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월 15일은 스승의 날이다. 교사가 된 후 처음 스승의 날을 맞이했을 때가 기억난다. 1988년이었다. 내 책상 위에는 온갖 선물로 가득 채워졌다. 그 뒤로도 스승의 날에는, 어떤 선물일까 궁금해하며 선물 포장지를 뜯어보았던 기억이 어렴풋이 난다. 2025년 5월 15일 아침, 한 아이가 꽃 한 송이를 건네주었다. 나는 어찌해야 할지 몰라 주저하다가 고맙다며 받았다. 장미꽃 한 송이가 참 예뻤다. 꽃만큼 아이의 마음도, 부모님의 마음도 예쁘게 느껴졌다. 공직자 청렴이라는 말은 꽃을 돌려주어야 한다는 의미를 지닌다. 나는 쉬는 시간에 조용히 아이를 불렀다. 꽃이 고급스러워 보였기 때문이었다. 그 아이의 마음을 다독이며 꽃을 돌려주었다. 살짝 당황하는 듯한 아이의 표정을 보며 서글펐다. 또 어떤 아이가 작은 편지 봉투를 건네주며 스승의 날 축하한다고 말했다. 초콜릿 몇 알이 담겨 있었다. 그 남자아이는 부드러운 미소를 지으며 행복해했다. 나는 그 표정을 보며 초콜릿 몇 알이 든 작은 봉투를 손에 쥐었다. 돌려주지 못했다. 여자 아이 한 명이 핑크색 봉투를 내밀었다. 핑크색 뿅뿅이 비닐봉지였다. 손바닥 만한 크기였다. 봉투를 직접 만들었단다. 수줍어하는 듯한 표정을 지으며 내 손에 올려놓았다. 아이가 보는 앞에서 봉투를 열어 보았다. 빼빼로 과자가 들어 있었다. 내가 행복해하자 그 아이도 활짝 웃었다. 꽃을 돌려준 것처럼 다른 것도 돌려주어야 할지 고민이 되었지만 망설이다가 시간이 흘렀다. 쉬는 시간에 잠깐 화장실에 다녀왔다. 그 사이에 내 책상 위에 편지가 놓여 있었다. 선생님 사랑합니다. 선생님 감사합니다. 누가 썼는지 이름이 없었다. 이면지에 급하게 쓴 편지였다. 주위를 둘러보았다. 교실 앞 출입문 뒤에 한 남자아이가 서서 나를 바라보고 있었다. 그러다가 나와 눈이 마주치자 얼른 문뒤로 몸을 숨겼다. 수줍어하는 눈빛이었다. 내가 미소를 지어 보이며 행복해하자 그 아이도 미소를 지었다. 나는 오른손 엄지와 검지로 작은 하트를 만들어 보여 주었다. 스승의 날, 이면지에 수줍은 글씨체로 급하게 쓴 편지, 까꿍 놀이라도 하듯이 문뒤에 숨어서 나를 살피던 아이의 긴장되고 행복한 표정, 나에게 가장 아름다운 스승의 날 선물이었다.