날개만 있다면
두 평 남짓
벽 높은 곳에 작은 창이 있었고
창 아래에는 열어본 적 언제인지
낡은 서랍장 위에 방석을 깔고
할머니는
하루 종일 창밖을 보고 계셨어
이쪽과 저쪽이 똑같아
거울 속에는 할머니도 다른 이도 보이지 않고
방문도 열리지 않았어
말은 굳어지고 몸은 화석이 되어 갔지
하루에도 몇 번 하늘을 긋고 가는
비행기의 균열이 없었다면
작은 창보다도 작은 하늘이 없었다면
입담배의 연기가
방의 유일한 생존신호 봉화로 오르고
할머니는 끊임없이 피셨지
연기에 몸을 싣고 싶으셨을까
아파트 사이의 천창으로
신호를 보지 못한 비행기가 지나고
죽어도 못 타보는 저 망할 것
저런 것도 날개가 있는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