


퇴근길의 낙은 옹기종기 모여서 자고 있는 오리 가족 보기. 요즘은 마릿수가 더 늘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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